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집단 식중독, 달걀 살모넬라 때문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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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말 포스코 포항제철소에서 집단 식중독 사고가 발생했다.
달걀덮밥과 식중독 환자의 가검물에서 살모넬라 식중독균이 검출된 것까지는 확인됐다.
살모넬라 식중독균은 달걀 외에도 샐러드용 채소·돼지고기·당근·생선 등에서 나타날 수 있어서다.
농림축산식품부가 2018∼2022년 전국 양계농장에서 연간 4000여개씩 달걀을 수거해 살모넬라 식중독균 3종을 검사했을 땐 2020년 이후 3년 연속 검출률이 0%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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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말 포스코 포항제철소에서 집단 식중독 사고가 발생했다. 식중독 사고치고는 극히 드물게 사망자까지 나왔다. 환자가 나오기 시작한 날 도시락에서 달걀이 들어간 덮밥이 나왔다고 한다. 주요 방송사를 비롯한 많은 언론사에서 “달걀에서 식중독을 일으키는 살모넬라균이 검출됐다”고 보도했다.
‘유탄’은 난데없이 양계업계에 떨어졌다. 달걀덮밥과 식중독 환자의 가검물에서 살모넬라 식중독균이 검출된 것까지는 확인됐다. 하지만 달걀덮밥의 재료로 사용된 달걀·고기·채소 중 어떤 것이 원인이 돼 식중독 사고를 일으켰는지는 방역당국이 밝혀내지 못했다. 당시 식재료로 사용한 달걀의 재고가 없어 공급 업체의 다른 생달걀을 검사했으나 살모넬라균은 검출되지 않았다. 이런 사실을 종합 검토했을 때 식중독 원인이 달걀이라고 지적한 기사는 과학적 근거 없이 섣불리 보도됐다고 볼 수 있다. 살모넬라 식중독균은 달걀 외에도 샐러드용 채소·돼지고기·당근·생선 등에서 나타날 수 있어서다.
살모넬라균은 2600개 이상의 혈청형으로 분류돼 종류가 매우 다양하다. 수많은 살모넬라균 중에서 사람에게 주로 식중독을 일으키는 것은 살모넬라 엔테라이티디스와 살모넬라 티피뮤리움이다. 살모넬라 식중독은 살모넬라균에 오염된 사람·가축·야생동물의 대변을 직간접적으로 섭취하면 감염된다.
해당 식중독 사고의 최종 역학조사 결과는 나오지 않았다. 그런데도 원인을 달걀로 지목한 것은 맞지 않다. 서양에선 살모넬라 식중독을 일으키는 주요 식품으로 달걀이 꼽힌다. 하지만 국내 상황은 다르다. 국산 달걀이 살모넬라 식중독균에 오염될 가능성은 매우 낮다.
실제 2012∼2018년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식품에서 검출된 살모넬라균 174건의 혈청형을 조사한 결과 달걀에서 검출된 사례는 단 한건에 불과했다. 농림축산식품부가 2018∼2022년 전국 양계농장에서 연간 4000여개씩 달걀을 수거해 살모넬라 식중독균 3종을 검사했을 땐 2020년 이후 3년 연속 검출률이 0%였다. 식약처가 2018∼2022년 식용란 수집판매업체 등에서 유통 중인 달걀의 살모넬라 엔테라이티디스 양성률(검출률)을 조사한 결과에서는 2021년까진 불검출됐고, 2022년엔 234건 중 2건에서만 식중독균이 발견돼 검출률이 0.9%에 그쳤다.
이처럼 국산 달걀에서 살모넬라 식중독균이 서양보다 훨씬 낮게 검출되는 것은 선별 포장단계에서 자외선 살균기를 사용하고, 양계농장에서 살모넬라 갈리나룸 예방 백신을 닭에게 접종하고 있기 때문으로 판단된다. 이 백신을 주사하면 식중독균인 살모넬라 엔테라이티디스도 함께 죽는 것으로 알려졌다. 닭 질병인 가금티푸스를 유발하는 살모넬라 갈리나룸은 사람에겐 이렇다 할 증상을 일으키지 않는다.
이번 식중독 사고의 원인은 겨울철에 흔히 발생하는 노로바이러스나 또 다른 식중독균인 황색 포도상구균 등에 복합 오염된 탓일 수도 있다. 언론은 확실한 근거 없이 식중독을 일으킨 원인이 달걀이라고 지목하기보다 최종 역학조사 결과를 차분하게 지켜봐야 한다. 달걀이 식중독 사고의 원인 식품으로 확인될 가능성은 지극히 낮아 보인다.
식중독 사고에선 원인 병원균과 식품을 찾는 것은 중요하지만, 일반인이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힘들다. 원인 불명인 사례도 수두룩하다. 따라서 과학적 근거 없이 특정 식품을 식중독의 원인 식품으로 몰아가서는 안된다. 이는 모두에게 득이 되지 않는다.
박태균 한국식품커뮤니케이션포럼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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