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 '5조 클럽' 입성하나… 상생금융 지원에 실적 전망치 하향

박슬기 기자 2024. 1. 15. 0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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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S리포트-역대 최대 실적에도 몸 사리는 은행권①] 4대 은행 1.3조 자영업자 이자 캐시백에 지주 영업익 5% 감소 예상

[편집자주]국내 4대 금융지주가 올해 역대급 실적을 낼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고금리 장기화에 따른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확대 우려와 연체율 상승 등 금융환경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커진 만큼 금융지주는 의사소통 효율화를 위해 조직 슬림화를 단행했다. 핵심 계열사인 은행들도 이자장사로 돈잔치를 벌였다는 비난 여론을 의식해 퇴직금과 성과급 규모를 줄이며 위기 극복에 나서고 있다.

그래픽=김은옥 기자
◆기사 게재 순서
① KB금융, '5조 클럽' 입성하나… 상생금융 지원에 실적 전망치 하향
②'이자장사' 지적에 은행 퇴직금·성과급 반토막… 인사적체 속앓이
③"위기 속 의사결정은 빠르게"… '조직 슬림화'로 내실 경영 나선 금융지주

국내 4대 금융지주가 고금리 기조 속 견조한 성장세를 보이며 올해 역대급 실적을 달성할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한국은행이 1년째 3.50%의 기준금리를 유지하고 있어 높은 이자부담에 대출 수요가 줄고 있지만 기업대출을 중심으로 한 대출 성장에 힘입어 이자이익을 늘리는 동시에 비이자이익도 꾸준히 늘리고 있어서다.

다만 지난해 말 은행권에서 2조원 이상의 상생금융(자영업자 소상공인 이자 캐시백) 지출이 결정돼 4대 금융지주의 지난해 순이익은 전년에 비해 소폭 줄어들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4대 금융지주 실적 전망치, 줄줄이 하향 조정


15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KB·신한·하나·우리 등 4대 금융지주의 지난해 순이익 전망치는 지난 9일 기준 15조6729억원으로 전년(15조7312억원) 대비 0.66%(1033억원) 줄어들 것으로 추정됐다.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4대 금융지주의 그 해 순이익은 16조3114억원으로 전망돼 2022년에 이어 2023년에도 역대 최대 실적을 거둘 것이라 전망이 우세했다

하지만 2조원 규모의 '상생금융' 지원안이 지난해 4분기 실적에 반영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순이익 전망치가 당초보다 4.37%(6835억원) 하향됐다.

특히 KB금융은 지난해 순이익이 당초 5조504억원으로 추정돼 국내 금융지주 사상 첫 '5조 클럽'에 입성할 것이란 기대감을 한껏 모았다.

하지만 9일 기준 전년 대비 13.53% 증가한 4조9895억원에 그쳐 순이익 전망치가 기존 대비 1.21% 하향 조정됐다. 그나마 KB금융은 나머지 금융지주 3곳과 달리 나홀로 성장을 일굴 것으로 전망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신한금융의 지난해 순이익 전망치 역시 지난해 12월 말 4조6662억원에서 9일 기준 4조3964억원으로 5.78% 하향됐다. 따라서 전년 대비 지난해 순이익이 5.29% 줄어들 것이란 관측이다.

같은 기간 하나은행의 순이익 전망치도 3조7045억원에서 3조5079억원으로 내려잡으면서 전년 대비 순이익이 1.25% 줄어들 것으로 예상됐다.

우리금융의 경우 지난해 순이익이 전년 대비 무려 12.98% 폭락한 2조7340억원의 순이익을 낼 것으로 전망됐다.
그래픽=김은옥 기자


4대 은행서만 상생금융 1.3조 지원


이처럼 기존 전망과 달리 금융지주 실적 전망에 빨간불이 켜진 것은 금융지주 핵심 계열사인 은행들이 3000억원 안팎의 이자를 자영업자(소상공인)에 돌려주는 '민생 금융지원방안'을 이달부터 실행한 데 따른 결과로 분석된다.

은행권은 올 1월부터 개인사업자 대출 2억원 한도로 연 4%를 초과하는 금리에 대해 1년간 이자 납부액의 최대 90%를 돌려준다. 캐시백 한도는 최대 300만원이다. 이에 따라 4대 은행은 이자 캐시백의 일부를 지난해 4분기 회계상 영업비용으로 반영하는 방식을 검토 중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통상 사회공헌 지출 비용 등은 그동안 은행별 자체적으로 회계처리를 해왔는데 이번 상생금융은 은행연합회를 주축으로 은행권이 공동으로 추진하다보니 회계처리도 은행연에서 공동으로 마련한 방법으로 비용 처리를 할 예정"이라며 "다음달까지 은행연에서 회계처리 방법이 정해지면 모든 은행들이 이에 따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4대 은행의 자영업자 이자 캐시백 규모를 은행별로 보면 KB국민은행 3721억원, 하나은행 3557억원, 신한은행 3067억원, 우리은행 2758억원 등으로 총 1조3025억원이다.

이중 80%인 1조420억원이 회계상 비용으로 처리되면 4대 금융지주의 지난해 영업이익 예상치(약 21조원)의 5% 가량 줄어드는 것으로 추정된다.

은행연 관계자는 "한국회계기준원 등에 질의·회신한 은행권의 상생금융 회계 처리 방식을 지난해 말 각 은행에 참고하라고 공지했다"며 "은행별로 경영진이나 이사회 등에서 비용 회계처리 시기 등에 대한 의사결정을 자체적으로 맡기겠다"고 말했다.

다만 4대 금융지주는 올해 16조9225억원의 순이익을 내 사상 최대 실적을 낼 것이란 기대감이 나온다. 지난해 전망치와 비교해 8.28% 증가한 수치다.

지주별로 보면 ▲KB금융 5조2027억원 ▲신한금융 4조8054억원 ▲하나금융 3조8514억원 ▲우리금융 3조630억원 등이다. 금융지주 관계자는 "올해도 금리 인하로 NIM(순이자마진) 하락과 홍콩 H지수 ELS(주가연계증권)의 대규모 손실 우려로 투자 상품 판매가 위축돼 비이자이익 확대에도 한계가 있어 보인다"며 "각 금융사의 상생금융 비용 적용 시기에 따라 실적 차이도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박슬기 기자 seul6@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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