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륜·말종 모자라 흉기…증오 정치 광기 멈춰라

김양진 기자 2024. 1. 14. 2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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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일상에 스며든 증오 정치, 이재명 대표 습격까지… 무엇으로 이 광기를 멈추게 할까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024년 1월10일 입원 치료를 받은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병원에서 퇴원하면서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한겨레 김정효 기자

서울에 사는 이석준(78·가명)씨의 평온한 은퇴 일상에 종종 ‘불청객’이 날아든다. “고교·대학 동창들 카톡방에서 친구 몇몇이 ‘민주당 의원들은 빨갱이다’라는 부류의 글을 하루가 멀다고 퍼다 날라요. ‘볼만하다’며 (채널을) 추천합니다.” 이씨도 처음엔 이유를 물었다. “‘대학 때 북한 갔다 온 빨갱이 의원들이 있기 때문’이라고 해요. 말도 안 되는 소리잖아요. 점잖게 ‘정치적 얘긴 좀 지양하자’는 의견이 나왔지요. 무슨 사명감 때문인지 멈추질 않아요. 이 친구들이 즐기는 게 아닌가 생각이 들더라고요.”

2024년 1월2일 부산에서 취재진과 문답을 하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지자로 위장한 습격범에게 목 부위를 찔려 피를 흘린 채 쓰러져 있다. 연합뉴스

습격을 정당화하고 피해자에게 책임 물어

2024년 1월10일 이씨가 두 개의 카톡방에서 지난 두세 달간 받은 글을 몇 가지 보여줬다. 특정인을 언급하며 ‘단군 이래 아주 사악하고 악질’ ‘천륜을 배반한 반윤리적인 놈’ ‘사람의 얼굴을 가진 악귀’ 등등 정제되지 않은 날것 그대로의 증오 감정이 팔딱댔다. 글쓴이는 ‘○○○을 규탄하는 △△시민 모임’이었다. ‘한민족이 낳은 희대의 사기꾼 세기의 패륜 말종 ○○○’이라는 제목의 글도 있었다. ‘범죄형 DNA를 가진 살처분 가문’ 등 살벌한 글귀가 눈에 띄었다. 웃음기 하나 없이 쓴 글은 그대로 ‘칼’이었다.

‘한동훈 만세’라는 글에는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5·18특별법을 즉각 폐지하기로 했다’ ‘중공 비밀경찰을 추방하기로 했다’ 등 번지수 틀린 거짓말도 등장했다. 말미에 ‘최소 20명 이상에게 전달 바랍니다’라는 주문사항도 등장했다. 한동훈 위원장도 원치 않을 일일 것이다. 한 보수단체가 ‘악법을 양산하는 국회를 해산하라’는 내용의 탄원서를 대통령실·대법원 등에 제출(2023년 12월28일)한 증거 사진도 있었다. 말리는 사람 없이 생각이 행동으로 이어진 것이다.

이런 글들이 얼마나 퍼졌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다. 이씨는 “우리 같은 70·80대들의 카톡방에서 이런 내용을 찾는 건 일도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2024년 1월2일 부산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진짜’ 흉기로 피습당했다. 부동산중개업을 하는 습격범이 머리에 ‘내가 이재명’이라는 왕관을 쓰고 지지자로 위장한 엽기적인 사건이었다. 현장은 영상으로 생중계됐다. 습격범을 조사한 경찰은 1월10일 범행 동기를 “이 대표가 특정 세력에 공천을 줘서 (2024년 4월) 총선에서 민주당이 다수당이 되고, 이 대표가 대통령이 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고 한다”고 전했다. 경찰은 또 “습격범이 평소 보수 유튜브를 주로 시청했다”고 했다. 우리 정치에 만연한 적대적이고 폭력적인 증오감이 이번 습격의 원인이 됐다는 지적이 쏟아졌다.

이재명 습격범이 칼등을 갈아서 양날의 칼로 만든 것처럼 시대는 증오로 날을 벼렸다. ​언제부터 우리 사회의 증오감정 통제 기능이 고장 난 걸까. 2006년 박근혜 전 대통령(당시 한나라당 대표), 2022년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 피습사건 때와는 상황이 다르다. 습격 뒤 유튜브 등을 통해 습격을 정당화하고, 그 원인을 피해자에게 돌리는 주장까지 걸러지지 않고 흘러나왔다.

