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왕설래] 어느 40대 법관의 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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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회에서 법조계는 엘리트의 산실이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법조계 인사에게 헌신과 희생은 기본 덕목이었다.
강상욱(47·사법연수원 33기) 서울고등법원 판사의 별세 소식이 전해졌다.
재판 지연으로 국민의 원성이 높은 시대에 주어진 책임과 의무를 다하기 위해 매진하다가 세상을 떠난 훌륭한 법관이 있었음을 우리 사회는 기억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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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변화에 미국식 로스쿨과 법조 일원화가 일조했다는 지적이다. 부모 재력을 배경으로 취업 걱정이 없는 이들이 로스쿨에 진학한다. 부잣집 출신이 상위권 대학에 들어가는 세상이니 새삼스러울 것도 없다. 이름난 로펌에 들어가는 데에도 부모 역할을 무시할 수 없다. 유명 로펌에서 경험을 쌓은 이들이 판검사로 임용되기가 쉽다. 판검사를 마치고선 다시 로펌으로 들어가 경제적 여유를 얻고 같은 방식으로 자녀의 성공을 연출한다. 계층 세습의 고리가 만들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년 없는 변호사’라는 든든한 뒷배가 있어서일까. 과거 언감생심이던 판검사의 정치권 직행도 보편화하고 있다. 검사 신분으로 출판기념회를 열어 총선 출마 의사를 밝히고, 판사가 총선에 나가려고 사표를 내기도 한다. “정치 하려고 판사를, 검사를 했냐”고 질타하지 않을 수 없다. 묵묵히 일하는 판검사들의 사기를 떨어뜨리고 검찰과 법원 조직의 정치적 중립성마저 훼손하는 행위다.
강상욱(47·사법연수원 33기) 서울고등법원 판사의 별세 소식이 전해졌다. 지난 11일 저녁 서울 서초동 대법원청사 탁구장에서 운동을 하다 갑자기 쓰러졌다는 것이다. 평소 그는 저녁식사 후 운동을 한 뒤 서울고법 사무실로 돌아가 밤늦게까지 기록을 봤다고 한다. 요즘 판사들은 1주일에 판결 3건만 선고하는 ‘3건 룰’로 워라밸을 추구한다는데, 그는 지독한 일벌레였다. 어려운 난제 사건, 장기미제 사건도 그냥 놔두지 않고 처리하려고 애를 썼다. 밤샘 끝에 아침에 집에 가서 옷만 갈아입고 출근할 때도 있었을 정도다. 그날도 그의 사무실 컴퓨터는 켜져 있었다고 한다.
재판 지연으로 국민의 원성이 높은 시대에 주어진 책임과 의무를 다하기 위해 매진하다가 세상을 떠난 훌륭한 법관이 있었음을 우리 사회는 기억할 것이다. 그의 명복을 빈다.
박희준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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