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군 철거 GP 지역 ‘월남·월북 루트’ 전락
군사분계선(휴전선) 일대 최전방 ‘감시초소(GP·Guard Post)’는 비무장지대(DMZ) 안의 사실상 요새다. 우리군 GP는 두께 50∼200㎜ 정도로 두껍게 지은 철근 콘크리트 방벽으로 만들어져 ‘작은 철옹성’으로 통한다. 반면 북한 GP는 감시대를 제외한 대부분이 지하화돼 있다. 북한 GP는 160여 개로 80여 개인 우리 GP의 배 이상이다.
우리 군은 문재인 정부 시절 9·19 합의에 따라 GP 11개 초소를 철거해 지상 침투 감시 능력이 저하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 2022년 1월 1일 발생한 탈북자 출신의 월북 사건이 이를 잘 보여준다. 이 월북자는 9·19 군사 합의로 병력을 뺀 고성829(옛 369) GP 일대 인근으로 1년 전 월남했다가 재차 월북했다. GP가 사라지자 월남·월북 루트가 된 것이다.
통상 GP에는 1개 소대가 약 3개월간 주둔하며 대남 침투에 대응하는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DMZ는 지뢰 매설 지역이 많아 GP를 유지하며 장병들이 지뢰 없는 수색로를 장기간 체득하지 않으면 유사시 신속 대응에 지체가 생길 수 있다.
GP 철거로 DMZ 인근에서 레이더에 잘 잡히지 않는 소형 무인기 감시망도 허술해졌다. GP에서 DMZ 내 지상·공중 활동을 각종 장비로 감시하기 때문이다. 특히 북한이 지난해 12월 말 레이더에 거의 잡히지 않는 소형 무인기 5대를 서울 중심부까지 날려 보내면서 최전방에서의 육안 및 재래 장비를 통한 감시의 중요성이 커졌다. 하마스식 낙하산 침투도 레이더로 잡히지 않는다. 북한의 하마스식 기습 공격을 막기 위해서라도 GP의 복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북한은 지난 11월 남북군사합의 전면 파기를 선언한 뒤 DMZ 안에서 9·19 합의로 철거했던 GP의 복원 작업에 들어갔다. 이에 우리 군 역시 철거 GP를 복원하기 위한 상응 조치를 취하고 있다. 군 관계자는 “북한과 달리 우리 GP 복원은 유엔사령부와 협의가 필요해 논의를 하는 중”이라고 했다. 우리 군은 최근 철거 GP 인근에 모래주머니로 임시 방벽을 만든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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