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욕 7시간… 조용한 초음속기 떴다
미 항공우주국(NASA)과 세계 최대 방산업체 록히드마틴이 공동 개발한 ‘조용한 초음속기’가 공개됐다. 영국과 프랑스가 공동 개발한 콩코드가 운항을 중단한 2003년 이후 사라졌던 민간 초음속 항공기 시대가 다시 열리면, 인류의 생활 반경이 한층 넓어질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NASA와 록히드마틴은 12일(현지 시각) 미 캘리포니아에 있는 록히드마틴의 스컹크웍스 시범 비행장에서 초음속기 ‘X-59′를 선보였다. X-59는 소리보다 빠르게 날면서도 소음을 줄여 차세대 항공기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팸 멀로이 NASA 부국장은 “개념으로만 존재했던 기술이 단 몇 년 만에 현실이 됐다”면서 “인류의 여행 방식을 바꾸는 데 도움 되는 것은 물론, 지리적으로 서로를 더 가깝게 만들어줄 것”이라고 했다.
◇조용하게 ‘음속 돌파’
초음속 항공기 상용화의 가장 큰 걸림돌은 ‘소닉붐(음속 폭음)’ 현상으로 인한 소음이었다. 항공기는 비행 중 주변으로 음파를 발생시키는데, 초음속 항공기는 발생한 음파보다 빠르게 비행하면서 전방의 음파를 압축한다. 이후 항공기가 이를 뚫고 지나가면 압축된 에너지가 거대한 치마 형태의 충격파로 방출되고, 지상에 큰 소음과 진동이 전해진다. 1969년 등장해 세상을 놀라게 한 초음속 항공기 ‘콩코드’는 비행 과정에서 지상에서는 창문이 흔들릴 정도의 시끄러운 음악 소리나 전기톱 돌아가는 소리 수준인 105㏈(데시벨)의 소음이 발생했다. 이 때문에 일부 국가는 지상에서의 콩코드 비행을 금지했고, 그 결과 콩코드의 비행 평균 속도도 갈수록 느려졌다.
길이 30m, 폭 9m 크기의 X-59는 시속 1490㎞ 속도로 비행할 수 있다. 시속 2150㎞의 콩코드보다는 느리지만 소음은 자동차 문을 닫는 수준인 75㏈(데시벨)로 크게 낮췄다. NASA와 록히드마틴 연구팀은 콩코드의 소음이 삼각형 구조의 큰 날개와 날개 밑에 붙은 거대한 엔진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를 근거로 인공지능(AI)을 활용해 X-59의 구조를 설계했다. 기체의 앞부분인 기수는 ‘다트’처럼 뾰족하고 전체 길이의 3분의 1을 차지할 정도로 길다. 공기 저항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서다. 동체 앞부분에는 작은 날개를 달아 균형을 잡으면서 전방의 압축된 공기를 분산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X-59에는 다른 비행기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조종석 전방 유리창도 없다. 유리창으론 완전한 유선형을 이룰 수 없기 때문에 아예 전방 유리창을 없애고 대신 외부 카메라를 장착한 것이다. 조종사는 4K디스플레이를 통해 전방을 보면서 X-59를 조종한다.
◇비행 시간 절반으로 줄어
X-59는 올 하반기 첫 시험 비행을 한 뒤, 2026년까지 미국 일부 도시 상공을 비행하며 비행기에서 발생하는 소음이 어느 정도인지 분석할 예정이다. 초음속 비행의 상업적 이용을 허가하는 데 필요한 소음 데이터를 미 정부에 제공하는 것이 목표다. 이후 록히드마틴은 X-59 모델을 승객 44명을 태울 수 있는 상용 모델로 개발할 계획이다. 밥 피어스 NASA 부국장은 “지상에서의 비행 테스트를 통해 X-59가 소닉붐 대신 부드러운 ‘쿵’ 소리를 내는 게 가능하다는 것을 확인했다”면서 “X-59의 소음 데이터를 규제 당국에 넘겨 비행 금지를 해제시킬 것”이라고 했다.
초음속 여객기 비행 금지 규제가 풀려 X-59가 실제 비행에 나서게 되면 비행 시간이 기존보다 절반 정도 단축된다. 서울에서 미국 뉴욕까지 비행 시간이 평균 14시간에서 7시간으로, 서울에서 프랑스 파리까지 약 13시간 걸리던 비행 시간도 6시간 가까이 줄어든다. 록히드마틴과 같은 방산 기업뿐만 아니라 붐 수퍼소닉, 스파이크 에어로스페이스 같은 스타트업들도 초음속 항공기를 개발하고 있다. 미국 덴버에 본사를 둔 붐 수퍼소닉은 2022년 영국 판버러 에어쇼에서 초음속 항공기 ‘오버추어’ 디자인을 공개했다. 당시 블레이크 숄 붐 수퍼소닉 대표는 “세계 어느 도시든 100달러만 내면 4시간 안에 닿는 시대를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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