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 ‘구원투수’될 대형 SOC, 2024년 주목받는 사업은?[비즈니스 포커스]
22대 총선 앞두고 GTX·신공항 등 조 단위 사업 가시화
태영건설발(發) 프로젝트파이낸싱(PF) 위기와 주택경기 불황이 본격화하면서 민간 건설투자가 위축되고 있다. 자연히 관심은 정부와 공공기관이 발주하는 대형 사회간접자본(SOC) 공사로 쏠릴수 밖에 없다. 불황의 늪에 빠진 국내 건설업계에 구원투수가 될지 관심이다.
최근 10여 년간 국내 SOC 투자는 과거처럼 큰 폭으로 늘지 않았다. 경제성장 과정에서 대규모 투자를 통해 SOC가 확충됨에 따라 자연히 줄어든 것이 가장 중요한 이유다. 반면 수년간 민간 발주 공사 수주액은 크게 늘었다.
대한건설협회가 집계한 ‘국내건설수주액’ 통계에 따르면 2013년 55조1367억원이었던 민간공사 수주액이 2022년 172조8927억원까지 3배 이상 증가하는 동안 같은 기간 공공 수주액은 36조1702억원에서 56조8563억원으로 57.2% 증가하는 데 그쳤다.
그러나 올해 분위기는 다르다. 수년간 각 지역 숙원사업으로 꼽히던 ‘조 단위’ 대형 SOC 사업들이 속속 착공 및 발주를 앞두고 있다. 한 중견 건설사 관계자는 “금융위기 당시를 교훈 삼아 몇 년간 보수적으로 위험성 없는 사업을 수주해왔다”며 “올해에는 특히 대형 관급공사 수주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도 SOC를 활성화해야 할 입장이다. 올해 경제여건은 반도체 등 수출 부문은 회복세가 기대되는 한편, 건설경기 부진과 고물가 등으로 내수가 악화할 전망이기 때문이다. 대형 SOC 공사는 시공 컨소시엄 주관사인 대형 건설사와 지분을 보유한 중견 건설사부터 하도급, 자재 납품업체, 일용근로자는 물론 인근 상점까지 ‘낙수효과’를 누릴 수 있는 대표적 내수 진작 사업으로 꼽힌다.
정부는 올해 관련 예산을 늘렸다. 2024년 국토교통부 예산(예산·기금 합계 기준)은 60조9439억원으로 지난해 55조7514억원 대비 5조원가량 늘었으며 이 중 SOC 예산은 25조원에서 26조4000억원으로 증가했다. 정치권 역시 4월 제22대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지역 민심 확보를 위해 나서면서 SOC 예산을 3000억원 증액했다.
예산집행도 조기에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정부는 건설업 위기가 경제 전반으로 번지는 것을 차단하고 침체된 지역경기를 살리기 위해 2024년 SOC 예산의 65%를 상반기에 집행하겠다고 밝혔다. 올해 건설업계와 지역 정치권을 움직일 주요 SOC 사업을 알아봤다.
가덕도 신공항
현재 PK(부산·울산·경남) 지역을 이끄는 SOC 사업은 ‘가덕도 신공항’ 사업이다. 이 사업은 사업비 13조4900억원을 투입해 부산 강서구 가덕도에 대형 항공기 이착륙을 위한 3500m 활주로와 연면적 1만7200㎡ 규모 여객 및 화물터미널 등을 조성한다. 지난해 12월 29일 기본계획이 고시됐으며 올해 상반기 여객터미널 건축설계공모와 7조원 규모 부지조성 공사 발주가 진행될 전망이다. 단일공구, 턴키(설계·시공 일괄입찰) 방식으로 사업자를 찾는 부지조성 공사 입찰에는 현대건설, 대우건설, DL이앤씨 등 대형 건설사와 공항 사업 노하우가 있는 HJ중공업(옛 한진중공업), 금호건설 등이 참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사업은 ‘동남권 신공항’이라는 이름으로 근 20년간 본격 추진되지 못한 상태에서 백지화 위기를 겪었으나 문재인 정부 때 재추진됐다. 기존 김해국제공항은 인근에 산이 있는 지형으로 인해 장거리 국제선 운항이 가능한 대형 항공기 운항이 어렵고 인구밀집 지역에 위치해 24시간 운영을 할 수 없는 상태다. 결국 2021년 ‘가덕도 신공항 건설을 위한 특별법’이 제정되며 사업은 현실화됐고 공공 SOC 사업의 고비인 기획재정부 예비타당성조사까지 면제받으면서 사업기간은 10년에서 5년으로 단축됐다.
윤석열 정부는 공항건설에 한층 고삐를 당겼다. 최대한 착공일정을 당겨 ‘2030 세계박람회(엑스포)’가 부산에서 개최될 시점에 맞춰 새 공항을 조기개항하겠다는 계획이었다. 2030년 엑스포 개최 무산 이후에도 가덕도 신공항 사업은 2029년 말 개항을 목표로 올해 말 착공에 들어갈 계획이다. 2024년 국토부의 가덕도 예산은 5363억원이다.
