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농식품부의 존재 이유

양석훈 기자 2024. 1. 15.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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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림축산식품부 차관인지 기획재정부 차관인지 착각하게 돼요. 말하는 기조가 기재부와 똑같잖아요."

한훈 농식품부 차관은 "기재부는 이미 농민에게 과도한, 상당한 지원이 이뤄지고 있고 (다른 업종에서 지원을 요구하는 등) 파급효과가 클 수 있어 해당 조문을 삭제하는 게 좋겠다는 의견이며 큰 틀에서 농식품부는 기재부와 차이가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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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림축산식품부 차관인지 기획재정부 차관인지 착각하게 돼요. 말하는 기조가 기재부와 똑같잖아요.”

8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농어업경영체 육성 및 지원법’ 개정안과 ‘농촌융복합산업 육성 및 지원법’ 개정안을 심사할 때였다. 이들 법안은 고금리·고환율·고물가로 어려움을 겪는 농민과 농촌융복합사업자에게 전기요금과 유류비를 지원할 수 있는 근거를 담고 있다.

문제는 이들 법안에 대한 농식품부의 입장이었다. 한훈 농식품부 차관은 “기재부는 이미 농민에게 과도한, 상당한 지원이 이뤄지고 있고 (다른 업종에서 지원을 요구하는 등) 파급효과가 클 수 있어 해당 조문을 삭제하는 게 좋겠다는 의견이며 큰 틀에서 농식품부는 기재부와 차이가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법에 명문화되지 않아도 필요한 경우 지금도 유류비 등을 지원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농민의 대변자여야 할 농식품부 차관이 재정당국을 대변하듯 발언하자 회의장은 술렁였다. 여야를 가리지 않고 “기재부가 반대하더라도 농식품부는 의지를 가져야 하지 않나” “(안된다고만 하지 말고) 조정안을 마련해오라”는 요구가 나왔다.

이번 일은 한 차관이 기재부 출신이기 때문이라고 이해해야 할까. 사실 최근 농식품부의 역할과 존재 이유에 대한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송미령 농식품부 장관은 국회 인사청문회 당시 “농산물 수급안정을 통해 국민이 안심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문장을 인사말 첫머리에 배치해 논란을 자초했다. 청문회장에선 “농식품부 장관인지 소비자부 장관인지 모르겠다”는 질책이 나왔다.

정부는 새해 벽두부터 물가 안정을 위해 과일·축산물·채소에 대해 역대 최고 수준의 할당관세와 저율관세할당(TRQ)을 추진하겠다고 밝혀 농가에 또 한번 낙담을 안겼다. 전기요금·유류비 지원은 어떤가. 법 없이도 필요할 때 정부가 지원한다는 한 차관의 답변과 달리 올해 농사용 전기요금과 면세유 지원 예산은 농업현장에서 요구한 것 중 일부만이, 그것도 국회 심의단계에서야 겨우 반영됐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농식품부가 기재부를 설득하겠다고 농가를 안심시키긴커녕 국민 모두에게 생중계되는 국회 회의장에서 공공연히 기재부 입장을 대변하는 걸 어떻게 봐야 할까.

송 장관 인사청문회에서 한 의원은 “어려운 농촌 현실을 고려하면 전투력 높은 사람이 장관이 돼야 한다. 국무회의에서 대통령이 묻지 않아도 농업을 이야기할 수 있는 배짱이 필요하다”고 했다. 농민들이 기대하는 농식품부의 역할이 무엇인지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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