태영건설 협력사 유동성 위기 잠재운다… 채권단, 금융지원 검토

김유진 기자 2024. 1. 15.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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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담대 451억원 채권행사 유예로
협력사, 공사 대금 신속 정산 어려워
외담대 한도 확대 등도 논의될 듯
지난 12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태영건설 본사에 불이 켜져 있는 모습. /연합뉴스

태영건설 채권단이 워크아웃(기업구조개선작업) 개시에 따른 경영 정상화 과정에서 태영건설 협력사의 유동성 위기를 잠재우기 위해 협력업체에 직접대출 등 금융지원을 하는 방안까지 검토하고 있다.

태영건설 협력업체는 그동안 현금이나 외상매출채권로 공사 대금을 받는 것 외에도 은행의 외상매출채권담보대출(외담대)을 통해 하도급대금을 신속하게 확보했다. 그러나 태영건설이 상거래채권 중 외담대 451억원을 상환하지 않으며 협력사가 이용할 수 있는 외담대 한도가 턱밑까지 찬 상황이다. 채권단은 실사 과정에서 태영건설과 외담대 처리 방안에 대해 논의하는 동시에 협력업체가 유동성 위기에 처하지 않도록 금융 지원을 하는 방향을 살펴보고 있다.

15일 금융 당국과 채권단에 따르면 태영건설 채권은행은 워크아웃이 개시된 만큼 실사 과정에서 태영 측과 외담대 처리 방안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금융 당국 관계자는 “은행마다 개별 약정을 맺어서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외담대를 발행한 한도가 거의 차고 있다”라며 “채권은행과 태영건설이 외담대 한도를 어떻게 비울 것인지 이야기를 해야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또, 금융 당국 고위 관계자는 “협력업체가 외담대를 계속 이용하기 위해선 태영건설이 (대출을) 갚아야 하기 때문에 상환과 관련해 워크아웃 개시 이후 채권단과 태영건설 간 관련 논의가 조만간 있을 예정이다”라고 설명했다.

윤세영 태영그룹 창업회장이 지난 9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태영건설 여의도 사옥에서 워크아웃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앞서 태영건설은 지난해 12월 29일 만기가 돌아온 1485억원의 상거래채권 중 외담대 451억원에 대해서 상환하지 않았다. 외담대가 워크아웃 대상이 되는 금융채권으로 분류된다며 외담대 채권을 갚지 않은 것이다. 태영건설의 외담대 미상환으로 일부 협력업체는 외담대를 통한 자금 확보에 어려움을 겪으며 부담이 커지고 있다. 태영건설은 신한·하나·우리은행 등에서 2500억원가량의 외담대 한도를 가지고 있지만, 이 한도는 거의 소진된 상태다.

외담대는 협력·납품업체로부터 물품이나 자재를 구입한 원청업체가 외상매출을 끊어주면 협력·납품업체가 이를 담보로 은행에서 대출을 받는 상품이다. 협력사가 외담대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원청업체가 제때 이를 갚아 한도를 일정 여유가 있게 확보해야 한다.

하지만 태영건설의 경우 외담대를 갚지 않으며 한도가 거의 소진된 상태다. 협력업체 입장에서는 최대 4개월간 진행되는 실사 기간에 외담대를 이용한 자금 확보가 어려운 것이다. 외담대가 아닌 외상매출채권을 통해 하도급대금을 받는 협력업체의 경우 실제 공사대금이 들어오는 수개월을 버틸 수 있는 만큼 자금력이 있는 업체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외담대를 통해 자금을 미리 확보해야 하는 협력업체는 자금력이 부족한 영세업체일 가능성이 커 자칫하면 유동성 위기에 빠지기 쉽다. 외담대를 이용하지 못하면 협력·납품업체는 공사대금을 원청업체로부터 현금으로 받거나 외상매출채권으로 직접 받게 된다. 하지만 현 상황에서 협력업체는 공사대금을 외상매출채권으로 받을 가능성이 크다.

채권은행 관계자는 “외담대 한도가 없으면 협력업체는 현금이나 외상매출채권으로 공사 대금을 받아야 한다”라면서 “을의 입장인 협력업체가 현금으로 공사대금을 달라고 요청할 수 있는 경우가 얼마나 될지는 몰라도 협력업체가 꽤 힘든 상황이 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그래픽=손민균

태영건설이 외담대를 갚지 않으며 소구권이 포함된 외담대를 받은 협력·납품업체의 부담이 커진 상황이다. 태영건설이 만기 내 대출을 갚지 않을 경우 협력업체는 이를 대신 갚아야 하지만, 현재는 은행들이 소구권을 유예했다.

협력사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안은 태영건설이 외담대를 먼저 갚는 것이다. 하지만 이 경우 다른 채권자들은 ‘공평한 손실 부담’이라는 워크아웃의 원칙에서 어긋난다며 크게 반발할 수 있어 사실상 실행이 불가능하다.

결국 태영건설의 정상화를 위해선 협력사도 같이 살려야 한다는 임무가 있는 채권은행이 이에 대한 부담을 질 것으로 보인다. 채권은행은 태영건설 협력업체에 대해 자체 금융지원프로그램을 통한 원금 감면과 직접 대출까지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또, 외담대 한도 확대 등도 논의를 통해 결정할 것을 보인다. 당국 관계자는 “태영건설을 살리려고 하는 거니까 여력이 괜찮은 협력업체라면 대출 만기연장 등 금융지원을 해달라고 전달한 부분이 있다”라며 “은행권에서는 영업점 창구에 협력업체의 채권을 무리하게 회수하지 말라고 전달한 것으로 알고 있다”라고 했다. 그는 “신규 자금 지원에 대한 요청도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채권단 관계자는 “논의를 통해 외담대 금리 동결, 한도 확대 등도 고려할 수 있지만, 정해진 바가 없다”라고 전했다.

다만, 아직 협력업체의 위기가 현실화되고 있진 않다. 금융감독원이 운영하는 ‘중소기업 금융애로 상담센터’에 들어온 태영건설 협력업체 민원 건수는 현재까지 10건이 채 되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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