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의 의궤’ 연구서, 프린스턴대서 출간
“아니 세상에, 그런 기록이 한국에 남아 있었군요!”
미술사학자인 이성미(85) 한국학중앙연구원 명예교수가 2014년 모교인 미국 프린스턴대에 초청받아 조선왕조의 의궤(儀軌)에 대한 특강을 하자 그곳 학자들이 깜짝 놀랐다고 한다. 이미 2007년 조선왕조 의궤가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됐는데도 생소하게 여겼던 것이다.
의궤란 국가 행사와 의례의 전 과정을 기록한 책으로, 글은 물론 다채롭고 아름다운 그림으로 세세하고 꼼꼼하게 정리해 놓은 문화 유산이다. 덕분에 의궤에 등장하는 숱한 사람의 사회적 지위와 변화까지도 연구할 수 있다. 중국과 일본에서도 찾을 수 없는 조선만의 이 독특한 기록물 얘기에 “그럼 의궤에 대한 책을 좀 써 달라”는 요청이 들어왔다.
그 결과가 10년 만에 나왔다. 최근 프린스턴대에서 출간한 영문 책 ‘Recording State Rites in Words and Images: Uigwe of Joseon Korea(국가 의례를 글과 그림으로 기록하다: 조선의 의궤)’다. 국배판(A4) 556쪽 분량에 올 컬러 인쇄로 한국 기록 문화의 정수(精髓)를 오롯이 담아냈다.
이 교수는 “우리 의궤를 본격적으로 세계에 소개할 기회라고 생각해 간단히 쓸 수가 없었다”고 했다. 책은 의궤 작성의 이념적·역사적 배경에 이어 길례(吉禮), 가례(嘉禮), 빈례(賓禮), 군례(軍禮), 흉례(凶禮) 등 오례의(五禮儀)를 소개했다.
이어 어진(御眞·국왕의 초상화) 의궤와 정리(整理) 의궤(정조 때 제작한 활자인 정리자를 사용한 첫 번째 의궤), 화성 성역 의궤를 다뤘다. 다음 ‘의궤와 미술사’ 장에선 왕실 의례에 사용한 병풍들, 의례를 위해 일한 화원·사자관(寫字官)·여령(女伶)의 사회적 지위를 서술했다. 이 교수는 “의궤가 조선 시대 궁중 문화는 물론, 정치·경제·사회를 이해할 수 있는 풍부한 자료를 담은 기록물임을 알 수 있게 했다”고 했다.
덕성여대에서 한국정신문화연구원(현 한국학중앙연구원)으로 자리를 옮긴 1989년, 이 교수는 그곳 장서각에서 수많은 의궤와 만났다. “조선왕조실록, 승정원일기 말고도 이런 자세한 기록물이 또 있었다니!” 그 뒤 왕실 혼례를 다룬 가례도감 등 본격적 의궤 연구에 뛰어들었다. 누군가는 그를 보고 ‘금맥을 캔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말도 했다. 의궤와 궁중 회화를 알리는 자리라면 국경을 가리지 않고 강단에 섰다. 2011년엔 외규장각 의궤 환수의 공로를 인정받아 국민훈장 동백장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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