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읽기] 야당 대표의 피습, 그리고 정치혁신과 분권
제 1야당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피습 사건을 정치권 일부에서는 정쟁 수단으로 이용하고 있다. 지역의료 폄하를 명분으로 수도권 초집중에 대한 구조적인 문제의식에서 벗어나 정치공방의 소재로 일부 서울 언론이 정쟁을 부추기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 심지어 일부 의사단체까지 나서서 정치적 공방을 더하고 있다. 무엇보다 중요하고 우선해야 할 것은 야당 대표가 일상적인 정치활동 중 일반 시민이 연고도 없는 다른 지역에 원정까지 와서 사전에 치밀한 준비를 거쳐 계획적 살인을 시도했다는 그 자체에 있다. 해외 언론에는 버젓이 보도되는 범인의 신상 공개를 하지 않는 결정도 수긍하기 어렵다. 이만큼 정치지도자에 대한 유사범행의 예방 효과와 같은 공공의 이익에 부합하는 사례가 어디 있는가.
이런 정치테러가 산업화와 민주화를 단기에 거의 동시적으로 이루어냈다는, 세계적으로 치안이 우수하다는 대한민국에서 발생한다는 것은 국내만이 아니라 해외에서도 주목거리가 아닐 수 없다. 그런데 이것마저 정쟁의 블랙홀로 빠뜨리려는 것을 보면서 진정한 정치혁신을 부르짖지 않을 수 없다.
얼마 전 국민의 힘 혁신위원회가 가동되어 여러 가지 정치혁신 방안을 제시했다. 앞서 민주당도 혁신위원회를 운영했다. 양당의 주요 혁신안은 ‘국회의원 불체포특권 포기,지도부·중진 험지 출마 또는 불출마,현역 공천 불이익, 전략 공천’과 같은 것들이다.
대부분 과거에도 내놓은 방안들로 이제 식상하기까지 하다. 몰상식한 낙하산 공천,당내 권력 다툼의 수단으로 왜곡되는 행태를 한두 번 겪은 게 아니다. 이번 총선을 앞두고도 이미 그런 조짐이 보인다. ‘혁신위원회’ 간판이 선거에 지거나, 선거를 앞두고 반복되는 모습 자체가 혁신이 요원하다는 것이고 그 혁신안들이 근본적인 정치혁신 방안이 되지 못한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다. 상당수 국민의 반응은 이렇다. “아이고, 또 정치쇼 하네”.
그렇다면 근본적인 정치혁신 방안은 무엇인가. 뉴욕타임즈는 지난 10일 ‘양극화된 한국에서 야당 대표에 대한 칼부림 공격이 충격을 주다’는 제목의 기사를 보도했다. 한국 정치의 양극화는 해외에서도 주지하는 사실인 것이다. 그렇다. 이 양극화된 진영 정치, 극단적으로 흐르는 이분법적 양 당 정치구조를 일신하지 않고는 어떠한 정치혁신도 있을 수 없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은 “선진국 수준에 맞지 않는 불합리한 격차를 해소해야만 현실의 시민 삶이 나아진다”고 했다. 경제문화 등 제반 분아에 걸쳐있는 그 격차 해소를 힘들게 하는 것이 바로 정치다. 가장 불합리한 정치 격차가 바로 거대 양 당의 정치패권주의,국회독점과 같은 기득권 정치로 인한 의미있는 제 3, 제 4의 정치집단의 배제다. 1등만 하면 당선되어 권력을 독점하는 현재의 선거제도는 절반에 가까운 표가 사표가 되고(지난 총선 49.98%), 국민의 다양한 의사는 제대로 반영되지 못하고 있다.
양 당의 정치카르텔은 1등 경쟁에 사활을 걸면서 지더라도 2등은 하는 폐쇄적 구조에서 공생하고 있다. 생산적 토론과 창의적 경쟁을 통한 설득과 타협으로 각종 사회적 경제적 이해를 조정하고 갈등을 최소화하여 교육 문화 경제 의료 등 점점 심화되고 있는 격차를 해소하고 저출생 고령화,지방소멸의 위기를 헤쳐나가야 하는 절박한 상황이 아닌가. 배제와 독선,독점의 정치가 아니라 협의와 연합,분점의 정치구조가 절실하다. 그것이 진정한 선진국이다.
정치분권이야말로 정치혁신의 근본적이고 시급한 과제다. 정당에서 순번을 매겨 일방적으로 제시하는 폐쇄형이 아니라 유권자가 직접 지지자를 선택할 수 있는 개방형의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해야 한다. 물론 현행 47명의 의원수를 일정하게 늘리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이번에는 그대로 하고 다음 총선부터 확대해 적용하는 방안을 적극 추진해야 할 것이다. 더불어 위성정당 금지도 명문화해야 한다. 선거를 90일도 남기지 않은 상황에서 과거의 병립형 비례대표제로 돌아가려는 시도는 혁신과 분권에 더 역행하는 것이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퇴원하면서 “상대를 죽여 없애야 하는 전쟁 같은 정치를 종식해야 한다”고 했다. 본인 역시 다시 한번 성찰하겠다고 했다. 거기에 걸맞은 분권형 선거법과 정당법 개정, 그 혁신의 길이야말로 답이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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