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면과 떡을 합쳤다... 문 닫는 중소기업 협동조합들

강다은 기자 2024. 1. 15.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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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환경 급변에 폐업·탈퇴 늘어

지난 8일 한국 면류 공업 협동조합(면류 공업 조합)과 한국 떡류 혼합분말 공업 협동조합이 합쳐져 한국 떡류 혼합분말 공업 협동조합이 됐다. 면류 공업 조합은 면을, 떡류 공업 조합은 떡을 생산하는 중소기업을 회원사로 두고 밀가루·전분 등 원재료 공동 구매와 공동 판매를 해왔다. 떡류와 면류는 사업 자체가 비슷한 데다 최근 내수 경기 부진 등으로 경영 여건이 어려워지면서 폐업하거나 탈퇴하는 조합사가 많아져 통합한 것이다. 면류 공업 조합은 2017년 42사에서 지난해 22사로 줄었다. 조합 규모가 줄다 보니 공동 구매·판매, 공동 생산·시설 이용·기술 개발 등 조합 차원의 사업도 제대로 안 되고, 회원사가 다시 줄어드는 악순환이 반복됐다.

산업·경영 환경이 급변하면서 문 닫는 중소기업 협동조합이 늘어나고 있다. 중기 협동조합은 중소기업이 사업별, 지역별로 모여 공동 사업을 추진하고, 협업을 활성화하기 위한 비영리 법인이다. 국가 주도로 경제 발전이 이뤄지던 1960년대 만들어져 우리나라 중기 정책의 근간이 됐고, 중기 성장의 주춧돌 역할을 해왔다. 하지만 최근 공동 사업이 줄고, 경기 불황 여파로 회원사 수익성이 악화하면서 위기를 맞은 것이다. 회원사와 회비가 급감해 직원조차 고용할 수 없는 ‘개점휴업’ 상태인 협동조합도 많다고 한다.

그래픽=김의균

◇'개점휴업’ 중기 협동조합 늘어나

중기 협동조합은 국가 주도 경제 발전 계획의 산물이다. 1961년 ‘중소기업 협동조합법’을 제정했고, 1965년 단체 수의계약 제도를 도입해 당시 정부 물품 구매 등에 중기 협동조합을 활용했다. 중기들은 개별 회사가 가진 자본·인프라 등의 한계를 협동조합이라는 매개로 협업하면서 규모의 경제를 통해 경영 효율을 높여왔다. 하지만 중소기업 업황이 계속 나빠지고, 업종 간 경계도 모호해지는 등 산업·경영 환경이 급변하면서 존재감도 줄었다. 14일 중소기업중앙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해산한 중기 협동조합은 130곳이다. 특히 코로나 팬데믹 기간인 2020~2021년 78곳이 해산됐다. 현재 중기 협동조합 수는 908곳인데, 5년 새 전체 중기 협동조합의 12%가 사라진 것이다. 또 1년간 총회를 개최하지 않는 등 협동조합의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휴면 조합도 58곳에 달한다.

특히 정부가 2022년 군(軍) 급식 제도를 개편하면서 통조림·육가공 등 식품 관련 중기 협동조합이 큰 타격을 입었다. 국방부는 1970년부터 유지해오던 수의계약 물량을 단계적으로 줄여 2025년부터 모든 물량을 완전 경쟁입찰 방식으로 전환하기로 했다. 2010년대 33사가 소속된 식품 관련 A 협동조합은 지난해 말 17사로 줄었다. 협동조합 매출도 최근 10년 사이 90% 급감했다. 제과 관련 B 협동조합 이사장은 “조합 이사장들끼리 만나도 대부분 ‘월회비 3만~10만원도 못 내는 곳이 많다’는 푸념만 한다”며 “직원도 모두 내보내고 이사장 홀로 일하는 조합도 많다”고 했다.

◇”시대 변화 맞춰 협동조합 사업·제도 변화해야”

전문가들은 조합사의 권익을 대변하고, 규모의 경제를 통한 경제적 기능, 산업 육성 기능 등 협동조합의 긍정적인 역할이 많은 만큼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또 협동조합 스스로 회원사 공동 이익을 위한 사업을 발굴하는 등 자체 혁신도 병행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실제 회원사의 큰 호응을 얻은 협동조합 혁신 사례도 적지 않다. 한국 제약 협동조합은 2022년 경기 평택에 회원사 109곳이 쓸 수 있는 공동 물류 센터를 지었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물류 서비스의 중요성이 커졌지만, 자본이 많이 필요해 개별 중기가 물류 시스템을 구축하기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부천시 수퍼마켓 협동조합도 상품 입고·포장·배송 등 전 과정을 일괄적으로 처리하는 ‘풀필먼트 서비스’를 공동 구축했다. 부산 조선해양 기자재 협동조합은 산단 내 세탁소·구내식당을 만들어 회원사 직원 복지 개선에 나서기도 했다. 강화되는 환경 규제에 대응하기 위해 오염물질 측정 장비 공동 구매 등 협동조합 차원의 활동도 늘고 있다고 한다. 고수진 중소기업중앙회 조합정책실장은 “조합은 여전히 영세 중기가 목소리를 내는 창구이고, 산업단지 내 하수처리장 건설, 대규모 계약같이 조합 차원에서 공동으로 추진해야만 하는 사업도 있기 때문에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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