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리포트] 한국인의 ‘테크 테마파크’ CES

라스베이거스/정철환 특파원 2024. 1. 15. 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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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 가전·IT(정보기술) 전시회 'CES 2024' 개막 사흘째인 11일(현지시간)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LVCC)가 관람객들로 북적이고 있다. /뉴스1

지난 9일부터 12일까지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Consumer Electronics Show)를 취재하는 귀중한 경험을 했다. IT(정보 기술)와 테크 분야를 꽤 오래 담당했지만 CES 현장에 나와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설렌 마음으로 도착해 받은 첫인상은 미어터지는 인파였다. 세계적 첨단 기술 트렌드를 보려 전 세계에서 모인 사람이 무려 13만명이라고 했다. 어딜가든 인산인해였다. 유명 기업 전시장 입구엔 수십m의 긴 줄이 늘어섰다. 한참을 기다려 들어가도 사람들에 치여 전시품을 제대로 살펴보는 것조차 쉽지 않았다. 그야말로 공휴일의 유원지 같았다.

유달리 한국인이 많았던 것도 놀라웠다. 전시장에서 마주친 사람 5명 중 1명은 한국인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한국은 이번 행사에 미국(1148개)과 중국(1104개)에 이어 3번째인 772개의 참가 기업을 냈지만, 관람객 수는 중국보다 많아 보였다. 유명 유튜버들이 여기저기 눈에 띄었고, 간혹 연예인들도 보였다. 일행을 몰고 전시장을 누비는 정치인, 귀빈처럼 검은색 밴에서 내리는 ‘디지털플랫폼정부위원회’ 고위 인사도 봤다. 한 일본계 미국 기자는 “한국인들은 유달리 첨단 기술에 관심이 높다”며 “한국이 일본을 뛰어넘는 ‘테크 강국’의 이미지를 얻은 것도 그래서가 아닐까”라고 했다.

하지만 넘치는 관심만큼 내실도 챙겼는지는 의문이다. CES 행사는 크게 두 부분이다. 첨단 기술 기기를 뽐내는 ‘전시’와 미국 소비자기술협회(CTA)가 마련한 ‘콘퍼런스’다. 올해 콘퍼런스엔 인공지능(AI) 분야의 세계적 기업 임원들과 AI 관련 정책을 담당하는 미국 정부 인사들이 줄줄이 나왔다. 쓰나미처럼 밀어닥치는 AI 기술의 압도적 영향력과 여전히 불투명한 AI의 미래에 대해 전문가들의 귀한 고견을 들을 수 있는 자리였다. 아이러니하게도, 전시장을 휩쓸고 다니던 한국인이 정작 이런 자리엔 드물다 못해 ‘실종’ 수준이었다. 총 20여 개의 콘퍼런스를 내리 참석하며 한국인과 마주친 것은 겨우 서너 번 정도다.

수백 석이 넘는 자리를 빼곡히 메운 이들 상당수가 유럽과 중국, 일본에서 온 사람들이었다. 패널들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 귀를 기울이는 모습이 진지하다 못해 비장했다. 한 독일 매체 기자는 “7000유로(약 1000만원)란 돈을 들여 온 보람이 있었다”고 했고, 통역사까지 대동한 중년의 중국인은 “(전 세계적 영향을 미칠) 미국의 AI 정책 방향에 대한 힌트를 얻었다”며 미소를 지었다. 문득 CES를 찾은 수많은 한국인이 이들만큼의 수확을 거뒀는지 궁금하다. 그저 견학을 빙자한 ‘첨단 기술 테마 파크’ 관광이 아니었기만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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