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루 잡으려 뛰다보면 토끼라도 잡을 수 있다”
지난해 글로벌 경기 위축으로 투자 심리가 얼어붙으면서 국내 벤처·창업업계는 그야말로 ‘혹한기’를 보냈다. 지난 12월 경기도 성남시 다산타워에서 만난 ‘벤처 1세대’ 남민우(62) 다산그룹 회장은 “스타트업을 운영하거나 창업을 준비 중인 후배들이 외부 환경을 걱정하기보다는 일단 부딪치고, 도전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노루를 잡으려고 뛰다 보면 토끼라도 잡을 수 있습니다. 실패할 수도 있지만, 끊임없이 혁신하면 성공은 자연스럽게 따라옵니다.”
1993년 통신장비업체 다산기연(현 다산네트웍스)을 창업한 남 회장은 30여 년 숱한 위기를 헤쳐낸 비결을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는 벤처 정신”이라고 했다. 자신을 ‘영원한 벤처인’이라고 소개한 그는 1990년대 IMF 외환 위기를 시작으로 2000년대 글로벌 금융 위기, 최근엔 코로나 팬데믹을 이겨내며 17개 계열사에서 연 매출 8000억원을 올리는 다산그룹을 일궈냈다.
서울대 기계공학과 졸업 후 대우자동차 엔지니어로 사회생활을 시작한 남 회장은 월급쟁이로 끝낼 수 없어서 창업에 나섰다고 한다. 창업 초기 미국에서 소프트웨어를 수입하던 그는 IMF가 닥친 1998년 국내 사업은 어렵다고 판단해 미국으로 건너갔다. 글로벌 IT 기업의 기술력을 확인한 그는 인터넷 시대를 확신하고 귀국해 서로 다른 네트워크를 연결해주는 ‘라우터’를 개발했다. 남 회장은 라우터를 KT에 납품하는 데 성공했고, 2000년 4월 다산네트웍스를 코스닥에 상장했다. 그는 세계에서 가장 널리 쓰이는 컴퓨터 운영체제인 리눅스 기반 라우터를 상용화하는 등 기술 혁신을 이어갔고, 사실상 ‘제로’였던 국내 매출을 240억원으로 끌어올리며 승승장구했다.
하지만 2000년대 초 인터넷 거품이 꺼지고,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까지 닥치면서 회사는 심각한 경영난에 빠졌다. 남 회장은 “위기에 쉽게 흔들리지 않고, 안정적으로 성장하기 위해 사업 다각화가 필요했다”고 말했다. 남 회장은 국내 자동차 부품 업체 ‘디엠씨’, 신소재 업체 ‘솔루에타’를 비롯해 미국 인터넷 장비 업체 존테크놀로지(현 DZS)를 잇달아 인수했다. 이 외에도 한국전자투표(전자투표 소프트웨어), 스타콜라보(패션), 호코스(화장품) 등 업종을 가리지 않고 사업 영역을 넓혔다.
이런 사업 다각화는 코로나 팬데믹 위기를 극복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 팬데믹 기간 통신장비 사업은 정체했지만, 자동차 부품과 설비기계 등이 호황을 맞으면서 수익을 냈기 때문이다. 현재 다산네트웍스는 현대모비스와 자동차 유무선 통신 통합 제어장치(CCU)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고 있고, 두산인프라코어와는 중장비 통신 제어장비를 개발 중이다.
남 회장은 지난 10월 글로벌 과자 브랜드를 국내에 유통하는 ‘앰지코리아’를 인수했다. 2021년부터 한국청년기업가정신재단 이사장을 맡은 그는 “과자 유통업체 인수가 뜬금없다는 반응도 많았지만, 사업성을 따져보니 주저할 이유가 없었다”며 “언제, 어떻게 만날지 모르는 기회를 잡기 위해 과감히 도전하는 젊은 창업자들이 더 많아져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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