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미국과 관계 정상화 포기한 듯… 전쟁 벌일 수도"

미국 전문가, 38노스 기고 글에서 주장
"김정은,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결렬에 크게 실망
'전쟁 준비' 메시지 허세 아냐, 최악의 경우 고려를"

김정은(왼쪽 두 번째) 북한 국무위원장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대 생산 시설인 중요군용대차생산공장을 둘러봤다고 조선중앙통신이 5일 보도했다. 평양=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한반도 상황이 6·25전쟁이 벌어지기 직전만큼 위험하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실제 전쟁을 벌일 가능성이 있다는 미국 전문가의 주장이 나왔다. 미국과의 관계 정상화가 불가능하다고 판단해 전쟁이란 최후의 선택지를 고를 수 있다고 분석한 것이다.

미국 미들베리국제연구소의 로버트 칼리 연구원과 지그프리드 해커 교수는 지난 11일(현지시간) 북한 전문매체 38노스에 기고한 글에서 "한반도 상황이 1950년 6월 초반 이후 그 어느 때보다 위험하다"며 "김정은이 1950년 할아버지가 그랬듯 전쟁하겠다는 전략적 결정을 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이 전쟁을 결심한 건 2019년 2월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북미정상회담에서 비롯됐다는 게 이들의 분석이다. 김 위원장이 당시 협상 결렬로 크게 실망해 미국과의 관계 정상화를 완전히 포기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북한 관영매체가 지난해 초부터 '전쟁 준비'란 메시지를 반복적으로 내고 있다"며 "북한의 통상적인 '허세(bluster)'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또 "북한이 중국, 러시아와 협력을 강화해 북한에 우호적인 환경이 조성됐다고 보고, 군사적 해법을 추구할 시기가 왔다고 생각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강력한 경고 메시지로는 억제 어려워"

지난 2019년 2월 27일 당시 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2차 북미정상회담에 앞서 인사하고 있다. 하노이=로이터

한국과 미국이 현 상황을 더 엄중하게 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북한이 공격하면 북한 정권을 완전히 파괴하겠다'는 메시지로 북한을 억제할 수 있다고 생각하다간 오판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들은 "북한이 우리의 계산을 완전히 벗어나는 방식으로 움직일 수도 있다"며 "최악의 경우를 진지하게 고려해야 할 상황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류호 기자 ho@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