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혼여행서도 운동, 헬스장 좋은 호텔 골랐죠”
지난해 한국 배드민턴에서 여자 간판 스타가 안세영(22)이었다면 남자는 서승재(27·삼성생명)였다. 둘은 나란히 세계배드민턴연맹(BWF)의 올해의 남녀 선수로 뽑혔다. 안세영이 단식에서 두각을 나타낸 반면, 서승재는 복식이 주 종목. 세계선수권대회(개인)에서 남자 복식과 혼합 복식 두 종목을 석권했다. 남자 배드민턴계에서 스타로 통했던 2008년 베이징 올림픽 혼합 복식 금메달리스트 이용대(36) 뒤를 이을 잠재력을 보여줬다.
이제 그는 오는 7월 파리 올림픽에서 영광을 재현하려 한다. 이달 초 충북 진천 국가 대표 선수촌에서 만난 서승재는 새신랑이 되어 있었다. 지난달 23일 한 살 연하 신부와 결혼식을 올리고 신혼여행도 다녀왔다. 일주일간 미국 라스베이거스 등을 여행하고 지난달 31일 귀국한 다음 날 곧바로 대표팀 훈련에 합류했다. 그는 “신혼여행 중에도 운동을 계속 하려고 헬스장이 좋은 호텔을 일부러 찾아다녔다. 매일 두 시간씩 웨이트 훈련을 했다”며 “아내는 늘 이해하고 응원해 준다. 결혼을 해서 심적으로 더 편안하고 안정감이 생긴다”고 했다.
서승재는 배드민턴 동호인이었던 부모를 따라 초등학교 3학년 때 처음 라켓을 잡았다. 재능을 보여 그때부터 선수 생활을 했다. 18세 때 처음 성인 대표팀에 뽑혔다. 지난해 생애 최고 한 해를 보냈다. 8월 세계선수권대회에서 두 종목(혼합·남자 복식)을 석권했다. 단일 세계선수권 남자부 2관왕 선수가 나오긴 1999년 김동문 이후 24년 만이었다. 세계선수권 혼합 복식 한국 금메달은 2003년 김동문·라경민 조 이후 20년 만, 남자 복식은 2014년 고성현·신백철 조 이후 9년 만이었다.
연말엔 ‘올해의 남자 선수’에도 뽑혔다. 남자 단식 최강자이자 2차례 이 상을 받은 빅토르 악셀센(30·덴마크)을 제쳤다. 그는 “상을 받아서 너무 놀랐고, 영광스럽다”며 “주변에서 도와준 대표팀과 소속팀 감독·코치님, 복식 파트너들 덕분”이라고 자세를 낮췄다. 남자 복식에서는 후배 강민혁(25·삼성생명), 혼합 복식에서 선배 채유정(29·인천국제공항)과 호흡을 맞추고 있다.
완벽하진 않았다. 10월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선 남자 단체전과 혼합 복식에서 동메달에 그쳤고, 남자 복식에선 16강에서 탈락했다. 혼합 복식에선 세계선수권에서 이겼던 중국 조(세계 1위)에 무릎을 꿇었고, 남자 복식에서도 중국(세계 8위)에 졌다. 그는 “세계선수권 때는 우리 스스로도 우승을 예상 못 했고, 매 경기 죽을 각오로 뛰었다”면서 “자신감을 많이 얻었는데, 아시안게임 때는 우리가 경계 대상이 돼 있었다. 상대 선수들이 분석을 철저히 했고, 체력적으로도 많이 지쳐 있었다”고 패인을 분석했다.
그는 경기장 안팎에서 ‘독사’로 불린다.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냉철한 성격이라는 게 이유다. 세계선수권 2관왕 기쁨도, 아시안게임 아쉬움도 오래가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요즘 유행하는 MBTI(성격 유형 검사)로 말하면 ‘T(이성 중시)’ 100%”라며 “어떤 상황이 생기든 크게 연연하지 않고, 그다음 내가 할 일이 무엇인지 생각하고 거기에 집중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올해 목표는 물론 파리 올림픽 2관왕이다. “현실적으로 가능성은 그렇게 높지 않다고 본다. 하지만 세계선수권에서 그전까지 한 번도 못 이겨본 중국 선수들(혼합 복식)을 꺾은 경험이 있다”며 “철저하게 준비하고 노력하면 큰 대회라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고 강조했다. 그러려면 공격 전술을 더 가다듬어야 한다. “전에는 몸을 많이 숙여서 공을 받아내는 수비 위주 플레이에 치중했는데 지금은 몸을 더 세우고 공격적인 볼 처리를 보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두 종목을 병행하는 그로선 체력 관리가 관건이다. 길면 2시간 가까운 혈투를 하루 두 번 해야 할 경우도 있다. “쉴 때는 조금이라도 몸을 덜 움직이려고 꼼짝 않고 쉰다”며 “온갖 영양제와 홍삼액도 챙겨 먹고 있고, 해신탕 같은 보양식도 즐긴다”고 했다. 정규 훈련 시간에는 두 종목을 다 돌아가며 해야 해서 웨이트 운동 시간이 모자란 탓에 따로 시간을 내 근육 운동을 보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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