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 문해교육 이수 세 할머니’ “깜깜하기만 하던 세상이 이젠 환하게 보입니다”
2009년부터 ‘찾아가는 교실’ 운영
80대 만학도들 당당히 한글 깨쳐
손수 작성해온 ‘감사의 편지’ 낭독
다문화 가정 중·고교 설립도 추진
“어릴 때 글을 배우지 못한 부끄러움 때문에 글을 읽어야 할 때 ‘글씨가 보이질 않는다’고 거짓말을 하곤 했는데, 지금은 당당히 한글을 읽고 있어요.”
충남 홍성군 청광마을에서 3년간 문해교육을 받은 김정숙(80), 이금분(87), 이종을씨(85)의 얘기다. 세 사람은 지난 9일 충남 홍성군청 군수실을 방문했다. 이들은 이용록 홍성군수와 만난 자리에서 손수 작성해온 감사의 편지를 낭독했다.
김씨는 “글을 알게 되니 깜깜하기만 했던 세상이 밝아보인다”며 “지금까지 한글을 배울 수 있게 도움을 주신 홍성군수와 문해교사분들께 감사한 마음뿐”이라고 말했다.
이 군수는 “배움에 있어서는 나이와 성별이 중요하지 않은 만큼 앞으로 더 많은 분이 문해교육을 통해 자신의 꿈을 이루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세 사람은 홍성군평생학습관에서 한글을 모르는 어르신을 대상으로 진행하고 있는 문해교육을 받아왔다.
현재 홍성지역에는 10여명의 문해교사와 강사가 어르신 200여명을 대상으로 문해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청광마을에서는 김씨 등 5명이 한글을 배워왔다.
홍성군은 2009년부터 정규교육과정을 받지 못한 어르신 등에게 글을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가정방문 문해교육’과 ‘찾아가는 문해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몸이 불편한 어르신과 장애인 등을 위해서는 주 1회 직접 가정을 방문해 글을 가르치고, 주민들이 모일 수 있는 마을회관에서는 주 2회 문해교육을 진행 중이다.
2015년부터는 초등학력(3년)과 중등학력(3년)을 인정받을 수 있는 학력인정 문해교육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3년간 각 프로그램의 일정 시수 이상을 참여한 학습자는 해당 학력을 취득할 수 있다.
홍성군은 어르신들과 다문화 가정을 위한 군립 중·고등학교 설립도 2026년 개교를 목표로 추진하고 있다.
초등·중학교 졸업장을 받으신 어르신 중에는 ‘고등학교 졸업장’ 취득을 원하는 분들이 있지만 현실적으로 고등 검정고시를 치르는 게 쉽지 않기 때문이다. 방송통신중·고등학교에 진학하는 방법도 있지만 이들이 컴퓨터 활용에 익숙하지 않은 것도 ‘군립 중·고등학교 설립’을 추진하는 이유다.
이밖에 홍성군은 향후 어르신들의 대학 진학을 위해 지역대학인 청운대·혜전대 등과 관련 협의에 나설 계획이다.
군 관계자는 “청운대와 혜전대에서는 만학도들이 참여할 수 있는 사회서비스대학을 운영하고 있는 만큼 조만간 관련 협의를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강정의 기자 justic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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