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청도설] 대만의 저력

강필희 기자 2024. 1. 15.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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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창궐 초기 방역모범국으로 주목받은 나라가 대만이다.

2년 전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이 '하나의 중국' 원칙을 어기고 대만을 전격 방문하자, 중국은 대만섬을 포위해 무력 시위를 벌이는 초강수를 뒀다.

대만을 인질로 미국을 견제하는 중국의 전랑(戰狼·늑대전사) 전략이다.

미국과 중국의 패권 다툼에 등 터지는 건 대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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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창궐 초기 방역모범국으로 주목받은 나라가 대만이다. 2019년 11월 중국 우한에서 첫 환자가 나오고 이듬해 12월 코로나 백신 아스트라제네카가 출시되기까지 약 1년간 누적 확진자 수는 800여 명, 누적 사망자 수는 10여 명에 그쳤다. 강력한 고립 봉쇄 격리 정책이 성공한 덕분이었다. 같은 기간 한국에서는 누적 확진자가 무려 6만 명, 누적 사망자는 1000명에 육박했다. 중국발 여행객 입국 통제 실패로 방역망이 초기부터 속수무책으로 뚫린 탓이다.


대만엔 파우첸과 펭타이라는 기업이 있다. 우리에게는 낯설지만 신발제조 OEM(주문자 생산) ODM(주문자 개발 생산) 부문 세계 1, 2위를 점한다. 나이키 신발을 대부분 여기서 만든다고 보면 된다. 태광 화승 창신 등 부산의 신발회사들이 따라잡으려 무던히 노력하던 그 업체들이다.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기업인 TSMC는 이제 대만을 먹여 살린다 해도 무방하다. TSMC는 삼성전자 시가총액을 5년 전 따라 잡았다. 대만 경제력은 1인당 국내총생산(GDP) 기준으로 2022년(3만2811달러)부터 한국(3만2237달러)을 넘어섰다. 2000년대 초반만 해도 ‘아시아의 4룡’ 가운데 가장 뒤처진다는 평가를 받던 대만의 부활이다.

‘슈퍼 선거의 해’를 처음으로 장식한 대만의 총통 선거가 집권 민주진보당 승리로 마무리됐다. 친미 독립 성향의 민진당 라이칭더 후보가 40.05% 득표율로 친중 제1 야당인 국민당 허우유이 후보(33.49%)를 누르고 당선됐다. 돌풍을 예고했던 제2 야당 중도민중당 커원저 후보는 26.46%를 얻었다. 민진당 집권은 차이잉원 총통에 이어 12년 연속으로, 이변 없이 연임에 성공하면 16년도 가능하다. 민진당 정권 재창출이 도전일지 기회일지 한국도 한껏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2년 전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이 ‘하나의 중국’ 원칙을 어기고 대만을 전격 방문하자, 중국은 대만섬을 포위해 무력 시위를 벌이는 초강수를 뒀다. 대만을 인질로 미국을 견제하는 중국의 전랑(戰狼·늑대전사) 전략이다. 미국과 중국의 패권 다툼에 등 터지는 건 대만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만 국민은 다시 반중 노선을 택했다. 자국의 저력을 믿기 때문일 것이다. 대륙에서 대만으로 쫓겨와 국민당 일당독재로 통치하던 장제스는 1975년 임종시 ‘어떤 변고에서도 놀라지 마라’는 처변불경(處變不驚)을 유언으로 남겼다. 지금 장제스의 유지를 이어받고 있는 쪽은 국민당이 아니라 중국의 위협에도 굴복하지 않는 민진당 지지자들인지 모른다.

강필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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