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자에 맞서라” 유쾌한 주문… 공연 즐기는 비법? “소리 질러”

이강은 2024. 1. 14. 2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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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스쿨 오브 락’
세계적 ‘뮤지컬 거장’ 웨버의 새 대표작
토니상 4관왕 등 작품성에 흥행성 겸비
아이들 숨은 재능 일깨워주는 괴짜선생
“음악으로 인생에 기쁨 선사하는 이야기”
평균 나이 12.5세 아역 배우 17명 열연
밴드 악기 등 직접 다루는 실력 ‘수준급’

‘권력자에게 맞서라(스틱 잇 투 더 맨·Stick it to the man)’는 주문을 이토록 유쾌하게 할 수 있다니.

지난 12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개막한 뮤지컬 ‘스쿨 오브 락(School of Rock)’을 보고 나면 이런 생각이 저절로 들지 모른다.

공연 내내 록 콘서트 현장을 방불케 하는 ‘스쿨 오브 락’은 잭 블랙이 주연했던 같은 제목의 할리우드 인기 영화(2003)가 원작이다. ‘오페라의 유령’과 ‘캣츠’ 등 세계적 뮤지컬을 다수 탄생시킨 뮤지컬계 거장 앤드류 로이드 웨버(76)의 새 대표작이다. 2015년 미국 뉴욕 브로드웨이 초연 후 토니상 4개 부문을 수상하는 등 작품성에 대한 호평과 함께 흥행 가도를 달렸다. 한국에는 2019년 초연 후 5년 만에 다시 찾아왔다.
뮤지컬 ‘스쿨 오브 락’은 부모와 학교가 원하는 명문대 진학을 위해 강압적인 분위기에 순응하며 주눅든 채 살아가던 어린 학생들이 ‘괴짜 선생’ 듀이(코너 글룰리)를 만나 록 음악의 힘으로 성장해 나가는 이야기다. 에스앤코 제공
록 밴드에서 쫓겨난 채 친구 집에 얹혀 살던 무명 록커 ‘듀이’가 월세라도 벌려고 명문 사립초등학교 호레이스 그린에 임시교사로 위장취업하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연간 학비가 5만달러에 달하는 호레이스 그린은 학생들을 명문대학(아이비 리그)에 많이 보내는 학교로 유명하다. 당연히 아이들은 부모와 학교가 원하는 ‘공부 잘하는 모범생’이 되려 아등바등한다. 자기가 정말 하고 싶고, 잘할 수 있는 게 뭔지도 모른 채 강압적인 집과 학교 분위기에 순응하며 산다.
그러다 갑자기 나타나 “록의 정신은 저항”이라고 떠드는 ‘괴짜 선생’ 듀이를 만나 확 달라진다. 어떤 말이든 귀 기울여 들어주고 스스로도 몰랐던 장점과 음악적 재능을 일깨워 준 듀이를 통해 해방감을 맛보며 록의 매력에 푹 빠진 것. 그전까지 주눅들어 살던 아이들은 듀이와 함께 록 밴드를 결성하고 록 음악 경연대회에 나가는 과정에서 자존감을 찾고 한뼘 더 성장한다.
웨버는 이 작품에 대해 “음악이 어떻게 사람들의 인생에 기쁨을 주고, 사람들을 더 나은 방향으로 변화시키는지 말한다”며 “음악의 힘에 관한 이야기”라고 소개한 바 있다. 이런 의도가 관객에게 설득력 있게 전달되는 건 배우들의 뛰어난 연기와 가창, 무대 위아래의 라이브 연주, 웨버의 음악이 어우러진 덕분이다.
특히 듀이 역을 맡은 코너 글룰리(30)와 평균 나이 12.5세의 아역배우 17명의 공이 크다. 글룰리는 몸도 사리지 않고 온 힘을 다해 극 전체를 이끈다. 그가 개막 전날 기자간담회에서 “공연을 보러 온 사람들은 100% 즐기고 갈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공연할 때마다 모든 걸 쏟아부으려고 한다”고 말한 그대로다.
작품의 또다른 주축으로 치열한 경쟁을 거쳐 뽑힌 어린이 배우들은 노래와 안무, 연기가 흠잡을 데 없고 열정도 성인 프로 배우들 못지않다. 글룰리가 “이들과 함께하며 많은 에너지를 받는다. 내가 무대 위에서 뛰고 소리 지르게 하는 원천”이라고 할 정도다. 17명 중 돌아가며 공연마다 12명이 무대에 오르기 때문에 한 명이 2∼4개 역할을 거뜬히 소화하는 기량을 갖췄다. 자기 키만한 기타를 비롯해 드럼, 키보드 등 밴드 악기를 손수 연주하는 배우들의 실력도 수준급이다.
멋진 연주 장면이 나올 때마다 관객들의 탄성과 박수가 쏟아진다. 음악감독으로 참여한 존 릭비는 “사전 녹음 없이 피트 안과 무대 위에서 밴드가 라이브 음악을 들려준다”며 “많은 뮤지컬 공연 중 진정한 라이브 공연”이라고 자랑했다.
‘스쿨 오브 락’을 어린이·가족 뮤지컬이라고 생각하면 오산. 집이나 학교, 직장 등에서 억압당하거나 눈칫밥을 먹으며 사느라 답답한 남녀노소 누구나 관람해도 좋을 작품이다. 공연을 아주 즐길 수 있는 비법을 알려 달라 하자 글룰리는 한국말로 외쳤다. “소리 질러!”

다만, 무대 양쪽 끝부분에 설치된 한글 자막 화면 모니터 크기가 다소 작아 영어에 친숙하지 않은 관객의 경우 자리 위치에 따라 몰입감이 떨어질 수도 있다.

공연은 오는 3월 24일까지 예술의전당, 4월부터 부산 드림씨어터.

이강은 선임기자 ke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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