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은경 작가, "'경성크리처' 시대적 서사, 더욱 이슈화됐으면 한다"
[헤럴드경제 = 서병기 선임기자]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경성크리처'가 파트1과 2를 나눠 10부작을 공개했다. 내용은 일제 강점기 막바지인 1945년 봄, 생존이 전부였던 두 청춘, 장태상(박서준)과 윤채옥(한소희)이 인간의 탐욕으로 탄생한 괴물들과 사투를 벌이는 것이다.
여기에는 일제강점기 하얼빈 근교에 있던 일본 731부대가 '마루타(통나무)'라는 암호명으로 자행한 생체실험을 '크리처'라는 장르물로 연결시킨 아이디어가 돋보인다. 하지만 초반에서 전개가 느리다는 의견부터 독립군 묘사 부분 등 약간의 논란들도 따라다닌다.
'경성크리처'의 강은경 작가와 정동윤 감독은 작품에 대해 이야기를 풀어놨다. 옹성병원에 수감된 여성 최성심(일본명 세이신, 강말금 분)이 실험에 의해 괴물(크리처물)이 됐고, 최성심이 여주인공 채옥의 엄마라는 사실로 볼 때 모성애 코드가 있음을 알게된다.
"크리처에 모성을 집어넣은 것은 역사 자료를 찾다가 일제의 생체실험중 모성본능실험이 있었다. 잠을 잘 수 없을 정도로 참혹하고, 아이를 낳은 엄마에게 죽음의 공포를 안겨주는 실험이었다. 이걸 보고 '성심(세이신) 크리처'가 탄생했다."(강은경 작가)
일본은 당시 자료가 거의 없을 정도로 생체실험 사실 자체를 부인한다. 하지만 일본이 연합군에 항복하고 2차대전이 끝난 후에도 731 부대에 있던 의사와 연구원들은 도쿄제국대 의학부에 자리를 잡거나 제약회사 임원 등으로 복귀하며 활약했다.
"그러한 우리 이야기에 그들은 별 관심이 없다. 그 사람들을 유입시킬 서사 코드가 필요했다. 그게 모성 본능 실험에 관한 이야기였다."(강은경 작가)
강은경 작가는 "'경성크리처'의 이야기가 되도록 많은 사람이 봤으면 했는데, 한류로 잘나가는 배우들이라 리스크가 있을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너무 좋은 배우들이 용기 있게도 캐스팅에 응해줘 감사하다. 박서준과 한소희 배우를 기대했지만 냉정하게 시대물이라 (섭외에 응해줄지) 기대를 안한 지점도 있다"고 전했다.
장태상 역을 맡은 박서준과 윤채옥 역을 소화한 한소희는 액션이 많은데도 앞뒤 안보고 촬영에 임했다. 한소희는 실제 큰 부상을 입기도 했다. 또한 일본에서 악플이 달린 한소희는 SNS에 안중근 의사의 사진을 올리기도 했다. 제작진은 이들 두 배우를 포함해 함께 한 출연진에 대해 감사함을 표했다.
정동윤 감독도 "1945년을 다룬 시대극이 별로 없었다. 재미만 추구할 게 아니라 작품 본질에 대해 고민했다"면서 "크리처 설계부터 담백하게 접근했다. 민감한 이슈를 다루다 보니, 글로벌 시청자들이 봤을 때 어떻게 느끼면 좋을까도 생각하며 제작했다. 예산이 많이 들어가게 됐는데, 전폭 지원해준 넷플릭스에도 감사하다"고 말했다.
강은경 작가는 "우리는 경계에 있는 이야기를 하려고 했다. 충돌하는 부분도 있을 수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더욱더 이슈화되어지고, 끌어올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유태인의 홀로코스트는 이렇게 회자되면서 관련 작품들이 아카데미상을 받는데, 그 저변에는 가스로 사람이 죽어갔다는 역사적 사실이 놓여있다. 우리 선조들은 더 심한 일도 겪었다. 그런 의문을 가지고 이야기를 하려고 했고 수많은 이야기가 연결돼 있었다"고 전했다. 정동윤 감독도 "참 많은 딜레마를 안고 산다. 계속 죽음에 대한 문제에 직면하며 그 문제를 안고산다"고 했다.
'경성크리처'가 넷플릭스를 통해 전세계 190개국으로 공개되다 보니 글로벌 반응이 나왔다. 강은경 작가는 "친일파와 독립군 이분법으로 나누는 게 아니라 그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할머니 할아버지 이야기다. 타임지에서 긴 기사를 제대로 써줬다. 그 시대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면서 "넷플릭스와 작업하면서 파급력이 엄청나게 커다는 것을 알게됐다. 각국에도 이 이야기를 알리면서 보게해주었다. 일본에서도 보는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의외의 층에서 반응이 나오기도 했는데, 우리 10대들도 봤다고 하니 작가로서 기쁘다"고 말했다.
