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좇지 않아" 박서준, '경성크리처'로 느낀 책임감[TF인터뷰]
일제강점기 731부대 모티브 삼은 '경성크리처'
경성 최고 전당포 대주 장태상 役
"아픈 역사 알릴 수 있는 계기 됐으면"
[더팩트 | 공미나 기자] "인기를 좇아서 살지도 않았고, 제가 하는 일을 좋게 봐주시는 분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갖고 있을 뿐이에요. '경성크리처' 출연 전 주위에선 걱정을 했을 수 있지만, 저는 그런 생각이 전혀 없었어요."
일제강점기 일본의 만행을 담은 넷플릭스 시리즈 '경성크리처' 출연 전 망설임은 없었느냐는 물음에 대한 배우 박서준의 대답이다.
'경성크리처'는 일제강점기 베일에 싸인 병원 지하실에서 벌어지는 일본군의 잔인무도한 생체실험에서 탄생한 괴물과 맞서고 그에 대한 비밀을 파헤치는 스토리를 다룬 작품이다. 일제강점기 731부대 생체 실험이 이 작품의 모티브다.
박서준은 극 중 경성 최고의 전당포 금옥당의 대주 장태상 역을 맡았다. 장태상은 흠잡을 데 없는 외모와 호기로운 성격을 가진 장태상은 이시카 경무관의 협박으로 그의 애첩을 찾던 중 채옥(한소희 분)과 얽히며 다른 인생을 맞이하게 되는 인물이다.
10여 년 전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한 드라마가 수많은 한류스타들의 거절을 받아 캐스팅 단계에서 난항을 겪은 이야기는 유명한 일이다. K-콘텐츠의 위상이 과거보다 높아졌다 한들 여전히 일본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배우들이 이러한 작품에 선뜻 출연하기 쉽지 않을 터다. '경성크리처' 강은경 작가도 언론 인터뷰에서 "배우들이 이 작품을 출연할까 싶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11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만난 박서준은 "시대극과 크리처물의 조합이 신선했다"며 "출연 전 촬영에 얼마나 험난한 과정이 있을지는 걱정했어도 (배역에 대해) 특별한 두려움은 없었다. 이런 이야기도 해볼 수 있음에 감사했다"며 단번에 출연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아프고 무거운 역사지 부끄러운 역사가 아니라고 생각해요. 이 작품이 모르는 사람들에게는 이 역사를 알릴 수 있는 계기가 되고, 잊고 지낸 사람들에게는 다시 떠올릴 수 있는 계기가 될 거라고 생각했어요.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이 역사의 무게감을 이루 말할 수 없지만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을 잘 표현하는 데에 포인트를 뒀어요."
'경성크리처'는 시즌2까지 총 700억 원의 제작비가 투입됐다. 시즌1은 두 파트로 나뉘어 지난달 22일과 이달 5일 공개됐다. 파트1 공개 직후 일각에서는 혹평도 쏟아졌다. 몰입감이 떨어지고 서사가 빈약하다는 이유에서다. 파트2 공개 이후에는 혹평보다 호평이 많아지며 넷플릭스 글로벌 톱10(비영어) 3위에 등극했다.
박서준도 대중의 반응을 모르는 것은 아니었다. 그는 "사람인지라 혹평을 겸허히 받아들일 때도 있지만 상처를 받기도 한다. 그래서 멀리한다. 뭐가 아쉬운지는 얘기하지 않아도 느낀다. 무너지지 않으려 좋은 말에 더 집중하는 편이다. 어찌 됐든 파트2까지 선택해 주신 분들 이 드라마가 뭘 이야기하고 싶은지 무슨 재미가 있는지 끝까지 확인하고 싶었을 것"이라고 했다.
'경성크리처'는 일본 넷플릭스에서도 높은 순위에 들었다. 박서준은 일본 내 좋은 반응을 예상하진 못했지만 "어떻게 받아들일지 궁금하긴 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일본의 일본 반응을 다 알 수는 없지만 주변 일본 친구들은 의미 있게 봤다고 하더라"라며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메시지가) 전달되지 않았을까 싶다. 한국 콘텐츠의 힘이 많이 커졌기 때문에 이런 작품이 나오는 것 같다. 그런 부분에 있어서 책임감을 많이 느꼈다"고 말했다.
'경성크리처를 통해 박서준도 역사를 다시 살펴보는 시간을 가졌다. 그는 "대본을 이해해야 표현할 수 있으니 모르는 점이나 잊었던 사실을 다시 찾아보고 생각했다. 그 시절을 비주얼적으로 마주하니 충격을 많이 받기도 했다. 여러 가지로 마음이 무거워지는 상황이 많았다"고 떠올렸다.
이 작품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대사는 9회 마에다(수현 분)와 독대신에서 내뱉은 '이 세상이 아니었으면 겪지 않았어도 될 일들'이라는 대사다. 그는 이 대사를 두고 "작품을 관통하는 이야기를 독백 하나로 얘기해야 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 시대를 표현하는 인물을 하고 있지만 그 시대를 살아보진 않았다. 어느 정도의 무게감을 느껴야 하는지 긴장이 많이 됐다. 그 대사 그 장면이 굉장히 의미 있고 표현하기 어려웠다"고 떠올렸다.
작품은 독특한 소재뿐만 아니라 박서준과 한소희의 조합으로 공개 전 많은 관심을 모았다. 그래서 한소희와 멜로 비중이 적어 아쉽다는 반응도 일부 있었다. 박서준은 "초반 한 달 정도는 촬영이 겹치지 않아 못 만났다. 그래서 중후반에 함께 촬영할 때 어떤 느낌일지 기대가 됐다"고 아쉬워하면서도 동료 배우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소희는 분위기도 좋고 많은 걸 가진 배우예요. 현장에서도 분위기를 에너지 넘치게 만드는 성격이고, 선배님들에게도 살갑게 잘 다가가요. 배워야 할 점이라고 생각해요. 결론적으로 한소희라는 배우를 평생 응원할 것 같아요."
올해 안에 공개될 시즌2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박서준은 "시즌1이 속도감이 아쉽다는 반응이 있었다. 시즌2는 속도감이 더 있다고 말씀드릴 수 있다. 예상 밖의 요소도 많고 새로운 얼굴들도 많이 나온다"고 귀띔했다.
'이태원 클라쓰' 이후 한 동안 작품이 없었던 박서준은 지난해 사전 촬영을 마친 작품을 한 번에 공개했다. '경성크리처'를 비롯해 영화 '드림' '콘크리트 유토피아' '더 마블스'까지 무려 네 편이다.
그는 "작품이 공개되지 않은 2~3년 동안 힘들었다. 좋은 평이건 나쁜 평이건 피드백이 있어야 나아갈 수 있는 에너지를 얻는데 한동안 그런 것 없이 작업만 했기 때문"이라며 "지난해는 다양한 반응을 들을 수 있어서 많은 힘이 됐다"고 했다. 그러면서 "올해도 새로운 모습을 보여드리기 위해서 끊임없이 나아가겠다"고 각오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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