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방암 수술 받고도 4명 더 낳아… “모유로 길렀어요”
오남매를 둔 김지혜(41)씨는 최근 본지 인터뷰에서 “암을 앓았어도 (출산을) 포기하지 마세요. 저를 보고 힘내세요”라고 했다. 김씨는 첫아이를 낳고 유방암 수술을 받았지만 네 아이를 더 낳아 ‘행복 5배’로 살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7년 연애 끝에 2011년 남편 이근우(44)씨와 결혼했다. 이듬해 2월 아들 상헌(12)군을 낳았다. 그런데 모유 수유를 할 때 가슴에 조그만 멍울이 잡히더니 점점 커졌다. 2012년 결혼 1주년 직전에 유방암 2기 진단을 받았다. 살고 있는 충남 홍성과 서울아산병원을 오가며 방사선·항암 치료를 받았다. 2012년 말 오른쪽 가슴 일부를 절제했다. 항암 치료로 머리가 다 빠져 2013년 2월 첫아이 돌잔치 땐 가발을 쓰고 사진을 찍었다.
그런데 어린이집에 들어간 상헌이가 “왜 나는 동생이 없느냐”고 자주 물었다. 부부의 둘째 고민이 시작됐다. 김씨와 남편은 모두 삼남매 가정에서 자랐다. 김씨는 “어려울 때 형제자매가 가장 큰 힘이 되더라”며 “부모가 떠난 후 상헌이가 평생 의지할 수 있는 동생을 낳아주고 싶었다”고 했다. 김씨 부부는 2016년 초 둘째 출산 준비에 들어갔다.
김씨에게 출산은 ‘모험’에 가까웠다. 김지선 서울아산병원 유방외과 교수는 “(김씨처럼) 유방암 초기가 아닌 경우엔 수술과 항암 치료를 받아도 향후 10년간은 (재발을 막는) 항호르몬제 복용을 권장한다”고 했다. 그런데 김씨는 약물 치료를 3년 만에 중단하고 둘째를 낳으려 한 것이다. 약물 치료로 10년을 보내면 나이가 마흔에 가까워 임신이 어려울 수 있었다. 김씨가 3년 복용한 약물이 유산이나 기형아 출산을 유발할 수 있는 점도 문제였다. 김씨는 “2016년 둘째를 임신하고 매일 마음을 졸였다”고 했다.
2017년 2월 둘째 아들 상율(7)이 건강하게 태어났다. 그는 “형제 둘이 노는 모습을 볼 때마다 더 없는 행복을 느꼈다”고 했다. 부부는 ‘삼형제를 만들어주자’는 생각에 2019년 셋째 아들 상운(5)을 낳았다. 이듬해 넷째 아들 상윤(3)도 들어섰다. 김씨는 “첫째와 둘째가 놀 때 셋째가 잘 끼지 못할 때가 있었는데, 넷째가 나오니 셋째와 짝을 이뤄 깔깔거리며 놀더라”고 했다.
아들 넷이 생기자 남편 이씨가 “딸도 있었으면 좋겠다. 이왕 낳은 거 다섯 손가락을 채우자”고 했다. 2022년 막내딸 루리(2)가 태어났다. 김씨는 절개하지 않은 왼쪽 가슴으로 둘째부터 막내까지 모유 수유를 했다. 하루하루가 ‘육아 전쟁’이다. 아침 일찍 첫째 상헌이가 등교 준비를 하면 둘째 상율이와 셋째 상운이가 따라 일어난다. 둘째와 셋째는 유치원, 넷째는 어린이집으로 보낸다. 틈틈이 막내딸에게 이유식을 먹인다. 막내가 낮잠을 자면 밀린 집안일을 한다. 그러면 아이들이 돌아온다. 친정이나 시댁의 도움은 없다. 김씨는 “큰 아이들이 동생 기저귀도 버려주고 간식도 먹여준다”며 “가끔 아이가 아이를 기른다는 느낌도 든다”고 했다.
부부는 일본 유학 중에 만났다. 김씨는 귀금속 디자인, 남편은 축산업을 전공했다. 보석 디자이너로 일하던 김씨는 결혼 후 남편이 사는 충남 홍성에 정착했다. 경제적으로 넉넉하진 않다. 김씨 가족 7명은 25평(82㎡) 아파트에 세 들어 살고 있다. 남편 이씨는 축산업을 하는데, 축사 지을 때 대출과 화물차 할부금이 아직 남아 있다. 쌀 한 포대(20㎏)를 사면 한 달도 못 먹는다. 남편 이씨는 “그달 카드 값을 막는 것만으로도 감사하게 생각하며 산다”며 “친구들이 ‘7명이 좁은 집에서 어떻게 자느냐’고 종종 물을 때마다 ‘서서 잔다’고 답한다(웃음)”고 했다. 이어 “아내에게 정말 미안하고 그를 존경한다”고 했다.
아내 김씨는 “신혼으로 다시 돌아가도 오남매를 낳겠느냐”는 질문에 “일단 혼자 있고 싶다”면서도 “아이들이 준 기쁨을 놓고 싶지 않아 결국 다시 낳을 것”이라고 했다. 지난달 18일은 막내 루리의 돌이었다. 부부는 잔치를 하지 않고 그 돈으로 한우 사골 300㎏을 사서 인근 보육원과 장애인·독거노인 시설에 보냈다. 루리가 커서 더 기뻐할 것 같았기 때문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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