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O 뜯어보기] 이에이트, 2년 뒤 매출 9배 성장으로 몸값 정했는데…
디지털 트윈(현실과 똑같은 환경을 구현한 디지털 세계) 플랫폼 기업 이에이트가 코스닥시장 상장에 나섰다. 기술특례상장 방식이다. 이에이트의 2025년 영업수익(매출)이 2023년보다 9배 가까이 늘어날 것이란 전망치 등을 토대로 회사 가치를 책정했다. 이른바 ‘파두 사태’로 기술특례상장 종목에 색안경을 낀 투자자가 적지 않은 상황에서 이에이트가 신뢰를 얻어내는 것이 중요할 전망이다.
1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에 따르면 이에이트는 기업공개(IPO)를 통해 113만주를 모집한다. 100% 신주 모집이다. 이에이트는 희망 공모가 범위(밴드)로 1만4500~1만8500원을 제시했다. 희망 공모가 밴드를 기준으로 이번 공모로 164억원에서 최대 209억원을 모집한다. 예상 시가총액은 1384억원~1765억원이다.
대표 상장 주관사인 한화투자증권은 이에이트의 희망 공모가 밴드를 비교기업 주가수익비율(PER·시가총액 ÷ 순이익)과 2025년 실적 전망치를 토대로 책정했다. 우선 사업 등이 유사한 케이사인, 파수, 아이퀘스트, 영림원소프트랩, 브리지텍 등을 비교대상 기업으로 선정했다. 이들 기업의 PER 평균은 27.39배로 나왔다. 여기에 이에이트의 2025년 추정 당기순이익 132억원에 연 할인율 20%를 적용해 현재 가치로 변환한 값(91억원)을 곱해 기업가치를 2501억원으로 평가했다.
이에이트의 기업가치 2051억원을 주식 수로 나눈 주당 평가가액 2만4431원에, 40.65%~24.28%의 할인율을 적용하면 희망 공모가가 나온다. 한화투자증권은 “이에이트의 주요 사업인 시뮬레이션 소프트웨어 사업이 안정적 성장세를 보이고, 디지털 트윈 플랫폼 서비스의 사업 성과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하는 2025년 추정 당기순이익에 PER을 적용하는 것이 기업가치를 평가하기에 가장 타당할 것으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에이트는 지난해 매출 36억원, 당기순손실 59억원을 기록한 것으로 추산됐다. 한화투자증권은 이에이트가 계약을 마친 사업과 수주 가능성이 있는 계약, 예상 비용 등을 토대로 실적 전망치를 산출했다. 올해 매출 164억원에 당기순이익 31억원으로 흑자전환하고, 2025년 매출 306억원과 당기순이익 132억원을 올린다는 것이다.
이에이트가 이런 전망치를 실현할 수 있다고 투자자들에게 증명하는 것이 공모 성패를 가를 것으로 보인다. 반도체 설계 업체 파두가 지난해 연 매출 1200억원을 제시한 뒤 상장했다가 반년간 매출이 4억원에 그쳐 ‘뻥튀기’ 논란이 불거진 사례가 있어서다.
이에이트는 2012년 설립, 디지털 트윈 솔루션 사업을 하고 있다. 입자 방식 시뮬레이션 소프트웨어 ‘엔플로우(NFLOW)’가 주요 제품이다. 기존 전산유체역학(CFD)의 격자 방식 시뮬레이션보다 유동 해석에 유리하고, 전처리·해석 속도가 빠르다고 한다.
예를 들어 도시 설계 단계부터 바람이 잘 통할 수 있는 구조로 건물을 배치할 수 있도록 바람길을 시뮬레이션하거나, 집중호우가 발생했을 때 강수의 흐름을 예상해 취약점을 발굴할 수 있다. 식기세척기나 세탁기, 에어컨 등 물과 기체를 쓰는 가전제품 설계나 혈관 질환 관련 임상, 화학 반응 실험 등에도 적용할 수 있다. 이에이트는 삼성전자, POSCO홀딩스, 한국항공우주산업(KAI), KB국민은행 등에 솔루션을 개발·공급했다.
이에이트가 자체 기술 개발을 통해 별도의 로열티(royalty)를 내지 않아도 되는 점은 수익성 측면에서 긍정적이다. 외국 경쟁 제품보다 저렴해 가격 경쟁력도 있다. 다만 정부와 지자체, 대기업 등으로부터 수주를 받아야 하는 사업 특성상 협상 과정에서 적정한 판매 단가를 책정받는 것이 과제로 꼽힌다.
이에이트는 오는 29일부터 다음 달 2일까지 기관 투자자를 대상으로 수요예측을 진행, 공모가를 확정한다. 이어 다음 달 13일부터 이틀간 일반 투자자들의 청약을 받고 코스닥시장에 입성할 계획이다. 이에이트는 공모를 통해 모집한 자금으로 고성능 서버를 구입하고, 기술 고도화를 위한 연구·개발(R&D)에 투자하기로 했다. 연구소 내 개발 인력도 충원할 계획이다.
한편, 최근 금융감독원은 기술특례상장 심사를 강화하고 있다. 앞서 기술특례상장을 위해 증권신고서를 제출한 코셈과 케이웨더 등이 금융감독원 심사 과정에서 일정이 2주 넘게 연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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