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총선 86일 앞, ‘선거 룰’ 협상 손놓은 여야의 직무유기

2024. 1. 14. 2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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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0 총선이 오늘로 불과 86일밖에 남지 않았으나 '선거 룰'은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여야 모두 공천관리위원회를 구성하고 인물 영입 작업에 나서는 등 본격적인 선거 체제에 돌입했으나, 선거구와 선거제 모두 '깜깜이' 상태다.

그러나 바로 직전인 21대 총선에서는 불과 39일 남긴 3월 6일에야 선거구 획정이 이뤄졌다.

17대 총선 때는 선거를 37일, 18대 47일, 19대 44일, 20대 42일을 각각 앞두고 선거구 획정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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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0 총선이 오늘로 불과 86일밖에 남지 않았으나 ‘선거 룰’은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여야 모두 공천관리위원회를 구성하고 인물 영입 작업에 나서는 등 본격적인 선거 체제에 돌입했으나, 선거구와 선거제 모두 ‘깜깜이’ 상태다. ‘쌍특검’ 재표결 등을 둘러싼 여야 대치가 심화하며 결국 총선 40일 정도 전에야 가까스로 룰이 정해지는 구태를 반복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현행 선거법에 따르면 국회는 선거일 1년 전에 국회의원 지역구를 확정해야 한다. 그러나 바로 직전인 21대 총선에서는 불과 39일 남긴 3월 6일에야 선거구 획정이 이뤄졌다. 17대 총선 때는 선거를 37일, 18대 47일, 19대 44일, 20대 42일을 각각 앞두고 선거구 획정을 마쳤다.

47명의 비례대표 선출 방식도 좀처럼 진전이 없다. 위성정당을 막기 위해 국민의힘은 정당득표율로 비례대표를 정하는 병립형 회귀를 사실상 당론으로 정했으나, 민주당은 연동형 유지 여부를 놓고 내홍을 빚고 있다. 민주당은 지난달까지만 해도 지도부를 중심으로 병립형 회귀 기류가 강했으나, 시민사회 단체와 내부의 반발이 이어지자 다시 갈팡질팡하고 있다. 선거법 논의가 속도를 내기 위해서는 민주당 지도부가 서둘러 단안을 내려야 한다.

선거구 획정이 지연되며 서울 노원을 현역의원이 노원갑 예비후보로 등록하는 등 혼란이 계속되고 있다. 김진표 국회의장이 최근 신년간담회에서 선거구 획정 시한을 선거 6개월 전으로 의무화하고 선거제를 선거구 획정 이전에 정하지 못하면 기존 제도로 선거를 치르자고 한 것은 이런 어처구니없는 정치 현실을 반영한 것이다. 선거구가 획정되지 않으면 특히 정치 신인은 절대적으로 불리하다. 거대 양당이 협상에 소극적인 것은 소수야당들의 선거연합이나 제3세력의 신당 창당을 견제하겠다는 계산이 깔린 것으로도 비친다.

헌법재판소는 선거구 획정 지연에 대해 선거운동의 자유가 온전히 보장되지 못하고 선거권자의 선거 정보 취득이 어렵게 된다며 중대한 헌법 위반행위라고 판시한 바 있다. 더는 거대 양당의 무책임한 직무유기가 계속돼서는 안 된다. 선거 룰 방치는 민주주의 정신에 위배되고 유권자인 국민을 무시하는 행위다. 선거 룰 확정이 늦으면 늦어질수록 거대 양당에 대한 국민의 불신만 키울 뿐이다. 민주 정당이라면 다른 일은 제쳐놓더라도 선거구 획정과 선거제 개편을 최우선으로 마무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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