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만에 -1067억…홍콩지수 ELS, 현실이 된 ‘손실 쓰나미’

유희곤 기자 2024. 1. 14. 2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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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반기 만기 물량만 10조 이상
시장 급등 없는 한 ‘반토막’ 우려
손실 규모 5조원대 육박할 수도
은행 등 소비자 민원 1400여건
당국, 현장점검 등 실태 파악 중

홍콩H지수를 기초로 한 주가연계증권(ELS) 손실액이 연초에만 1000억원이 넘은 것으로 나타났다. H지수는 2021년 초 12000선을 넘었지만 당시 가입상품의 만기(3년)가 된 현재 반토막 수준에 머물고 있다. 올 상반기 만기 물량이 10조원이 넘는 점을 고려하면 시장이 급등하지 않는 한 손실 규모는 5조원대까지 커질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은행 등 판매사의 불완전판매를 주장하는 소비자 민원은 1400건을 넘었다.

14일 은행권에 따르면 홍콩H지수는 지난 12일 5481.94로 마감됐다. 이에 따라 5대 은행(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에서 판매된 홍콩H지수 기초 ELS 상품의 올해 원금 손실액은 이날까지 1067억원으로 집계됐다. 첫 손실이 발생한 지난 8일 이후 닷새 만이다. 지난해 하반기 확정 손실액(82억원)의 13배가 넘는다.

지난 12일까지 만기가 도래한 H지수 ELS 원금은 약 2105억원, 상환액은 1038억원으로 전체 손실률은 50.7%였다. 일부 상품 손실률은 52.1%를 기록하기도 했다. ELS는 기초자산의 움직임에 따라 수익률이 결정되는 파생상품이다. 지수나 종목이 통상 3년인 만기까지 일정 수준 이상을 유지하면 된다. 반면 기초자산이 ‘녹인 구간’ 등 기준 아래로 떨어지면 원금 손실이 발생한다. 6개월마다 기초자산 가격을 평가해 조기 상환을 받을 수도 있다.

홍콩H지수는 홍콩 증시에 상장된 중국 기업 중 50개 종목을 추려 산출한다. 2021년 2월에 12000선을 넘었으나 2022년 10월에 5000선이 무너졌고 최근 5500 안팎에 머물고 있다. 지난해 홍콩 증시는 전년 대비 14.0%, 고점 대비 59.6% 하락하면서 글로벌 주요 증시 중 가장 부진했다.

전종규 삼성증권 연구원은 지난 10일 보고서에서 “홍콩 증시의 단기 지지선은 5000~5500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부동산 경기 회복이 더디고 부채 위험이 부각되면 5000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상품별로 차이가 있지만 만기 시점의 H지수가 3년 전의 65~70% 수준이 돼야 원금 손실을 피할 수 있다. 시장이 급등하지 않는 한 올 상반기에 만기가 도래하는 H지수 ELS 손실액은 커질 수밖에 없다. H지수 ELS 판매잔액은 지난해 11월 기준 19조3000억원인데 조기 상환 실패로 올해 만기 도래분은 79.6%인 15조4000억원에 이른다. 상반기 만기는 52.7%인 10조2000억원(1분기 3조9000억원·2분기 6조3000억원)이다.

H지수 ELS의 손실 가능성이 커지면서 소비자 민원도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지난 12일까지 5대 은행이 접수한 H지수 ELS 관련 민원은 1410건인데 이 중 518건이 올해 제기됐다.

금융당국은 국민은행, 한국투자증권 등 H지수 ELS 주요 판매사의 현장점검과 민원조사를 하고 있다. 지난해 말 조사에서는 판매 한도 관리 미흡, 핵심성과지표(KPI)에 판매 실적 포함, 계약서류 미보관 등의 문제점을 확인했다.

유희곤 기자 hul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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