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준열, 387일을 함께한 '외계+인'을 보내며[TF인터뷰]

박지윤 2024. 1. 15.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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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1년 반 만에 개봉한 '외계+인' 2부
자신의 정체를 의심하는 도사 무륵 役 맡아 열연

배우 류준열이 영화 '외계+인' 2부 개봉을 기념해 인터뷰를 진행했다. /CJ ENM
[더팩트|박지윤 기자] 배우 류준열이 '외계+인' 2부로 새해부터 관객들과 만나고 있다. 387일이라는 긴 시간 동안 얼치기 도사를 연기하며 모든 열정과 노력을 쏟아부었고, 감독을 비롯해 함께 호흡을 맞춘 배우들을 보면서 한층 성장한 그는 후련함과 아쉬움을 동시에 느끼며 '외계+인'을 떠나보내고 있다.

류준열은 '외계+인' 2부(감독 최동훈) 개봉을 앞둔 지난 4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 위치한 카페에서 <더팩트> 취재진과 만났다. 오랜 기다림 끝에 드디어 2부로 관객들과 만날 준비를 마친 그는 "후련하면서도 섭섭하다"고 솔직한 심정을 털어놓으면서 작품과 관련된 다양한 이야기를 꺼냈다.

먼저 류준열은 완성된 작품을 본 소감을 밝혔다. "'왜 1부와 2부를 함께 개봉하지 않았을까'에 대한 아쉬움이 있어요"라고 운을 뗀 그는 "감독님이 하고자 하는 '사람 사는 이야기'는 2부에 있거든요. 다채로운 액션도 있지만 만남과 인연 그리고 운명에 관한 거죠. 이를 제 눈으로 확인하니까 후련하면서도 섭섭해요"라고 말을 이어갔다.

자신의 정체를 의심하는 도사 무륵으로 돌아온 류준열은 1부와 또 다른 모습을 보여주며 극을 이끈다. /CJ ENM
'외계+인' 1부는 고려 말 소문 속 신검을 차지하려는 도사들과 2022년 인간의 몸속에 수감된 외계인 죄수를 쫓는 이들 사이에 시간의 문이 열리며 펼쳐지는 이야기를 그리고 이어지는 2부에서는 치열한 신검 쟁탈전 속 숨겨진 비밀이 밝혀지는 가운데 미래로 돌아가 모두를 구하려는 인간과 도사들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암살' '도둑들' 등을 연출한 최동훈 감독의 첫 시리즈물로 기대감을 모았지만 2022년 7월 개봉한 '외계+인' 1부는 파격적인 소재와 방대한 세계관으로 '다소 난해하다'는 평과 함께 관객들을 설득시키지 못했고 결국 누적 관객 수 154만 명에 그치며 씁쓸하게 퇴장했다. 하지만 작품은 넷플릭스와 티빙 등 OTT 플랫폼 등을 통해 공개된 후 높은 순위를 기록하면서 재평가됐다.

이 같은 대중의 반응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던 류준열은 이러한 상황에서 2부를 선보이게 된 것에 관해 "영화를 보고 '이게 최동훈이지'라고 생각했어요. 우리 시대 최고의 이야기꾼이 이야기를 중간에 끊었으니 어리둥절했을 수 있죠. 그런데 지금 생각해 봐도 1부를 거기서 끊을 수밖에 없겠더라고요"라며 "1부 때 왜 그렇게 끝냈는지를 이해해 주셨으면 좋겠어요"라고 많은 관람을 독려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외계+인' 2부가 언론·배급시사회 이후 좋은 평을 얻고 있기에 자신감이 생겼냐는 질문을 듣자 "생겼다니요. 자신감은 늘 있었어요"라고 너스레를 떨면서도 "결과는 늘 좋을 수 없잖아요. 어떤 결과든 받아들일 각오는 돼 있죠"라고 힘주어 말했다.

류준열은 "최동훈 감독님의 열정과 집요함을 배웠다"고 존경심을 표했다. /CJ ENM
류준열은 자신의 정체를 의심하는 도사 무륵으로 분해 열연을 펼쳤다. 그는 2부에서 무륵은 고려시대와 현대의 시공간을 넘나들며 활약하고 다채로운 액션 시퀀스를 소화하고 로봇 연기와 춤까지 보여준다. 대부분 상상력에 의존해 연기하는 것이 어려울법 했지만 류준열은 생각보다 그렇지 않았다고 밝혔다.

