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선료가 500억?…현대판 ‘봉이 김선달’[김경렬의 금융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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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씨는 팔고 있는 '닭'을 '봉(전설의 새)'이라며 바가지를 씌운 시장의 닭장수를 역으로 골탕 먹였다.
김 씨는 그 닭을 닷냥에 사서 봉이라며 사또에게 진상했다.
김 씨는 봉인줄 알고 열냥에 샀다고 거짓을 고했다.
사또는 닭장수를 불러 김 씨에게 열냥을 내주도록 하고 문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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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씨는 팔고 있는 '닭'을 '봉(전설의 새)'이라며 바가지를 씌운 시장의 닭장수를 역으로 골탕 먹였다. 김 씨는 그 닭을 닷냥에 사서 봉이라며 사또에게 진상했다. 사또는 닭을 보고 크게 노했다. 김 씨는 봉인줄 알고 열냥에 샀다고 거짓을 고했다. 사또는 닭장수를 불러 김 씨에게 열냥을 내주도록 하고 문책했다.
조선 말기 평양부에 살았다는 희대의 사기꾼 '봉이 김선달'의 일화다. '선달'은 무과에 급제한 사람을 부르는 칭호였다. 무과에 급제할 만큼 명석했던 사람이 돌변해 전문적인 사기 기법으로 개인 호주머니를 불렸다. 김 선달의 무용담을 접하고도 일말의 통쾌함을 느끼지 못한 이유다.
요즘 증권가에서는 본인 호주머니에 수억원을 집어넣는 경우가 빈번하다. 수천만원은 푼돈처럼 여겨진다. 최근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을 관리하는 임원도 수천만원으로 500억원을 벌었다. 500배 이상 평가차익을 낸 것이다.
해당 증권사 임원은 번 돈을 본인이 실질적으로 지배하고 있는 회사 수입으로 잡았다. 임원은 토지계약금대출, 브릿지론, 본PF 등을 주선하면서 얻은 사업장 개발 정보를 활용해 부당이득을 취했다. PF 사업을 통해 눈앞에서 수백억원이 오가다보니 수수료로 받는 수억원은 작은 액수라며 숫자에 둔감해진 것으로 보인다.
돈을 빼돌린 정황은 복잡하다. 이 임원은 B시행사에 PF 사업(총 2000여억원 규모)을 주선했다. 임원은 B시행사의 모기업 C(지분률 80%)에서 발행한 전환사채(CB)를 취득했다. 임원은 돈 한 푼 내지 않았다. 본인의 지인이 대표이사로 있어 사실상 지배하고 있는 D회사를 통해 수천만원을 입금하고 CB를 매입했기 때문이다.
D회사는 매입한 CB를 PM용역사(SPC) E에 매각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매각 대금은 500여원에 달했고 이를 해당임원이 취득한 것으로 볼 수 있다. E는 B시행사가 800여억원의 PF대출 일부를 빌려줘 서로 관계가 있었다. 일련의 매매 상황에서 서로 통정했다는 합리적 의심을 사고 있다.
이밖에도 임원은 본인이 관리하는 법인을 통해 사업장별 특수목적법인(SPC)에 700여억원(5건)을 빌려주고, 수수료·이자 등으로 40여억원을 챙겼다. 이중 600여억원(3건)은 이자제한법상 최고금리인 20%를 넘는 고리대 장사였다.
증권사 임원에 오를 정도로 명석했던 사람의 일탈을 보면, 문제가 된 PF대출로 최근 워크아웃에 돌입한 태영건설이 살아날 수 있을까 걱정된다. 업장 하나하나를 실사하면서 복잡한 이해관계와 소소한 일탈들이 지표 뒤에 숨었을지 모른다.
여의도에서 PF대출 관련 업무를 하고 있는 한 증권사 직원은 "성과급도 없이 일하고 있고, 기존 성과급도 사업장 위기를 막는 데 쓰고 있다"며 "이런 사실들이 적발되면서 시장 상황은 더욱 악화되고 있다. 회사에서 자리가 없어질지 걱정 된다"고 전했다. 500억원을 품에 안은 임원의 상황과는 명암처럼 대비되는 말이었다. 김경렬기자 iam10@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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