이어 강은경 작가는 "지난 30년동안 글을 썼다. 그것보다 최근 쓴 3년의 변화가 더 많다. 그런 고민 을 항상 머리에 담고 있는데, 항상 답은 내가 꽂히는 것에 관해 쓴다는 것이다"면서 "후반작업중인 시즌2를 올해안에 내보내야 한다"고 전했다.
정동윤 감독은 "많은 피드백을 접하고 있다. 기대치와 다른 부분도 이야기해주었다. 시즌2에서는 피드백을 반영해 잘해야겠다. 시즌2에서는 속도감을 더 내려고 한다"고 말했다.
강은경 작가도 반응이 엇갈린 데 대해 "나는 시대물에 강조점을 두었고, 시청자들은 크리처에 방점을 둔 것 같다"면서 "지금까지 나온 다양한 반응들은 앞으로의 작품에 좋은 자양분이 될 것이다"고 말했다.
강 작가는 초반 서사가 늘어진 데 대해서도 "그 시대를 이야기 하기 위해서는 몇가지를 빌드업 하지 않으면 안됐다. 태상과 채옥을 통해, 실종과 생존 문제를 다루었다. 이게 폭발한 게 7부였다"면서 " 모두가 다 나와 본정(혼마치) 거리에 모여 축제를 한다. 그것은 죽음 직전까지 간 사람들을 구해내는 그 이야기를 위해 달려간 것이다. 속도감을 살리려고 하지는 않았다. 지루하게 보신 이유중 하나가 어머니 실종 때문일 것이다. 어머니를 찾아야 하는 이유를 보여주기 위한 거다. 당시 이유 없이 사라진 사람이 너무 많았다"고 설명했다.
강은경 작가는 독립군에 대한 묘사와 관련, "보통 항일 독립군과 친일파로 이분화시키는데, 한 사람 한 사람을 보여주며 인간적인 접근을 하길 원했다. 인간의 애정이나 사랑, 권력을 가진 측과 피해 본 측을 나누고자 하는 건 있다. 이시카와 부하인 모리는 장태상을 미행하지만 결국 장태상을 돕게된다. 화가인 사치모토도 방관자로 시작해 조선인을 돕는다. 일본 군복을 입은 우리 청년 최군(김윤우) 이야기도 포인트다. 이런 걸 보여주자는 사명감을 가지고 썼다"고 전했다.
이어 "독립군이고 이 시대 어둠을 끝내겠다는 의지는 강했지만 두려움이 없었을까. 현실세계의 막막함을 직면했을 것이다. 준택(위하준)이 뚜벅뚜벅 걸어가는 게 방점이다. 윤봉길 의사 하면 무적일 것 같지만 어려움을 다 버텨내면서 그런 위대한 일을 하셨다. 그 때 윤봉길 의사의 나이는 24세다"고 덧붙였다.
태상과 채옥의 로맨스도 인상적이다. 그 흐름을 보는 것도 이 작품의 묘미다. 강 작가는 "그 시대를 같이 살고 있지만 가치과 삶의 목적이 서로 다르다. 실종된 사람을 찾으러 가다 만나 서로 죽지 않았으면 하는 공감대로 발전한다. 채옥이 9부에서 '날 기억해주겠어'라고 한 것은 멜로 코드로 볼 수 있지만, '그 시대를 기억해주겠어'라는 질문으로 볼 수도 있다. 아무도 기억하지 않으면 그 시대를 살아간 사람이 쓸쓸할 것 같다. 현대에 와서 우리는 그들을 얼마나 기억하고 있는가를 묻는다"고 설명했다.
정동윤 감독은 "채옥이 예쁘니까 태상이 반할 수 있다. 하지만 어려움을 헤쳐가면서 신뢰가 쌓였다. 희생할 수 있는 남자라는 인간적 신뢰를 쌓았다. 사랑하기도 힘든 시대에 신뢰를 행동으로 보여주며,시대적 아픔속에 핀 사랑이 됐다"고 말했다.
강은경 작가는 "누구 한 사람을 영웅으로 만들 생각은 없었다. 사이다가 없는 시대. 뭔가 해결돼 먹먹하거나, 8월 15일이 올 것이라고 생각을 못했다. 채옥이 계속 사람을 구해내지만, 우리에게 살아남아, 해방되는 날이 올까요? 하고 질문을 던졌다"고 말했다.
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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