사건 당일 극우 성향 이봉규씨는 유튜브 채널 ‘이봉규TV’에서 ‘나무젓가락 자작극설’을 제기했다. 그는 윤석열 대통령 취임식에도 초청받았고 채널은 구독자가 수십만에 달한다. “총선을 앞두고 의도된 연출일 수 있다”는 말도 서슴지 않았다. 다양한 정치 성향의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 자작극 의혹은 퍼져나갔다. ‘한겨레’ 등 일부 언론에서 증오 정치를 습격 원인으로 지목했지만, 다음날인 1월3일 ‘성창경TV’에서 성창경씨는 “이 사건의 본질은 유튜브가 아니다. 기본적으로 핵심 문제는 이재명”이라고 주장했다.

유튜브 채널 이봉규TV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피습사건과 관련해 ‘세 가지 시나리오 의심’ ‘왜 흉기를 비밀로 할까’ 등 유권자의 의혹을 증폭하는 섬네일을 내걸고 있다. 유튜브 채널 이봉규TV 갈무리

‘상대 정당 비호감도’만 쑥쑥 커져

치료 중인 환자를 놓고 의사들이 고발장부터 날리기도 했다. 입원 중인 이 대표를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등 의사 단체들이 검찰에 고발(1월8일)했다. “서울대병원으로 이송 요청한 것은 의료진에 대한 갑질이자 특혜 요구”라고 했다. 이 대표 피습에 대해 “있어선 안 되는 일”이라던 한동훈 위원장도 이 대표가 퇴원하자 “(이 대표의) 응급의료 특혜에 국민이 분노하고 있다”며 곧바로 공세로 전환했다. 다만 이런 모습에 대해 같은 당 홍준표 대구시장은 “사람 목숨도 정쟁거리가 되는 시대, 참 안타깝다” “틀튜브(극우 유튜브)의 난동으로 보수 진영이 궤멸할 수도 있다”는 등의 반대 의견을 밝혔다. 

응급의료체계 전문가인 정기현 전 국립중앙의료원장은 “의사들이 가진 의료정책, 제도에 대한 불만이 과잉돼 표출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환자가 주소지로 이송돼와서 잘 치료받았으면 잘된 일입니다. 굳이 따지자면 지금 우리나라 응급의료체계는 물론 전반적인 의료전달(이용)체계는 한마디로 ‘시스템 없는 시스템’입니다. 보편적이고 구조적인 문제에 대해선 그간 아무런 노력도 반성도 하지 않으면서 느닷없이 이 대표를 타기팅해서 유치하게 공격하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여야 지지자들이 서로를 증오하는 정도는 해가 갈수록 극심해진다. 한국행정연구원의 ‘한국의 정치 양극화 현황과 제도적 대안에 관한 국민인식조사’(양극화 국민인식조사) 결과를 보면 ‘상대 정당에 대한 비호감도’ 가운데 민주당 지지자들의 국민의힘에 대한 비호감도(‘매우 비호감’ 응답 비율. 2023년 1월 1천 명 조사. 표 참조)는 2016∼2023년 8년 새 68.8%에서 74.1%로 높아졌다. 국민의힘 지지자의 민주당 비호감도도 54.7%에서 61.8%로 커졌다. 비호감을 꼭 증오라고 할 순 없지만 의미심장한 결과다.

증오의 정치가 무르익어갈수록 다양한 견해에 대한 수용력이 떨어짐은 물론 함께 살아가는 것 자체가 불가능해지는 수준으로 나아가고 있다. 지지 정당이 다르면 나나 내 자녀의 배우자가 되는 것이 불편해진다.(민주당 지지자 41.0%, 국민의힘 지지자 40.1%) 이뿐만 아니라 절친한 친구로 지내는 것도 불편해진다.(민주당 지지자 38.5%, 국민의힘 지지자 39.6%)

증오 정치가 일부 극우 세력에서만 나타나는 특수한 현상이 아니다. 10여 년 전만 해도 일부 극우 세력만 ‘좌빨’(좌파빨갱이) 등의 혐오표현을 썼지만, 어느 순간부터 진보 표방 세력도 ‘우좀’(우파좀비), ‘베충’(일간베스트 회원) 등 혐오 조장 표현을 쉽게 쓴다.

