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사일언] 새해 첫 노래 놀이

임희윤 음악평론가 2024. 1. 15. 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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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인마 그건 1조야/ 당장 갖고 싶은 걸 사줄 테니/ 그 꿈 팔아라 아들, 내게.”

1월 1일, 새해 0시에 맞춰 가수 이찬혁이 낸 신곡 ‘1조’의 노랫말이다. ‘돈은 됐으니 새해에도 건강하거라’ 따위의 덕담 대신 아들에게 돈 벌 길몽을 팔라는 아버지의 으름장이 담겼다.

노래 시작에서 아들은 꿈 이야기를 한다. “열네 살 때 백억이 새겨진 동전을 줍는 꿈을 꿨어/ I called my dad 공이 열두 개 달려있었어요.” 하지만 아들은 꿈을 팔지 않는다. “가만 이거 듣고 보니 예언인가 봐. (중략) 잠깐 아빠 이건 못 팔 것 같아요.”

해가 바뀌면 음원 차트에선 새해 첫 곡 만들기 놀이가 벌어진다. 새해 첫날 0시 0분에 맞춰 우주소녀의 ‘이루리’, 부석순의 ‘파이팅해야지’, 가호의 ‘시작’ 같은 희망찬 곡을 집중적으로 재생해 주요 음원 차트 상위권에 올리는 놀이다. 신년에 맨 처음 듣는 노래가 한 해를 좌우할 거란 믿음 때문일 것이다. 원하는 때에 희망적인 노래가 재생되도록 초 단위까지 맞추는 일이 마치 성스러운 의식 같다. 어린 시절 꿈 이야기만 하는 이찬혁의 이 노래도 1년 뒤인 2025년 1월 1일에 음원 차트에 오를지 모를 일이다. 아니면 2026년이나, 2027년이라도….

밴드 ‘장기하와 얼굴들’이 2015년 설을 앞두고 발표한 ‘새해 복’이란 곡도 있다. 곡 초반에서 장기하는 특유의 허무 개그 같은 어조로 ‘새해 복만으로는 안 돼/ 니가 잘 해야지 (안 돼)/ 열심히 해야지 (안 돼)’를 노래한다. 그러나 곡 후반부에선 이를 변주한다. ‘새해 복만으로도 돼/ 절대 잘하지 마 (돼)/ 열심히 하지 마 (돼)’.

노래 한 곡에 실제로 복이 왔다 갔다 하지는 않는다. 그래도 노래를 통해 꿈을 이야기하고 힘을 얻는다. 인간의 희로애락, 관혼상제 순간마다 노래가 빠지지 않는 것도 그 때문이다.

한국에서 새해 첫 곡 놀이는 두 번 가능하다. 양력 새해는 지나갔지만 설날이 남았다. 이번엔 어떤 ‘새해 첫 곡’을 골라볼까. 이 설렘이야말로 ‘새해 첫 곡 놀이’가 주는 좋은 느낌, 바로 복(福)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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