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칼럼] 야당 대표 서울대병원 전원이 남긴 씁쓸함

김승기 센텀소중한눈안과 원장 2024. 1. 15.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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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기 센텀소중한눈안과 원장

한동안 의료전달 체계 개선과 원격의료, 기초 의료과의 지원, 의대 정원 확대, 지방 의료 활성화와 같은 의료보건정책이 큰 사회적 이슈가 되다가 잊혀지는듯 했다. 그런데 엉뚱하게 제 1야당 대표 테러사건으로 인해 다시 이 이슈가 되살아나고 있다. 사건 이후로 쓸모 없어 보이는 논란이 너무 심해지고 있어 가능하면 이 사건 이후 벌어진 의료적인 모습만 그려보고 싶다.

1.3cm가 찢어 졌느니, 2cm가 맞느니, 1cm 였느니 말이 많은데, 그게 뭐가 그렇게 중요한지 모르겠다. 열상 창상 자상에 대한 공방이 이는데 열상이면 아무것도 아니고 자상이면 큰 일 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의사들은 웬만하면 환자 문제로 서로 다투지 않는다. 한쪽의 발표에 바로 반박이 나오는 것은 보기 드문 일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부산 병원에서 바로 반박이 나왔다. 경험 많고 유능한 혈관 외과 의사가 3명이나 있고 수술 준비가 다 되어있는 상태였지만 환자 측에서 서울대 병원으로 전원을 원해서 이송을 했다고 했다.

헬기 이송이 문제가 되니까 환자 측에서는 병원에서 결정한 문제라 모른다고 했고, 부산대병원에서는 바로 헬기 이송이 가능한지만 확인했고 헬기를 요청한 적이 없다고 발표했다. 서울대병원은 헬기 이송은 모른단다. 헬기는 유령이 불렀나 보다.

정말 촌각을 다투는 상황이었으면 당연히 부산대 응급센터에서 수술을 했을 것이다. 전원할 시간도 없고 전원하다가 사고 날 가능성이 훨씬 크다. 이런 것이 의료진의 의학적인 판단이다.

일단 촌각을 다투는 심각한 상황이 아니라는 ‘의학적인 판단’이 나오면 이제는 환자 측의 판단이 우선된다. 이 과정에서 “더 잘하는 곳에서 해야 후유증이 적고 좋지 않겠나”하는 말이 나왔다고 하고 나머지는 대충 짐작이 간다. 요즘 일반 환자라도 서울 병원 전원을 요청할 때 당연히 거부할 수가 없다. “이 정도면 서울까지 가지 않으셔도 됩니다 ”는 말을 했다가는 바로 “당신이 책임질 수 있나”는 소리를 들어야 한다. 하물며 야당의 대표 측에서 서울대병원에 가고 싶다고 하는데 “안됩니다. 여기서 수술하세요 ”라고 할 수 있는 병원이나 의사는 없다.

부산대 응급센터에서 “우리가 못하겠으니 서울로 가세요 ”라고 했을 리도 없다. 부산대병원 응급센터는 규모나 인력면에서 최소한 서울대 응급실 보다는 훨씬 더 크다. 권역 응급센터이므로 부울경 응급환자를 다 커버하기 때문에 사고에 대한 숙련도가 서울대병원 응급실 보다 높으면 높았지 못하지 않을 것이다.

한 유명 정치인은 마음이 너무 넓으신 관계로 “의전 서열 8위의 야당 대표를 헬기로 이송한 것이 뭐가 문제냐”고 한다. 맞는 말이다. 평일 KTX나 SRT는 서울 대형병원에 진료를 보는 환자들로 넘쳐난다. 얼마나 그런 환자가 많으면 기차역에서 셔틀버스 까지 돌리겠는가. 이게 당연하거나 권유해야 하는 일이란 말인가.

필자는 고향이 서울이고 모든 학교를 서울에서 나왔고 봉직, 개원도 서울에서 10년 정도 하다가 부산에 온 지 이제 10년이 훌쩍 넘었다. 의사 입장에서도, 환자 입장에서도 서울의 대형 병원에서만 치료 가능하거나 최소한 더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 있는 경우가 있다는 걸 인정한다. 특히 희귀질환은 대부분 환자가 서울에 몰리므로 서울 대형병원이 경험을 많이 축적할 수 있다.

하지만 이번 사건에서 서울대병원이 발표한 정도의 상태가 ‘경험 많고 유능한’ 서울대병원 의사가 아니면 수술이 어려웠을까? 이재명 대표가 부산대병원에서 잘 치료받고 회복해서 너무 좋고 감사하다고 했으면 어땠을까. 아프다고 무조건 서울로 갈 필요는 없다고 한마디 더 해주었으면 어땠을까.


다급한 상황에서 높으신 분들의 민낯과 속마음이 다 보여진 것 같아 지방에서 근무하는 의사 중 한 명으로서 너무 씁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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