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상논단]새 시대 맞는 'K브랜드 발전론' 구축해야
각자도생에 극단적 고립주의 가속
부국강병 덕목 국민국가 시대 끝나
프로가 대접받는 '전업화 사회' 등
한국적 발전의 길 정립해 나가야
새해 벽두부터 전 세계가 계속해서 요동치고 있다. 평소 같으면 석학들이 화두를 던지고는 했다. 미국 대통령 선거가 안갯속에 갇혀 있다. 일본항공(JAL) 여객기가 착륙 중 해상보안청 항공기와 충돌했다. 중국은 사정의 칼을 다시 잡기 시작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도 그칠 기미가 없다. 대만 총통 선거에서는 반중 인사인 라이칭더가 당선됐다. 국내는 총선 승리를 위한 격렬한 정쟁에 몰입해 있다. 세계적 대전환에 대비한 울림이 있는 차분한 논의가 국내외적으로 실종됐다.
현재의 과제들은 혁신적 해법을 요구하고 있다. 세계화의 기수인 미국이 안보를 구실로 기술 동맹이라는 짝짓기에 나섰다. 민감 산업에 국한한다고 하지만 결국은 특정 국가 배제일 수밖에 없다. 유엔·세계무역기구(WTO) 등 국제기구도 무기력하기는 마찬가지다. 근본적으로 변해야 한다. 미국 등 강대국들이 기득권을 포기하는 희생이 없다면 각자도생의 극단적 고립주의로 갈 수밖에 없다. 영화 ‘오펜하이머’의 잔영이 어른거린다. 역설적으로 ‘부국강병’이 덕목이던 국민국가 시대가 끝나가고 뭔가 모색 단계일 수도 있다. 산업화의 한계도 분명하다. 인류가 지속 생존하자면 현 수준의 발전으로 충분한 것 아닐지. 기후변화의 부작용으로 절절히 와닿는다.
우리도 한국적 발전의 길을 정립해 우리와 인류 발전에 도움이 돼야 한다. 충분히 가능하고, 할 수 있다. 인구 5000만 명 이상(29개국), 1인당 소득 3만 달러(48개국)를 동시에 충족하는 국가가 됐다. 7개국 중 하나다. 대단하다. 나머지 국가들은 1·2차 세계대전의 당사자들이다. 유럽 제국주의의 후예들에 더해 미국은 이민 세대의 피나는 노력으로 아메리칸 드림(American Dream)을 일궈냈다. 일본은 제조업 강세에다 상시 지진 대비 등으로 ‘치밀한 관리’라는 브랜드를 만들어냈다. 우리는 반상 계급 갈등, 조공국, 식민지, 동족 전쟁 등 오랜 고난을 거쳐 경제 통상 국가를 기치로 여기까지 왔다. 정체성이 체화된 K브랜드 발전론을 구축해내야 한다.
정치가 바뀌어야 한다. 해방 후 지난 80년간은 남북한 대치라는 극도의 긴장 관계 속에서 국력을 키웠다. 자동차·선박·반도체 등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이룰 수 있었다. 지금은 K방산·한류가 힘을 받고 있다. 주축 세대인 40~55세의 학력이 무척 높다. MZ세대는 동년배의 70% 이상이 대졸이다. 아직도 사회의 조연이 가능한 베이비부머들도 동년배 10%가 대학생인 세대이다. 교육의 질이 낮다고 하지만 이런 고학력 국가는 없다. 고학력일수록 합리적 이성이 발휘될 가능성이 높다. 관건은 지도자다. 총선에서도 이성적으로 인물을 뽑을 수 있다. 직업으로서의 국회의원이 아닌, 소명 의식을 지닌 경세가로서의 국회의원이 많이 나와야 한다. 그들의 경쟁으로 대통령이 나와야 한다. 고학력인 우리 국민이 나서야 한다. 능력 있는 우리 고학력 청장년층이 세계를 누비게 해야 한다.
학계도 거듭나야 한다. 새로운 발전의 개념을 만들어내야 한다. 훨씬 개방적·포용적이어야 한다. 죽창가 타령만 할 게 아니다. 일본을 더 배워야 한다. 일본은 ‘신자본주의’를 주창해 코로나 고립 시기에 주춤하던 제조업 대신 도시 미관을 적극적으로 개선했다. 얼굴을 확 바꾼 것이다. 정책이 훨씬 유기적이다. 각지에 국내외 관광객이 몰리고 있다고 한다. 중국도 사람과 문화를 중시하는 ‘인(사람)문(문화)경제학’을 이론화하는 데 열심이다. 악마화만 할 게 아니다. 일찍이 미관영향평가제를 시행해 스카이라인을 인상적으로 구축해오고 있다.
17세기 이후 자유·생명·재산·평등이 줄기차게 주창됐다. 아직도 평등이 큰 문제다. 절대적 평등이나 승자 독식이 아닌 중용·균형이 자리 잡아야 한다. 다양한 직업 분야에서 진짜 프로가 대접받는 ‘전업화 사회’도 고민해봐야 한다. 한 전직 의원이 ‘공동체자유주의’ 주창자인 고(故) 박세일 교수 이후 거대 담론이 사라졌다고 학계를 질타했다. 얼굴이 화끈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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