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시평]항모의 꿈

구민교 서울대학교 행정대학원 교수 2024. 1. 15. 0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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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와 막둥이가 좋아하는 노래 중 "주위를 둘러보면 모두 네모난 것들뿐인데 우린 언제나 듣지 잘난 어른의 멋진 이 말 '세상은 둥글게 살아야 해' 지구본을 보면 우리 사는 지군 둥근데 부속품들은 왜 다 온통 네모난 건지 몰라 어쩌면 그건 네모의 꿈일지 몰라"라는 후렴구의 '네모의 꿈'이 있다.

예산만 갉아먹는 효율성 없는 사업이 될 것이라는 주장과 미중 해양 패권경쟁에 따른 불확실성에 대비한 전략자산이 될 것이란 주장이 맞서는 가운데 2020년 문재인정부는 3만톤급 경항모 도입을 전격 선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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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민교 교수(서울대 행정대학원)

필자와 막둥이가 좋아하는 노래 중 "주위를 둘러보면 모두 네모난 것들뿐인데 우린 언제나 듣지 잘난 어른의 멋진 이 말 '세상은 둥글게 살아야 해' 지구본을 보면 우리 사는 지군 둥근데 부속품들은 왜 다 온통 네모난 건지 몰라 어쩌면 그건 네모의 꿈일지 몰라"라는 후렴구의 '네모의 꿈'이 있다. 획일화한 사회에 대한 비판이라는 해석부터 문명이 발달한 '네모난 외계인'의 음모론이라는 주장까지 그 풀이가 다양하다. 여기에 하나 더하자면 주관적 인식은 고정관념이나 인지편향으로 객관적 현실과 쉽게 괴리된다는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한반도를 둘러싼 객관적 현실은 강대국 간의 패권경쟁으로 일촉즉발의 상황인데 우리의 안보인식은 '왜 온통' 북한뿐인지 모르겠다. 올해 국방예산을 봐도 그렇다. 한반도 유사시 대응이 급선무니 굳이 미중 패권경쟁에 끼어들 필요가 없다는 행간의 뜻이 보인다. 9·19 군사합의 파기선언 등 최근 북한의 계속되는 도발이 심상치 않은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고 북한 너머의 위협에도 대비하며 살아야 한다는 것은 꿈같은 소리일까.

1996년 김영삼 대통령이 수직이착륙기 탑재가 가능한 경항공모함 사업을 재가하면서 시작된 논란을 보자. 이 사업은 김대중 대통령이 2001년 전략기동함대 건설을 천명하자 급물살을 타는 듯했지만 결정적 고비 때마다 시기상조론에 좌절했다. 예산만 갉아먹는 효율성 없는 사업이 될 것이라는 주장과 미중 해양 패권경쟁에 따른 불확실성에 대비한 전략자산이 될 것이란 주장이 맞서는 가운데 2020년 문재인정부는 3만톤급 경항모 도입을 전격 선언했다.

하지만 이 사업은 여전히 표류 중이다. 국회의 예산심의 과정에서 해군 관계자들은 "극소수 과대망상증 환자"라는 독설을 듣기도 했다. 국회의원 시절부터 부정적 입장을 견지해온 신원식 국방부 장관은 "경항모 사업은 많은 재원과 장기간이 소요되는 대규모 사업으로 북한의 위협에 집중해야 하는 현 안보상황에서 그 필요성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요구된다"며 재차 선을 그었다. 최근 국방부가 발표한

'2024~2028년 국방중기계획'에 따르면 우리 군은 앞으로 5년간 41조5000억원을 투입해 북한 미사일 위협에 대비한 '한국형 3축체계' 구축에 공을 들인다. 전체 국방비는 2023년 57조원을 기점으로 연평균 7%가 늘어 2028년이면 80조원이 된다. 경항모 사업 예산은 하나도 편성되지 않았다. 우리가 직접 항모전단을 꾸리지 않더라도 유사시 미국 제7함대 항모전단의 지원을 받으면 된다는 소리도 들린다.

과도한 예산 때문에 사업추진이 곤란하다는 주장에 동의하기 어렵다. 2033년까지 10년에 걸쳐 항모건조와 함재기 도입에 투입될 5조원이 우리 국방비 규모가 감당하기 어려운 정도는 아니다. 인도·태평양 지정학 내에서 확장 해상 억지력 확보가 필수라는 주장을 펴온 해군은 말을 아끼고 있다. 현 정부가 사업중단을 공식화한 것은 아니지만 추진의지를 보이지 않는 마당에 해군도 정무적 판단을 해야 하리라. 그렇게 항모의 꿈이 멀어져 간다. 연안 방어를 넘어 대양해군의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별들이 줄을 서는 때'(when the stars align)를 기다려야 하나 보다.

구민교 서울대학교 행정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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