"배우라는 직업 자체가 상상하는 직업이잖아요. 일상생활을 찍을 때도 카메라와 스태프를 지우고 상상하죠. 그런 면에서 블루스크린과 일반 현장의 차이를 못 느꼈어요. 결국 중요한 건 연기할 때 배경이나 CG에 대한 확신인 것 같아요. 확신과 믿음이 있어야 연기할 수 있고 결과가 이를 받아들일 수 있는 형태로 나와서 안도했어요."

1부에서 어설프게 남의 도술을 흉내 낸 얼치기 도사 무륵은 2부에서 진짜 도술을 터득하며 점차 성장하는 모습으로 1부와 또 다른 면모를 드러낸다. 이를 소화한 류준열은 김태리와 로맨스 호흡을 비롯해 모든 인물과 다채로운 '케미'를 형성하고 진실을 알게 된 후 캐릭터의 감정 변화를 섬세하고 세밀하게 그려낸다.

무륵을 연기할 때 실제로 자신을 빗대어 표현했다는 그는 "'재능이 먼저냐 노력이 먼저냐'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무륵에게는 자신도 모르게 들어온 기괴한 에너지가 재능과도 같잖아요. 이걸로 얼치기 짓을 하고 재주를 부리는 데 나중에 없어지죠. 그때 '주문이 뭐가 중요하냐 다 내 마음속에 있는데'라고 하는데 '그렇다면 이게 노력의 결과물일까?'라는 생각이 들었어요"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아직도 답을 못 내렸어요. 사실 답을 내리기보다는 상황에 맞게 유연하게 밸런스를 맞춰가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무륵을 연기하면서 재능과 노력의 경중을 어떻게 따질 수 있을지 고민했고 이로부터 위로를 얻고 스스로를 부추기기도 했어요."

류준열은 '외계+인' 2부를 시작으로 넷플릭스 'The 8 Show' 등 올해 여러 작품으로 대중과 만날 예정이다. /CJ ENM
'외계+인'은 1부와 2부를 동시에 촬영하며 387일이라는 한국 영화 역사상 최장 프로덕션 기간을 거쳤다. 또한 최동훈 감독은 재촬영을 감행하고 배우들에게 다시 대사를 녹음해달라고 하는 등 1부 개봉 이후 약 1년 반 동안 2부 후반 작업에 몰두하는 열정을 보여줬다. 이를 가까이서 지켜본 류준열은 이날 최동훈 감독을 향해 무한한 존경심을 드러냈다.

"지금 생각해 보니까 감독님은 '피곤하다'고 말한 적이 없으신 것 같아요. 열정에 대한 반증인 것 같아요. 이번에 감독님의 열정과 집요함을 배웠어요. 절대 포기하지 않고 결국 해내셨잖아요. '괜히 여기까지 온 게 아니구나'라는 걸 느꼈죠."

이어 류준열은 '리틀 포레스트'(2018)에 이어 '외계+인'으로 재회한 김태리를 향해서도 각별한 애정을 드러냈다. 뿐만 아니라 김우빈 염정아 조우진 등 함께 연기 호흡을 맞춘 배우들의 열정을 고스란히 느꼈던 현장을 회상하면서 "역시 좋은 작업을 하려면 좋은 사람이 있어야되고 좋은 사람이 있어야 좋은 작업을 할 수 있어요. 저도 좋은 사람이 돼야 할 것 같아요"라고 다짐했다.

"김태리는 '리틀 포레스트'와 비슷했는데 둘 다 연차가 차고 여유가 생기면서 서로를 좀 더 챙겨주게 됐어요. 제가 데뷔 초 때 유지태 선배님이 '같이 나눌 수 있는 배우나 동료가 있으면 오래 활동할 수 있다'고 하셨는데 이게 저에게는 태리같아요. 같이 고민하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친구죠."

'외계+인' 2부로 2024년의 포문을 활짝 연 류준열은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The 8 Show(더 에이트 쇼)'로 전 세계 시청자들과 만날 예정이다. 차기작을 검토하고 있다는 그는 "쉬지 않고 작품 활동을 하려고 해요. 또 주변 사람들과 제가 갖고 있는 좋은 것들을 잃지 않고 챙기는 시간을 보내고 싶어요"라고 올 한 해 계획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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