음모론에 취약한 모습도 비슷하다. 2022년 10월 김의겸 민주당 의원이 제기한 ‘윤석열·한동훈 청담동 술자리’ 의혹이 대표적이다. 허위로 밝혀졌지만 상당 기간 민주당 지지층 사이에선 사실로 받아들여졌다. 민주당 지지층의 69.6%가 이 의혹을 사실로 믿고 있다는 설문조사 결과(‘조선일보’ 2023년 1월 실시)가 나오기도 했다.

증오가 주는 쾌감에 취한 이들의 놀이터

양극화된 뉴스는 소비자와 공급자의 이익이 맞아들어가면서 ‘증오 정치의 묘판’이 됐다. 먼저 소비자의 쾌감이다. 오영진 서울과학기술대 교수(문화평론가)는 “증오나 혐오의 감정을 표출하는 사람들을 보면 분노하는 것 같지만 사실은 굉장히 만족스러움을 느끼는 것을 보게 된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인터넷상에 나타나는 증오감정을 보면 나와 생각이 조금 다르면 이해하기보다 감각적으로 상대를 완전히 벌레 수준으로 격하해서 깔아뭉개는 데 즐거움을 느끼는 것 같다. ‘손톱을 물어뜯을 때의 아픈 쾌감’ 같은 것”이라며 “현실에선 발언권을 얻기도 어렵지만 인터넷에선 댓글 등으로 내 감정 표현이 즉각적인 효력을 발휘하는 걸 볼 수도 있으니 효능감도 상당하다. 더욱이 지금 정치는 진영이 확실히 나뉜데다 정치 행위로 내 삶에 영향을 미치기까지 하니 (증오로 쾌감을 느끼는 사람들에게) ‘좋은 놀이터’가 된다. 증오의 정치라고 할 수 있다. 누군가를 싫어해서 미워하고 분노하지만, 동시에 즐겁고, 그러니 트집을 잡아서라도 화내고 싶은 것이다. 정상적인 회로가 안 돌아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여기에 뉴스 공급자인 언론의 디지털 전략과 상업화가 불난 집에 기름을 붓는 역할을 한다. 이재근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은 “언론이 자극적인 말로 갈등을 부추기는 정치인들을 제대로 비판하지 않고 그런 말을 그대로 전하거나 갈등을 조장하는 경우가 있다. 자극적인 소재가 클릭 수와 주목도를 높이고 이게 수익으로 연결되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꼬집었다.

뉴스에 소스를 공급하는 정치인들도 ‘팔리는 말’을 만들기 위해 자극적인 말을 쏟아낸다. 정치의 정점에 있는 대통령이 쏟아내는 노동자 등 특성 집단을 적대시하는 평소 언행이 대표적이다. 2022년 11월24일 화물연대 파업 때 “화물연대 파업은 북핵 위협과 같다”고 말했다. 이후 화물연대가 파업을 철회하자 윤 대통령 지지율은 30%에서 36%까지 상승했다. 그 두 달 뒤 윤 대통령은 “‘건폭’(건설노동자 폭력배)이 완전히 근절될 때까지 엄정하게 단속해 건설 현장에서의 법치를 확고히 세우라”고 말했다. 극우 유튜버가 하는 듯한 말도 많다. “공산전체주의 세력은 늘 민주주의 운동가, 인권 운동가, 진보주의 행동가로 위장하고 허위 선동과 야비하고 패륜적인 공작을 일삼아왔습니다.”(윤석열 대통령 2023년 광복절 경축사 중)

