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D집다] 토종씨앗, 그 소중함에 대하여…

관리자 2024. 1. 15.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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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이맘때면 남편과 머리를 맞대고 지난 한해 농사가 어땠는지 돌아보며 올해 농사를 생각한다.

농촌진흥청 농업유전자원센터에 보관돼 있던 400여가지 토종 쌀을 심고 거둬 그 씨앗을 복원했다는 농부는 소농들이 토종 씨앗을 키우기 위해선 적당한 가격 유지가 중요하며 소비자들이 계속해서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역설했다.

토종 씨앗을 지키는 분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여태껏 토종 씨앗을 심고 거두어온 어르신들이 힘에 부쳐 농사를 그만두게 돼 씨앗을 잃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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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이맘때면 남편과 머리를 맞대고 지난 한해 농사가 어땠는지 돌아보며 올해 농사를 생각한다. 새로 심을 씨앗을 정리하고 밭 지도를 펼쳐 무엇을 심을지 계획을 세운다. 작년에 새로 심었던 토종 팥은 얼마나 키우는 게 좋을지 의논하고 또 어떻게 먹는지 관련 자료를 찾아보기도 한다.

농사를 시작하면서부터 ‘토종 씨앗’이라는 것을 알게 돼 조금씩 심었다. 쉽게 모종을 살 수 있는 개량종과는 다르게 토종 작물은 씨앗을 구하기 쉽지 않다. 토종 작물을 키우는 분들에게 씨앗을 받거나 모종을 키워 심어야 한다. 계속 그 작물을 재배하고 싶다면 씨앗을 직접 받아야 해서 알아야 할 것과 신경 써야 할 것이 많다. 하지만 이를 통해 많은 것을 배운다. 이 땅에서 살아온 사람들이 무엇을 먹고 살았는지, 씨앗 이름에 어떤 의미가 숨어 있는지, 왜 이런 씨앗들이 없어져 가는지 등….

붉은색이 아닌 노란색 토종 팥을 심고 있다. 몇년 전 귀한 씨앗이라는 말과 함께 받은 노랑팥을 심으며 쓰임새가 궁금했다. 최근 다른 농부의 예전 인터뷰 자료를 인터넷에서 발견했는데 노랑팥과 흰팥은 제사상에 올라가는 떡의 고물로 사용했다고 한다. 지금이야 ‘왜 굳이 따로 제사에 쓸 씨앗을 키웠을까?’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이 씨앗의 존재를 통해 제사상을 차리는 문화가 우리에게 중요했음을 유추해볼 수 있다.

지난해 11월 서울에서 ‘토종’을 주제로 한 농부시장이 열렸다. 꽤 많은 농부가 토종 작물을 가지고 나와 소비자를 만났다. 그저 비닐 포장된 채 마트 매대에서 장바구니로 옮겨가는 채소가 아니라, 농부와 함께 살아온 씨앗의 이름과 농부의 사연을 만나는 자리였다. 열매가 작고 수량이 적게 나오기에 잊혀지는 게 자연스럽다는 토종 씨앗을 굳이 심고 거두며 살아온 농부의 이야기를 어디서 들을 수 있을까. 동네 근처에 자연스레 자란 갓의 씨앗을 어머니와 함께 털어 기름을 짜온 제주지역 농부도 있었다. 예전부터 약으로 먹어왔다는 야생갓 씨앗 기름을 소개하는 농부 이야기에 소비자들은 귀를 기울였다. 일제강점기와 산업화를 거치며 사라져간 토종 쌀 수십여가지를 들고 장터에 나온 농부도 눈에 띄었다. 농촌진흥청 농업유전자원센터에 보관돼 있던 400여가지 토종 쌀을 심고 거둬 그 씨앗을 복원했다는 농부는 소농들이 토종 씨앗을 키우기 위해선 적당한 가격 유지가 중요하며 소비자들이 계속해서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역설했다.

하지만 이런 이야기들은 매우 작은 부분에 불과하다. 부의 양극화라고 했던가. 농사도 양극화가 돼가는 듯하다. 대량 생산으로 가격 경쟁력을 갖춘 사업으로서 농업이 자리하거나 삶의 형태로서 농사가 자리 잡거나….

이런 소중한 이야기들을 우리가 접할 수 있을 때 더 많이 듣고 나누고 기록해야 한다. 토종 씨앗을 지키는 분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여태껏 토종 씨앗을 심고 거두어온 어르신들이 힘에 부쳐 농사를 그만두게 돼 씨앗을 잃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우리에게 시간이 얼마나 남았을지 모르겠다. 소비자로서 또 생산자로서 우리 모두 더 늦기 전에 토종 씨앗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안정화 종합재미농장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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