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고픈 고통 아니까”… 80대 전 재산 기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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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마포구 80대 주민이 배고프고 어려운 이웃을 위해 써 달라며 전 재산인 4억2000만원 기부를 약정했다.
14일 마포구에 따르면 지역 주민인 변문희(80·사진)씨가 마포복지재단에 유산 기부를 약정해 지난 12일 기부식이 열렸다.
어린 시절 굶기를 밥 먹다시피 한 변씨는 자신과 같은 어려움을 이웃이 겪지 않기를 바라며 전 재산을 내놓았다.
변씨의 유산은 마포복지재단을 통해 효도밥상 사업과 어려운 주민을 위한 복지 사업 후원금으로 사용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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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굶기를 밥 먹다시피 한 변씨는 자신과 같은 어려움을 이웃이 겪지 않기를 바라며 전 재산을 내놓았다. 변씨는 다섯 살이던 1948년 여름 충북 제천을 덮친 수마로 고향집을 잃었다.
그는 “당일 아침에 먹을 쌀조차 건지지 못한 채 몸만 빠져나와 전 재산을 잃었다”며 “그 길로 생활고가 시작돼 한 달을 거의 맹물만 먹고 버틴 때도 있었다”고 회상했다. 형편이 어려워 국민학교(초등학교)에 겨우 입학했지만 배가 고파 원대로 공부하기 힘들었다. “빈속으로 학교에 가면 2시간도 안 돼서 쓰러졌다”고 한다.
변씨는 살림이 넉넉지 않을 때도 어려운 이들을 위해 지갑과 냉장고를 기꺼이 열었다. 그는 “누군가 배곯고 있으면 나는 안 먹더라도 주고 그랬다”며 “내가 배고파 봤으니까. 그 고통을 아니까”라고 했다. 전 재산 기부를 마음먹은 것도 이 때문이다. 기부 방법을 알아볼 엄두가 안 나 생각만 하던 그는 지난해 가을 방문 사회복지사에게 ‘더 늦기 전에 기부하고 싶으니 도와 달라’고 말했다. 이 사회복지사가 절차를 알아봐 줘 사회복지공동모금회를 통해 유산을 기부할 수 있었다.
결혼 5년 차에 남편을 잃고 자식이 없어 1인가구인 변씨는 최근 고려대학교 의대에 사후 장기기증을 하기로 결정했다. 자신의 마지막 기부가 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친구들 배고프다고 하면 밥 사 주고 반찬 나눠 주고, 그렇게 살아왔으니까 그대로 살다 가고 싶다”고 바랐다.
변씨의 유산은 마포복지재단을 통해 효도밥상 사업과 어려운 주민을 위한 복지 사업 후원금으로 사용될 예정이다. 효도밥상은 마포구의 75세 이상 독거 어르신에 식사를 제공하는 사업이다.
송은아 기자 se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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