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산책] 경제관점에서 본 ‘출생률 낮은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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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인구절벽은 세계에서 유례없는 상황으로 심각하다.
50년 전만 해도 우리나라의 출산율은 4.5명을 넘었는데 왜 이렇게 줄었을까?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경제와 관련된 이유만 살펴보자.
우리나라도 농경사회였을 때 이와 같은 원칙이 적용됐지만, 현대화와 지식경제가 기반인 선진국이 되면서 자연스럽게 출생률도 떨어졌다.
이를 해결하려면 우리나라의 전반적인 경제·사회·문화적 변화가 필요한데 가능할지 염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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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경제 기반 선진국 진입 영향
출산·양육땐 여성소득 크게 하락
정부지원금 보전에 턱없이 부족
자녀 키우며 즐거움 느낄 수 있게
경제·사회·문화 전반적 변화 필요
우리나라 인구절벽은 세계에서 유례없는 상황으로 심각하다. 합계출산율은 지난해 3분기 기준 0.7명으로 인구 유지에 필요한 출산율(2.1명)의 반도 안된다. 50년 전만 해도 우리나라의 출산율은 4.5명을 넘었는데 왜 이렇게 줄었을까?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경제와 관련된 이유만 살펴보자.
먼저 범세계적 통계를 보면 가난한 국가의 출생률이 선진국보다 훨씬 더 높다. 가난한 국가는 기반이 농업경제일 가능성이 큰데, 농업경제에서는 자녀가 많아야 일손도 늘기 때문에 출생률이 높을 수밖에 없다. 또한 가난한 국가에서는 정부가 복지나 노후 보장 정책을 펼치지 않으므로 자녀들, 특히 재산권을 행사할 수 있는 아들이 부모의 노후를 보장하는 안전망이 되는 셈이다. 가난한 나라에는 교육의 기회도 없다. 따라서 자녀들을 키우는 데 비싼 비용을 투입할 필요가 없다. 우리나라도 농경사회였을 때 이와 같은 원칙이 적용됐지만, 현대화와 지식경제가 기반인 선진국이 되면서 자연스럽게 출생률도 떨어졌다.
그러면 현재를 보자. 지식경제가 중요시되는 현대 사회에서 여성 대다수는 일을 한다. 여성들의 높아진 수입으로 출산과 육아를 뒷받침하는 경제적 여유는 늘었지만, 일과 가정을 병행해야 해 시간적 여유는 사라졌다. 한편 여성이 출산·육아를 하는 동안 감소된 소득이 향후에도 영향을 끼쳐 평생 총소득마저도 크게 떨어뜨린다. 최근 국제비교연구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경우 출산 후 여성의 평생 소득이 49% 감소하는데, 이는 다른 국가와 비교했을 때 가장 크게 떨어지는 수치다. 반면 우리나라는 아이를 키우는 비용이 가장 큰 나라다. 자녀를 18세까지 키우는 비용을 1인당 국내총생산(GDP)과 비교하면 7.7배로 프랑스나 호주의 2배가 넘는다. 아이를 낳으면 양육 비용 부담은 늘지만 가족 소득은 떨어지는 구조다. 정부가 돈을 지원해준다고 하지만 출산·양육으로 잃는 소득을 보전하기엔 턱없이 부족하다.
개인적으로 여성의 소득 감소와 비싼 양육비 환경을 구축하는 궁극적인 원인은 우리나라 노동시장의 경직성에 있다고 생각한다. 여성의 소득이 크게 떨어지는 이유는 경력이 단절되기 때문인데, 여성으로서는 출산 후 다른 일자리를 찾기 어렵다. 출산 휴가를 내려고 하면 회사는 대체 인력을 구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여성은 회사의 눈치를 봐야 한다. 또 우리나라 양육비가 많이 드는 이유는 사교육비가 높기 때문이다. 이 역시 노동시장 경직성 탓에 젊은이들이 좋은 직장을 구하기 위해서는 좋은 교육을 받아야 하는 현실에 기인한다.
그러면 돈만 지원해주면 출생률이 높아질까? 아닐 것 같다. 인구를 연구하는 경제학자들끼리 만난 자리에서 과거에는 자녀가 투자재였지만, 지금은 소비재나 사치재라는 농담이 오간다. 과거에는 노후생활을 보장하는 데 자녀들의 도움이 필수적이었지만, 지금은 자녀를 키우면 개인 부담만 는다. 이러한 부담을 심리적으로 완화하기 위해서는 아이들을 키우면서 인생의 즐거움과 의미를 느껴야 한다. 그런데 현재 청년들이 어렸을 때를 떠올리면 어떠한 기억이 있을까? 가족과 같이 보내는 자유시간은 부족하고 학업에 매달려서 공부만 했던 삶을 겪은 청년들은 자녀에게 이러한 인생을 물려주고 싶을까? 부모들이 희생만 하고 자녀와 같이 삶을 즐기는 것을 제대로 경험해보지 못한 젊은이들은 자녀를 가지고 싶을까? 자녀들에게 공유하고 싶은 경험이 없는 청년들이 자녀를 키울 생각을 가질까?
우리나라의 출생률이 떨어진다는 것은 큰 수수께끼는 아니다. 이를 해결하려면 우리나라의 전반적인 경제·사회·문화적 변화가 필요한데 가능할지 염려된다.
양준석 가톨릭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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