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3세 덴마크 여왕의 용퇴 결단, 북유럽 왕실 문화 바꿀까

김태훈 2024. 1. 14. 22:34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덴마크 여왕 마르그레테 2세의 퇴위 결정이 생존한 국왕의 왕위 이양에 부정적인 북유럽 왕국들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을까.

스웨덴 왕실 전문가 로저 룬드그렌은 BBC와의 인터뷰에서 "만약 6개월 전에 북유럽 왕국에서 국왕의 퇴위 가능성에 관한 질문을 받았다면 나는 '그들은 결코 퇴위하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을 것"이라며 "하지만 덴마크 여왕의 결정은 앞으로 북유럽 왕실에서 그동안 상상하지 못했던 어떤 일도 일어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네덜란드 등 서유럽 왕국들과 달리
북유럽 왕국들은 조기 퇴위 부정적
스웨덴·노르웨이에 영향 미칠 수도

덴마크 여왕 마르그레테 2세의 퇴위 결정이 생존한 국왕의 왕위 이양에 부정적인 북유럽 왕국들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을까.

영국 BBC 방송이 14일(현지시간)로 예정된 덴마크 국왕 교체를 하루 앞두고 이런 질문을 던져 눈길을 끈다. 현재 83세인 마르그레테 2세는 올해 신년사를 통해 큰아들 프레데릭 왕세자에게 왕위를 물려주겠다고 전격 선언한 바 있다. 프레데릭 왕세자는 현재 55세로 젊다. 1972년 1월14일 즉위한 마르그레테 2세는 52년간 덴마크의 군주 지위를 누렸다.

북유럽 왕국의 군주들. 왼쪽부터 스웨덴 국왕 칼 구스타프 16세, 덴마크 여왕 마르그레테 2세, 노르웨이 국왕 하랄 5세. 이 가운데 마르그레테 2세는 14일(현지시간) 이날 큰아들 프레데릭 왕세자에게 왕위를 이양하고 물러난다. 게티이미지 제공
BBC에 따르면 서유럽 왕국의 군주들은 살아있는 동안 왕위를 자녀 또는 동생에게 이양하는 것에 비교적 익숙한 편이다. 네덜란드가 가장 대표적이다. 1815년 이후 4명의 국왕이 조기에 퇴위해 자녀로 하여금 뒤를 잇게 했다. 네덜란드, 벨기에와 더불어 ‘베네룩스 3국’으로 불리는 룩셈부르크도 군주에 해당하는 대공(大公)이 살아있는 동안 자녀에게 자리를 물려준 전례가 여럿 있다. 영국의 경우 1936년 이혼녀와 결혼하기 위해 왕위를 내던지며 결국 동생이 그 뒤를 이은 에드워드 8세의 사례는 전 세계적으로 유명하다. 스페인과 벨기에는 국왕이 커다란 정치적 스캔들에 휘말리면서 부득이 후계자한테 왕위를 넘겨주기도 했다.

그런데 북유럽 왕국들은 이런 전례를 찾기 힘들다. 현재 77세인 스웨덴 국왕 칼 구스타프 16세는 언론 인터뷰에서 “왕실은 ‘은퇴’라는 용어를 사용하지 않는다”며 “나 또한 그럴 의향이 전혀 없다”고 말했다. 다음달이면 87세가 되는 노르웨이 국왕 하랄 5세 역시 심장질환과 암 등 건강 문제로 여러 차례 병원에 입원했으나, 주변에 퇴위 의사를 내비친 적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2022년 영국 여왕 엘리자베스 2세가 96세를 일기로 별세한 뒤 영국에서 군주제 폐지 논의가 활발해진 점은 부담스러운 일이다. 수십년간 왕세자로 있다가 73세 나이에 국왕으로 즉위한 찰스 3세는 인기가 없는 편이다. 젊은층 사이에선 “하는 일도 없이 국민 세금만 축내는 왕실이 왜 필요한가”라며 아예 군주정을 없애고 공화국이 돼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나온다.

14일(현지시간)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마르그레테 2세 여왕이 마차를 타고 근위대의 호위를 받으며 이동하고 있다. 52년간 덴마크의 군주였던 마르그레테 2세는 이날 큰아들 프레데릭 왕세자에게 왕위를 이양하고 물러난다. AP연합뉴스
영국을 비롯한 서유럽 왕국에 비하면 북유럽 왕국들은 사정이 훨씬 나은 편이다. 덴마크와 스웨덴, 노르웨이에서 왕실의 신뢰도를 묻는 설문조사를 실시하면 여전히 압도적 다수가 군주제를 지지하는 것으로 나온다.

그러나 마르그레테 2세의 과감한 용퇴 결단으로 이런 문화가 바뀔 수도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스웨덴 왕실 전문가 로저 룬드그렌은 BBC와의 인터뷰에서 “만약 6개월 전에 북유럽 왕국에서 국왕의 퇴위 가능성에 관한 질문을 받았다면 나는 ‘그들은 결코 퇴위하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을 것”이라며 “하지만 덴마크 여왕의 결정은 앞으로 북유럽 왕실에서 그동안 상상하지 못했던 어떤 일도 일어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