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병원성 AI 탓 달걀값 폭등?…“수요 증가로 일시적 현상”
살처분마릿수 전체 3.5% 불과
설 대목 수급대란 가능성 낮아
농가, 생산비 늘어나 부담 큰데
정부 수입 나서지 않을까 걱정
최근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감염 사례가 전국 각지에서 산발적으로 나와 일각에선 달걀 수급 불안 우려를 제기한다.
그러나 산지 관계자들은 AI 확산세가 달걀 공급을 우려할 정도의 수준이 아니라면서 경계한다. 대신 과도한 유통마진 등 산지·소비지 가격이 크게 차이나는 원인을 짚는 등 정책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고병원성 AI 얼마나 나왔나…“우려 수준 아니나 경각심 놓지 말아야”=고병원성 AI 중앙사고수습본부(본부장 송미령·농림축산식품부 장관)에 따르면 올겨울 들어 고병원성 AI가 발병한 가금농장은 11일 기준 29곳이다. 지난해 12월3일 처음 발생한 이후 육용오리 11건, 종오리 1건, 육용종계 2건, 산란계 15건 등에서 검출됐다.
발병 초기인 지난해 12월엔 충남 아산(1건)을 제외하고 전북 김제·익산 산란계농장(11건)에서 집중적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올 1월 들어서는 충남 천안(1건), 경기 안성(1건), 경북 의성(1건) 등 산발적으로 발생하면서 조금씩 북상하는 모양새를 띤다.
방역당국은 달걀값 파동으로 이어졌던 2020∼2021년 수준에는 미치지 않는 것으로 판단한다. 농림축산검역본부가 펴낸 ‘2020∼2021년 가금농장 고병원성 AI 발생 관련 빅데이터 분석 결과’에 따르면 2020년 11월26일 첫 발생 이후 2021년 1월4일까지 40일간 46건(산란계 14건 포함)이 나왔다.
안심하기는 이르지만 AI 발생이 통상 12월에 정점을 찍는다는 점을 고려하면 일단 가장 위험한 고비는 넘긴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농식품부 조류인플루엔자방역과 관계자는 “향후 AI가 어떤 식으로 확산할지는 장담할 수 없지만 과거 발생 패턴을 보면 12월에 발병건수가 가장 많고, 1∼2월로 갈수록 줄어든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달 들어 사육마릿수가 많은 대형 산란계농가에서 AI가 발생한 만큼 경각심을 늦춰선 안된다”고 강조했다.
◆ AI로 달걀값 폭등?…“수요 증가에 따른 일시적 현상”=문제는 최근 일부 언론매체가 AI 확산을 근거로 설 성수기 달걀 공급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들 매체는 “‘금(金)계란’?… 평년보다 19% 뛰어” “AI확산에 ‘계란값’ 인상 우려, 정부는 걱정 말라는데…” 등 자극적인 제목의 기사를 잇달아 내보내면서 소비자의 불안 심리를 자극한다.
더욱이 지난 연말까지 특란 30개 한판당 평균 6000원 수준이던 소비자가격이 올 1월 들어 7000원대까지 오르자 주요인을 AI 확산으로 지목하며 설 성수기 달걀 수급 대란이 벌어질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하지만 이같은 우려는 과도하다는 게 방역당국 설명이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올 1월 기준 산란계 사육마릿수는 7613만마리, 달걀 하루 평균 생산량은 4600만개에 달한다. 지난해 12월3일부터 올 1월10일까지 AI 확진으로 살처분한 산란계 마릿수는 267만마리(예방적 살처분 포함)로, 전체 사육마릿수의 3.5% 수준이다.
2020∼2021년 대규모 확산 당시 발병 후 40일이 경과하는 시기까지 1380만마리를 살처분(예방적 살처분 포함)한 것을 고려하면 올 발병 상황이 수급에 미치는 영향은 극히 제한적이라는 것이다.
농식품부 축산경영과 관계자는 “이달 11일 전후 돌입한 달걀값 할인행사를 앞두고 대형 유통업체들이 물량 확보에 나서며 일시적으로 달걀값이 올랐던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2020∼2021년과 같은 달걀값 파동은 발생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 산지 “수급 우려 크지 않은데 수입?…가격 상승 원인 찾아야”=산지에선 정부가 행여나 달걀 수입에 나서지 않을까 우려한다. 기획재정부는 올초 ‘2024년 경제정책방향’을 내놓으면서 6월까지 달걀 수입분 전량에 대해 할당관세(무관세)를 적용한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이러한 기조에 맞춰 11일부터 일부 대형마트에선 미국산 달걀 112만개를 할인 판매하는 등 외국산 공세가 연초부터 시작되는 모양새다.
김재홍 대한산란계협회 국장은 “올해 달걀 생산비는 2019년과 비교해 40%가량 올랐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외국산 달걀의 무관세 수입을 추진하는 것은 농가에게 큰 부담이 된다”고 우려했다.
대한양계협회 관계자는 “앞서 정부는 2021년 달걀 수급 예측 실패로 국가 예산을 들여 수입한 달걀 2000만개를 80억여원을 들여 폐기한 바 있다”며 “현재 수급 우려가 크지 않은데 수입 확대 정책을 또다시 펼친다면 같은 상황이 반복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산지와 소비지 가격 간 괴리가 발생하는 요인을 짚고 해결방안을 찾는 것이 급선무란 지적도 있다.
축산물품질평가원에 따르면 특란 30개 한판당 평균 산지가격은 지난해 12월13일 5087원에서 올 1월10일 5100원으로 0.3% 오르는 데 그쳤다. 반면 같은 기간 소비자가격은 6155원에서 7158원으로 16.3% 올랐다.
임상덕 대전충남양계농협 조합장은 “산지에선 사육마릿수 증가로 오히려 달걀이 남아도는 상황인데 소비자가격만 뛰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과도한 유통마진 문제는 방치하면서 달걀 수입에만 몰두한다면 농가의 어려움만 커질 것”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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