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용사’ ‘윤석열 정부 용사’, 국방장관이 할 소린가 [사설]

한겨레 2024. 1. 15. 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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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원식 국방부 장관이 지난해 공식 석상에서 국군 병사를 '문재인 정부 용사', '윤석열 정부 용사'로 구분해 지칭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14일 한겨레가 취재한 내용을 보면, 신 장관은 지난해 12월13일 국방부에서 열린 후반기 전군 주요지휘관회의를 주재하며 "2023년 12월12일이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지 딱 18개월 되는 날이다. 용사를 기준으로 문재인 정부 때 용사에서 윤석열 정부 용사로 완전히 바뀌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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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서해 북방한계선(NLL) 인근 해안포 사격을 실시한 데 대응해 서북도서부대가 해상 사격훈련을 한 5일 합참 전투통제실에서 신원식 국방부 장관이 우리 군의 해상사격 훈련을 점검하고 있다. 국방부 제공

신원식 국방부 장관이 지난해 공식 석상에서 국군 병사를 ‘문재인 정부 용사’, ‘윤석열 정부 용사’로 구분해 지칭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용사’는 군에서 장교와 부사관이 아닌 일반 병사를 일컫는 말이다. 국방의 의무를 다하기 위해 군에 입대한 병사들마저 정쟁의 수단으로 삼아 갈라치기하는 저급한 행태다. 한 나라의 군을 이끌 자격이 있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다.

14일 한겨레가 취재한 내용을 보면, 신 장관은 지난해 12월13일 국방부에서 열린 후반기 전군 주요지휘관회의를 주재하며 “2023년 12월12일이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지 딱 18개월 되는 날이다. 용사를 기준으로 문재인 정부 때 용사에서 윤석열 정부 용사로 완전히 바뀌었다”고 말했다. 육군 병사 복무 기간이 18개월이라는 점을 염두에 둔 발언이다. 그는 “(이는) 굉장히 큰 의미가 있다”고도 했다. 국방부는 ‘이제 우리(현재 군 수뇌부) 책임이 정말 무겁다’는 걸 강조하려는 말이었다고 해명했지만, 도무지 납득이 안 되는 언사가 아닐 수 없다. 문재인 정부 시기에 입대한 병사들은 대한민국 군인이 아니란 말인가.

신 장관의 발언은 단순한 실수로 치부하기 어렵다. 평소 갖고 있던 생각이 고스란히 드러났다고 봐야 한다. 실제 그는 문제의 발언이 나온 전군 주요지휘관회의에서 “북한의 선의와 초현실적인 낙관에 기댄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는 완벽한 가짜였다. 잘 짜인 한 편의 사기극이라고 해도 지나친 말은 아닐 것”이라며, 문재인 정부의 대북 정책을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헌법상 ‘정치적 중립’ 의무가 있는 군 지휘관 앞에서 해선 안 될 매우 부적절한 발언이었다. 신 장관은 지난해 9월 인사청문회에서는 홍범도 장군 흉상과 관련해 “당시 문재인 대통령의 의지에 의해 된 것”이라며 장관이 되면 철거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독립운동마저 정파적·이념적으로 재단하는 편향성을 드러낸 것이다.

군인복무기본법에 규정돼 있듯이, 국군은 ‘국민의 군대’다. 정치권력과 상관없이 나라를 지키고 국민을 보호하는 사명을 갖고 있다. 문재인 정권의 군대, 윤석열 정권의 군대가 따로 있을 수 없다. 군을 통솔하는 국방부 장관이 정파적으로 내 편, 네 편을 가르는 것은 참으로 경솔하고 위험천만한 인식이 아닐 수 없다. 군대의 사기와 전투력이 ‘즉·강·끝’(즉시, 강력하게, 끝까지 응징)만 되뇐다고 높아지는 건 아니라는 점을 명심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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