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 분담금 3100억 냈는데… 위례신사선, 10년째 첫삽도 못떠

정순우 기자 2024. 1. 15. 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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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H 등은 이자만 1000억 챙겨

4만6000가구가 입주해 있는 위례신도시와 서울 강남 신사역을 잇는 위례신사선(위신선) 사업이 아파트 입주 10년이 넘도록 지체되면서 주민들의 불편이 커지고 있다. 특히 이번 경우는 위례신도시 주민들이 이미 1가구당 약 700만원씩, 총 3100억원을 위신선 건설 명목으로 분양가 납입 때 함께 냈는데, 지금까지 진척이 없어 더욱 비판을 받고 있다. 이 과정에서 위례신도시를 조성한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은 위신선 건설비로 받은 돈에 대한 이자만으로도 지금까지 1000억원가량을 챙겼다.

서울 송파구와 경기도 성남시, 하남시의 3개 지자체에 걸쳐 조성된 위례신도시의 모습. 2013년 첫 입주가 시작됐지만, '위례~신사선'은 아직 착공 일정조차 못 잡고 사업이 계속 연기되고 있다. /연합뉴스

위신선 같은 교통 인프라는 기본적으로 정부가 예산으로 지어야 한다. 다만 특정 지역 주민이 큰 혜택을 보는 경우에는 ‘수익자 부담’ 원칙에 따라 일부를 주민들이 부담한다. 위신선은 입주민들이 비용을 냈음에도, 개통이 계속 연기되는 것이다. 위신선은 그동안 노선 변경과 건설사의 사업 포기, 코로나로 인한 사업 연기,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한 공사비 급등으로 일정이 계속 미뤄져 왔다. 이번에는 인상된 공사비 분담을 놓고 또 갈등을 빚는 것이다.부동산 전문가들은 “필요할 때 장밋빛 대책만 내놓고 실제 사업 추진에는 소극적인 정부와 지자체의 무책임, 저가에 공공 사업을 수주한 후 공사비 인상을 요구하는 건설업체의 억지 사업 관행이 맞물린 결과”라고 말했다.

그래픽=정인성

◇입주 후 10년째 헛바퀴 도는 위신선

14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지난달 위신선을 포함해 민간 차원에서 추진 중인 공공사업들의 승인을 위한 민간투자사업심의위원회(민투심)를 개최했다. 하지만 위신선 발주처인 서울시는 민투심에 위신선 안건을 상정조차 하지 않았다.

민투심에 제출하는 사업 계획서에는 구체적인 사업비가 담겨야 하는데, 시공·사업자인 GS건설 컨소시엄(강남메트로)과 공사비 인상에 대한 협의가 마무리되지 않았다는 이유였다. GS건설과 서울시 측은 “여전히 협의 중”이라는 입장만 밝히고 있다. 이런 상황이면 앞으로 기재부의 민투심이 다시 열린다 하더라도, 위신선 안건은 언제 상정될지 알 수가 없다. 2029년으로 예상됐던 개통 시점도 2030년 이후로 밀릴 가능성이 커졌다.

위신선은 삼성물산이 2005년 제안하면서 시작됐다. 2013년 말 위례신도시 첫 입주도 시작됐다. 하지만 삼성물산은 당초 예정했던 구간이 단축되면서 2016년 수익성이 없다는 이유로 사업에서 손을 뗐다. 서울시는 입찰을 통해 2020년 1월 GS건설 컨소시엄을 새로운 사업자로 선정했다. GS건설은 수주 당시 2015년 말 추정된 사업비 1조4000억원보다 약 3000억원 낮은 1조1597억원을 써냈고, 공사도 2022년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당시에도 지나치게 낮은 낙찰가에 대해 머리를 갸우뚱하는 사람들이 많았다”며 “서울시는 사업성을 따지지 않고 낮은 가격을 써낸 업체를 선정하고, GS건설은 일단 따고 보자는 식으로 무리한 가격을 써낸 것”이라고 말했다.

◇급등한 공사비, 누가 부담하나

지난해 3월 서울시와 GS건설 컨소시엄 간에 본계약이 체결되며 정상 궤도에 진입할 것처럼 보였던 위신선은 새 암초를 만났다. 고금리와 자재 가격 상승으로 급등한 공사비를 누가 부담하느냐는 문제가 불거진 것이다. 지나치게 낮은 낙찰 가격이 걸림돌이 되고 있다.

위신선은 총 사업비의 50%를 정부가 보조한다. 2020년 1월부터 작년 11월까지 철도시설 건설공사비는 30.1% 올랐다. 위신선의 공사비도 2020년보다 2800억원 정도가 늘어난 것으로 추산된다.

GS건설은 인상분이 반영되지 않으면 공사를 진행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서울시는 기재부 측에 보조를 요구하고 있다. 반면 기재부는 ‘실제 착공에 들어간 이후 인상분만 일부 지원해 주겠다’며 서울시에 사업계획 보완을 요구하고 있다. 기재부는 지난해 9월 서울시 측에 “공사기간 중 공사비 상승률이 물가상승률보다 7%포인트 이상 높으면 차액의 절반을 사업비에 반영할 수 있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공사비 3100억원을 분양을 통해 걷은 LH는 이미 정액으로 서울시와 계약을 맺은 만큼, 공사비를 추가로 지급할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서울시는 담당자가 최근 바뀌었고, GS건설은 적자가 예상되는 만큼 사업 추진에 대한 의지가 떨어져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위신선 착공이 지연된 것은 서울시의 안일한 대응도 큰 요인으로 꼽힌다. 2020년 1월 GS건설 컨소시엄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후 코로나 사태가 터지자, 서울시 측은 대면 접촉 자제를 이유로 사업자들과 협의를 거의 진행하지 않았다고 한다. 일반 기업들이 화상 회의를 통해 업무 공백을 최소화한 것과 대조된다.

◇“이미 돈은 냈는데, 언제 뚫리나”

이미 분양 때 위신선 비용을 지불한 주민들은 개통 지연으로 인한 피해를 고스란히 보고 있다. 사업 시행자인 LH와 SH는 총 3100억원의 광역교통개선대책 분담금을 토지 분양가에 포함시켰다. 당초 위례 아파트를 분양할 당시 건설사들은 위신선을 앞세워 주변 시세보다 비싼 가격에 아파트를 팔았다. 한 분양 입주자는 “위신선 예정 역과 가까운 아파트는 분양가 자체가 수천만원씩 비쌌다”며 “그런데도 지금 와서는 위신선이 뚫리지 않는 것에 책임을 지려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서울시, 성남시, 하남시 등 3개 지자체의 관할구역이 섞여 있다 보니 책임을 지는 지자체가 없다는 것도 문제로 꼽힌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위례신사선은 공공 주도 SOC 개발사업이 보여줄 수 있는 폐해를 극단적으로 보여주는 종합세트 같은 사례”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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