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장은 폐교, 신혼집은 폭격… 그래도 활짝 웃은 가자 결혼식
끔찍한 전쟁터 한복판에서 희망찬 새출발을 알리는 팡파르가 울려 퍼졌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충돌이 이어지는 가자지구 내 한 폐교에서 결혼식을 올린 한 부부의 이야기다.
13일(현지시각) AF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전날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남부에 있는 라파에서는 조촐하지만 뜻깊은 행사가 열렸다. 북부에서 전쟁을 피해 온 피란민 무스타파 샴라크(26)와 아프난 지브릴(17)의 결혼식이다. 식장은 인근 폐교의 작은 교실이었고, 함께 보금자리를 떠나온 가족과 지인들이 하객으로 자리했다.
라파는 이집트 접경 지역으로 많은 피란민들이 머물고 있다. 하지만 연일 이스라엘 측 공습이 쏟아져 위험하기는 마찬가지다. 그럼에도 결혼식이 열린 당일만큼은 모두의 얼굴에 웃음꽃이 폈다. 신부 아프난은 붉은 자수가 새겨진 흰색 드레스를 입었고 아버지의 손을 꼭 잡은 채 입장했다. 이어 하객들이 뿌리는 인공 눈을 맞으며 춤을 췄다.
무스타파와 아프난은 원래 전쟁이 끝난 뒤 고향으로 돌아가 식을 치를 예정이었다. 그러나 곧 100일째를 맞는 전쟁은 끝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생각에 결혼식을 열기로 했다. 물론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신혼집은 공습 과정에서 파괴됐고 필요한 물품을 구하기도 힘들었다. 예복만 비싼 돈을 주고 겨우 구했다.
모두가 힘든 상황이지만 신랑 신부의 가족들은 인간다움을 잃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아프난의 아버지 모하메드 지브릴은 “죽음, 살인, 파괴가 벌어지고 있어도 우린 생을 사랑하는 사람들”이라고 말했고, 무스타파의 삼촌 아이만 샴라크는 “우리 모두가 비극을 겪고 있다. 그래도 살아가야 한다. 삶은 계속되기 때문”이라고 했다.
한편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기습 공격한 지난해 10월 7일 이후 지금까지 집계된 양측 사망자는 2만5000여 명이다. 하마스 본거지인 가자지구에서는 이스라엘 반격에 2만3800여 명이 희생당했고 대부분 여성과 어린이인 것으로 파악됐다. 가자지구 내 팔레스타인 피란민은 190만 명으로 이는 전체 인구 85%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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