오창익 인권연대 사무국장은 “(증오의 정치 문제에 대해선) 권한·책임이 가장 큰 대통령을 먼저 봐야 한다. 노동자성조차 인정받지 못하고 열악한 환경 속에서 일하는 (화물)노동자를 이해하기보다 증오하라고 선동하는 것”이라며 “자국민인 노동자를 적대시하면서 정치적 이득을 챙긴 것”이라고 말했다. 오 국장은 “박근혜·이명박 정부도 이렇게 노골적으로 노동자를 적대시하진 않았다”며 “윤 대통령은 정치 경험이 전혀 없는 상황에서 위험한 얘기를 아무렇지 않게 한다. 국정 최고 책임자의 레토릭(수사)이 일반 정치인의 레토릭과 달리 예산과 국가 정책, 공권력 행사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신중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한 현직 ㄱ검사는 “검사 시절 몸에 익힌 피의자를 입건해서 구속하고 처벌하듯이 정치하고 있다”고 말한다. ㄱ검사는 세월호의 책임 공방을 잠재우기 위해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을 검거하던 때(2014년)를 예로 든다. 김진태 검찰총장은 이를 ‘돼지머리 수사’라고 말했다. ㄱ검사는 “윤 대통령 책상 위에 ‘모든 책임은 나에게 있다’(The buck stops here)는 글이 있다고 하는데, 이와 반대로 경제·외교 등 국정운영에서 생긴 문제점에 대한 책임을 묻기 위해 ‘범인’ 찾기에 나선다. 민주당·이재명을 과녁으로 정해서 ‘저깁니다, 저길 보세요’ 한다.” 비슷하게 검사 출신 한동훈 비대위원장이 정부 비판이 나오면 대응하던 말이 ‘민주당’이다. 심지어 민주당이 비위 의혹 검사에 대한 탄핵을 추진하는데 것에 대해서도 한 위원장은 “고위공직자가 법카(법인카드)로 일제 샴푸를 사고 소고기·초밥을 사 먹는 게 탄핵 사유”(2023년 11월)라고 말했다. 소속 공무원의 비위에 대해 사과하기보다 이재명 대표 관련 의혹을 상기시키며 역공에 나선 것이다.

2023년 2월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건설노동자들을 건폭(건설 폭력배)이라고 비난하고 있다. 연합뉴스

양극화 자극하지 않아도 되는 제도로 개편해야

검사 시절 ‘증오’를 이용하는 전략을 익힌 윤석열 검찰총장이 대통령이 된 것도 비슷하다. “갈등을 키우고 그 과정에서 자기편을 만드는 건 윤 대통령이 대통령이 될 수 있었던 성공한 전략이다.” 검사장 출신 ㄴ변호사의 말이다. “갈등이 없는 상태라면 윤석열 같은 사람은 필요 없을 수 있다. 갈등 상황이니, 민주당과 싸워야 할 상황이니 강골에 강렬한 검사 출신 대통령이 필요했다. 자기 전략이 먹힌다는 걸 아는데, 분열시켜서 계속 원하는 걸 얻으려 하지 않겠나.”

윤 대통령의 분열 전략을 가장 잘 알아 듣는 건 법무부다. 1월5일 윤 대통령이 ‘김건희 주가조작 의혹 특검법’에 대한 거부권을 행사한 날 법무부가 “권력형 비리라고 할 수 없다”는 형평을 상실한 성명을 낸 것이 대표적 예다. “브레이크가 사라졌다. 노골적으로 여당 편을 들어도 된다는 걸 계속 학습한 결과로 보인다. 법무부 내부적으론 ‘민주당과 특검법은 절대 악’이라고 정의를 내렸는데, 그렇게 자료를 안 내는 게 이상하다고 했을 것이다.”(ㄱ검사)

이런 메시지는 고스란히 뉴스를 탐독하는 소비자에게 전달된다. 1월10일 오전 용산 대통령실 앞. 아파트 재건축 관련 시위를 하던 김순자(75·가명)씨는 유튜브를 전혀 보지 않지만, 여러 뉴스를 탐독한다. 그는 대통령을 지지하면서 자기 의견을 이렇게 피력했다. “이재명 피습은 가짜라고 봐야지. 저는 이재명 쪽에서 했다고 봐요. 국민의힘 지지자는 안 그래요. 민주당에선 김건희 여사가 주가 조작했다고 뭐라고 하는데, 우리 자본주의 국가예요. 아가씨 때 재테크한 거잖아요. 그리고 목사한테 명품백 받았다고 욕하던데, 다들 몇천만원짜리 핸드백 들고 다니는 세상에 그거 하나 받으면 또 어때요?”