GTX
2017년 달아오른 수도권 부동산에 기름을 부었던 GTX가 드디어 그 모습을 드러낸다. 개별 사업비로는 2조~4조원대 규모로 크지 않지만 수도권 시민들의 출퇴근을 책임진다는 측면에서 GTX의 화제성은 컸다. 그중 가장 사업 속도가 빨랐던 GTX-A(파주 운정~동탄)가 올해 수서~동탄 구간을 시작으로 단계적 개통에 들어가면서 편의성 여부를 입증하게 됐다. 지난해 9월 원희룡 전 국토부 장관이 참석한 시운전에선 동탄에서 수서까지 20분이 걸렸다.
두 번째로 진행이 빨랐던 GTX-C(양주 덕정~수원)는 본격적인 착공에 들어간다. 이에 따라 공사를 맡은 현대건설 컨소시엄(현대건설·한화 건설부문·태영건설·동부건설·쌍용건설·현대엔지니어링·효성중공업 등)의 실적에도 본격 반영될지 기대된다. 추진 속도가 늦어 한때 ‘홀대론’까지 불거졌던 GTX-B(인천 송도~남양주 마석)도 올해 착공될 예정이다. GTX-B 민자구간은 대우건설 컨소시엄(대우건설·현대건설·롯데건설·DL이앤씨·포스코건설 등)이, 재정구간 4공구는 KCC건설이 수주했다. 올해 정부는 재정구간 1~3공구 사업자를 선정한 뒤 착공에 들어갈 계획이다.
GTX 사업은 정차 지역 인근 주민들의 관심이 높아 늘 연장 요구에 시달린다. 국토부와 철도공단은 올해 상반기까지 북쪽으로 동두천, 남쪽으로 아산 신창역을 기점으로 하는 GTX-C 연장안에 대한 타당성 검증을 마칠 계획이다. GTX-A는 기존 동탄에서 평택 지제역으로, GTX-B는 마석에서 강원도 춘천역으로 기점을 연장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올해 초에는 GTX-D·E·F 노선 계획이 발표될 예정인데 기존에 김포~부천까지 연결돼 ‘김부선’이라며 반발을 샀던 GTX-D 노선은 강남 삼성까지 직결되는 계획이 추진될 것으로 알려졌다.
광역철도 사업은 수도권뿐 아니라 지방광역시 일대에도 추진되고 있다. 올해 본격적으로 공사가 진행되는 충청권 광역철도 1단계 사업은 기존 경부선과 호남선을 활용해 충북 계룡에서 신탄진까지 35.4㎞ 구간을 이으며 대전 도심을 지나간다. 대전에서 옥천을 잇는 지선 역시 20.1㎞ 길이로 추진된다. 충청권 광역철도는 대전 도시철도 1호선, 2028년 개통 예정인 2호선 트램과 연결된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광역철도를 비롯한 지역 교통인프라 사업은 총선을 앞두고 불거진 ‘메가시티’ 논쟁에서 핵심적인 부분”이라며 “단지 지방에서 넓은 권역을 하나로 묶는 것은 의미가 없으며 1시간 생활권이 가능해야 실질적인 메가시티화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춘천-속초 고속철도
강원도의 수도권 접근성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춘천-속초고속철도(동서고속화철도) 사업이 올해 3214억원 예산을 따냈다. 총 연장 93.7㎞, 사업비 2조4277억원인 이 사업은 2022년 10월 착공했고 이르면 2027년 완공, 2028년 개통할 예정이다. 이 같은 지역 고속·간선철도 공사는 지방계약법과 지자체 조례 등에 따라 지역 건설사 참여가 법제화된 만큼 지역경기 활성화에도 보탬이 된다.
춘천-속초선 노선은 경춘선과 연결돼 서울 용산부터 속초까지 직결된다. 국토부에 따르면 해당 노선을 이용할 경우 서울에서 속초까지 환승 없이 2시간에 도착할 수 있다. 넓게 보면 수도권 확장효과를 가져옴과 동시에 기존에 대중교통 인프라에서 소외됐던 인제, 화천 등 강원도 북부 접경지역들이 수혜를 볼 전망이다.
이 노선과 같은 시기 완공 및 개통 예정인 강원도 철도노선이 강릉-제진(고성군 현내면)철도다. 지난해 착공해 올해 2464억원을 배정받은 강릉-제진철도는 북한까지 이어지던 동해선 중 단절구간을 잇는 사업이다. 강릉부터 제진까지 연결되면 중간 정차역인 속초를 통해 부산까지 이어지는 동해선과 춘천-속초선이 동서·남북으로 연결된다. 턴키방식으로 발주한 춘천-속초선 사업은 공구에 따라 한화 건설부문, HJ중공업이 참여하고 있다. 강릉-제진철도 공사는 SK에코플랜트, 계룡건설 컨소시엄, 쌍용건설 컨소시엄, 극동건설 컨소시엄 등이 맡았다.
민보름 기자 brm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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