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민시론] 사랑과 혁명의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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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부터 눈발이 날리더니 오후에는 제법 소담스럽게 내린다.
눈이 내리는 날은 외려 날씨가 푸근하다.
) 아침에 신문사에서 시론(時論)을 하나 써달라고 청탁이 왔다.
아무튼 아침에 시론 청탁을 받고 무엇을 쓸까 고민하다 한해가 바뀌었다는 것을 문득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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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부터 눈발이 날리더니 오후에는 제법 소담스럽게 내린다. 눈이 내리는 날은 외려 날씨가 푸근하다. 기상학자가 아닌지라 정확히 그 이유는 알 수 없으나 허공을 떠다니는 수증기의 밀도, 바람과 공기의 흐름 등과 관련이 있겠지. 햇살 속으로 눈이 내리는 푸근한 겨울 오후다. 햇살 속 내리는 저 함박눈은 행복할까, 항복할까. 내리면서 녹는 저 눈들에게 한번 물어봐야겠다.
나에게는 ‘파리Paris 책상’과 ‘리스본Lisbon 책상’이 있다.
창가에 앉아 바깥 풍경을 바라보며 글을 쓰고 싶어 창가에 작은 책상을 하나 둔 적이 있다. 나는 그 책상을 ‘파리 책상’이라 불렀다. 이유는 간단하다. 그 책상 위에 오래 전 여행 다닐 때 가지고 다니던 파리 전도(全圖)를 액자 속에 넣어 올려 두었기 때문이다.(웬 사대주의냐고 날 비난하시는 분들도 있겠지만, 난 그냥 파리라는 도시가 추구하던 사랑과 자유와 혁명, 그리고 시적인 분위기, 그 모든 게 좋다.)
아침에 신문사에서 시론(時論)을 하나 써달라고 청탁이 왔다. ‘때 시’ 자를 쓰는 시론과 ‘시 시’ 자를 쓰는 시론을 난 잘 구분하지 못 하나 보다. 난 언제나 시론(時論)을 청탁 받지만 자꾸만 시론(詩論)을 쓴다. 잘 구분하지 못 하는 게 아니라 일부러 안 하려는 게 분명하다. 아무튼 아침에 시론 청탁을 받고 무엇을 쓸까 고민하다 한해가 바뀌었다는 것을 문득 깨달았다. 새술은 새부대에 담으라 하지 않았는가. 그래서 아침부터 집안의 환경미화를 시작했다.
새해가 되었으니 새로운 책상 위에서,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새로운 글을 써야하지 않겠는가. 그것이 글을 쓰는 사람으로서 독자들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가 아니겠는가. 그래서 한참을 고민하다(책상을 놓을 위치, 기존에 있던 가구들의 재배치, 가구들을 이동하고 재배치했을 때의 전체적인 분위기와 편리함 등에 대하여) 결국 생각을 실행에 옮겼다. 생각만 하고 실행하지 않는 자들은 결국 자신이 꿈꾸던 ‘삶’도 미수에 그치고 만다.
늘 젊은 가수 닐 영(Neil Young)이 그러지 않았던가, “일단 시작해라, 그리고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한 번 보자, 한 번 할만한 가치가 있는 일은 계속 반복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그러니 일단 한 번 해보는 것이다. 그리고 조금씩 개선하면 되는 것이다. 사랑과 혁명은 하루 아침에 이루어지는 게 아니다. 생각한 것을 실천하고 조금씩 개선하며 인류는 그나마 이 광대한 우주에서 생존해 왔다. 그러니 새해엔 우리도 그래야 하지 않겠는가. 사무엘 베게트도 아마 이 비슷한 생각을 했었나 보다, “실패하라, 더 낫게 실패하라”고 말하는 걸 보니!
그런데 왜 새로 놓은 책상 이름이 ‘리스본 책상’이냐구요? 책상 위에 2007년 리스본 여행에서 데려온 그림 하나를 올려 두었기 때문이다. 그림 뒷면에는 이렇게 적혀 있다. Georei Charhka, Lisboa - 2007, Portugal, 리스본 책상.
혁명의 거리인 ‘리스본 7월 24일 거리“에서 그림을 그리던 게오레이 샤카 씨에게도 멀리 강원도 정선에서 새해 안부를 전한다(물론 그는 이 글을 읽을 수 없겠지만, 마음만이라도!). 나는 하루종일 내리는 눈을 바라보고, 눈은 나를 바라보는, 등불을 켠 듯 마음이 환해지고 따스해지는 그런 날이다. 아울러 지금 이 글을 읽고 계신 독자들에게도 새해 덕담을 미리 건넨다(음력 설은 아직 한달 가량 남았지만 덕담은 많이 나눌수록 좋은 것이니!)
그러니 이 글을 읽는 독자들이여, 갑진년 한 해에는 그대들에게 ’값진‘ 일들만 가득하시길, 총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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