1987년 민주화 이후 우리 민주주의는 성숙했을까. 이재근 협동사무처장은 “증오의 정치 역시 민주주의의 과정이다. 이 위기를 극복해서 더 성숙한 사회로 갈지 극단적인 세력이 집권한 후진적 사회로 갈지 기로에 놓인 것 같다”고 말했다. 오창익 국장은 이렇게 말했다. “지금의 증오 정치는 민주주의의 형식만 강조했을 때 생기는 파행이죠. 정치인들도 상대 당이 당장 실수했을 때 그걸 이용해서 이득을 챙기는 것이 너무 달콤하죠. 공동체가 나아갈 방향을 고민하기보다 상대에 대한 막연한 증오, 갈라치기, 선동으로 활로를 찾는 이상한 정치세력이 득세한 거죠. 민주화 이후 민주주의의 내용을 어떻게 채워갈지 고민이 부족했던 거 같습니다.”

박준 한국행정연구원 연구위원은 “상대 정당의 가장 대표적·상징적 인물에게 살인 의도로 범행을 저질렀다는 건, 우리 사회의 정서적 양극화가 ‘테러를 정당화할 정도로’ 임계점을 넘어섰다는 걸 보여준다”고 말했다. 그는 적대적 발언을 막는 등 표면적 대책보다 ‘정치제도 개편’ 같은 근본 대책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독일의 선례를 참고할 수 있다고 했다. 독일은 상대 정당에 대한 비호감도가 2005년 68%(사회민주당 지지자의 기독교민주연합 비호감), 75%(기민련 지지자의 사민당 비호감) 수준이었는데, 2017년에 이르러선 23.8%와 16.6%로 급감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이끈 기민련과 중도좌파 사민당의 대연정이 이뤄지면서 서로에 대한 적대감이 완화됐다는 것이다. 박 연구위원은 “정치 엘리트들의 행태가 바뀌어야 지지자들의 행동도 바뀐다. 지금 같은 양극화 양당정치 체제에선 정치 엘리트들이 협력할 이유가 별로 없기 때문에 제도적으로 협력할 유인이 생기도록 제도를 바꿔줘야 한다. 그래야만 아무리 정책 차이가 있더라도 말을 조심하고 극심한 갈등으로 표출되지 않도록 조절힌다. 그런 의미에서 다당제가 출현할 수 있는 선거제도를 만들어야 하고 준연동형 선거제도가 유지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2024년 1월8일 강원 원주시에서 열린 ‘2024년 국민의힘 강원도당 신년인사회’에서 유튜버들이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을 찍고 있다. 연합뉴스

독일의 선례에서 배우자

증오의 정치를 극복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오영진 교수는 “증오감정을 보면 진정성이나 팩트가 없이 언어 프레임만 가지고 놀면서 상대를 곤란하게 하는 방식이다. 말이라는 것이 소통 도구가 아니라 무기로 쓰인다. 토론을 합의하고 종합하는 훈련으로 배워야 하는데, 말싸움으로 이해해서 경쟁하는 거로만 배우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언어·논리 전문가인 김준성 명지대 철학과 교수는 “증오는 자연스러운 감정일 수 있다. 사회가 이걸 통제하고 순화하는 게 중요하다. 사실 증오감이라는 것도 하나로 보긴 힘들다. 관점을 다양화 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어떤 질문을 반대하는 정치인에게 던지는 건 악의가 없는 일이지만, 지지하는 정치인에게 던지는 건 정신 나간 일로 생각된다? 그렇다면 당신의 정치적 신념은 편향돼 있다.”(글렌 설리번 미국 버지니아군사학교 심리학 교수, 2020년 ‘사이콜로지 투데이’ 기고글) 국내 전문가의 의견과 크게 다르지 않은 설리번 교수의 처방은 이렇다. ① 시야를 넓혀보세요. ② 겸손해지세요. ③ 동정심을 가지세요. 그리고 ④ 정원을 가꿔보세요.

김양진 기자 ky0295@hani.co.kr·손고운 기자 songon1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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