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후티 반군 본거지 폭격…“중동 다른 지역까지 확전”
후티 반군은 “즉각 보복”
미 “이란과 충돌 안 원해”
서방 진영 내 입장 균열도
미국이 13일(현지시간) 예멘 후티 반군 본거지를 폭격했다. 지난 11일에 이어 두 번째 공격이다. 국제사회의 우려대로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전쟁이 사실상 중동 다른 지역으로까지 확전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BBC는 지난 12일 “이제 가자지구 전쟁이 중동의 다른 지역으로 확산될 위험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그만둘 때”라면서 “그것은 이미 일어났다”고 분석했다. 이어 “홍해 상황은 단지 항해의 자유와 세계 무역에 관한 것만이 아니다”라면서 “이는 가자지구 전쟁과 직접적으로 연관돼 있으며, 이 지역을 휩쓸고 있는 위기가 고조된 것을 나타낸다”고 전했다.
뉴욕타임스도 “역내 분쟁이 확산될 것인지와 관련해선 더 이상 궁금해할 게 없다. 그건 이미 시작됐다”고 진단했다. 이어 “이는 아마도 이란을 포함해 그 누구도 원치 않았던 결과일 것”이라면서 “이제 가장 큰 문제는 분쟁의 강도와 억제 가능 여부”라고 보도했다.
미국은 글로벌 물류의 동맥인 홍해를 위협해온 후티 반군을 겨냥해 13일 후티 반군 레이더 시설에 대한 미사일 공격을 단행했다. 이틀 전에는 미국과 영국이 전투기와 선박, 잠수함 등을 동원해 예멘 본토 내 후티 시설 수십곳에 대규모 폭격을 가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후티 반군이 홍해 상선을 대상으로 공격을 이어갈 경우 “확실히 추가 대응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후티 반군은 “확고하고 강력하며 효과적인 대응을 할 것”이라며 미국과 영국에 대해 즉각 전방위 보복에 나설 것임을 경고했다. 실제 후티 반군은 미·영의 첫 번째 공격을 받은 후 예멘 남부 아덴만에서 한 상선을 향해 대함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바 있다.
하지만 미국 정부는 확전을 원치 않는다는 입장을 거듭 밝히고 있다. 백악관은 “우리는 이란과의 충돌을 바라지 않는다”면서 “사태 악화를 원치 않으며, 지난 수일간 일어난 일 이상으로 긴장을 고조시킬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번 공격과 관련해 이란 측에 비공개 메시지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후티 반군이 보복에 나서고 미국이 다시 또 이에 대한 응징에 나선다면, 가자지구 전쟁의 파장이 중동 전역으로 번지면서 이라크와 시리아의 친이란 민병대까지 뛰어들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란의 지원을 받는 헤즈볼라와 이스라엘의 전면전을 막기 위해 애써왔던 미국의 외교적 노력도 무위로 돌아갈 수 있다.
미군의 이번 후티 공격을 두고는 미국 내에서도 의견이 엇갈린다. 의회에서는 바이든 대통령이 헌법을 위반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민주당 의원들은 헌법상 견제와 균형의 원리에 따라 대통령이 아니라 의회가 전쟁을 승인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다만 미 헌법은 군 통수권자인 대통령이 방어 목적으로 의회 승인 없이 군사력을 사용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은 보도했다.
서방에서도 분열이 드러나고 있다. 미 정부에 따르면 이번 작전을 지원한 국가는 네덜란드·호주·캐나다·바레인 등이며, 한국·덴마크·독일·뉴질랜드 등 10개국 정부는 “유엔 헌장에 부합하는 집단 자위권 행사”라고 지지하는 공동 성명을 발표했다.
반면 이탈리아·스페인·프랑스는 이번 공격에 참여하지 않았으며, 공동 성명에도 이름을 올리지 않았다. 마르가리타 로블레스 스페인 국방장관은 “지역의 평화 증진을 원하기 때문에 군사행동에 참여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귀도 크로세토 이탈리아 국방장관도 앞서 후티 반군의 공격행위는 중단돼야 하지만 해당 지역에 새로운 전쟁을 촉발하지 않는 방식이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최서은 기자 ciel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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