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중 피어난 사랑…피란중 폐교에서 열린 결혼식
몇 달째 폭격이 이어지는 전쟁 중에도 사랑은 피어났다. 죽음과 고통, 파괴와 절망에도 불구하고 피란 중에도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며 함께 미래를 꿈꾸는 결혼식이 열렸다.
13일(현지시간) AFP통신에 따르면 전날 가자지구 남부 라파의 버려진 작은 학교에서 한 팔레스타인 커플의 조촐한 결혼식이 진행됐다. 3개월이 넘는 전쟁으로 가자지구 전체가 거의 폐허로 변했지만, 신부 아프난 지브릴(17)과 신랑 무스타파 샴라크(26)는 가족과 하객들의 박수와 환호 속에서 서로에 대한 사랑을 약속했다.
화관을 쓰고 빨간색 자수가 박힌 새하얀 드레스를 입고 등장한 아프난은 사람들의 축복 속에서 환하게 웃음을 보였다. 하객들은 하얀 무스를 뿌리며 둘의 결혼을 축복했고, 신랑과 신부는 함께 춤을 췄다.
신랑과 신부 가족은 모두 지난해 10월7일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전쟁 발발 이후 이스라엘군의 북부 공습을 피해 집을 떠난 팔레스타인 피란민이다. 유엔에 따르면 이번 전쟁으로 인해 발생한 가자지구 피란민은 190만 명으로, 가자지구 전체 인구의 80%에 달한다.
죽음과 공포, 굶주림도 이들의 사랑을 막진 못했다. 가자지구 보건 당국에 따르면 현재까지 2만3843명의 팔레스타인인이 숨졌으며, 이 중 3분의 2는 여성과 미성년자다. 식량·식수·전력 등 모든 필수품이 부족한 상황에서 추위와 질병까지 닥치면서 가자지구 주민들은 극심한 인도주의적 위기에 처했다.
양가 부모들은 원래 전쟁이 끝난 뒤 결혼식을 하기를 바랐지만,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아무리 기다려도 소용이 없을 것으로 보고 결국엔 이들의 결혼을 승낙했다.
그러나 이들의 결혼식 준비 과정은 결코 순탄하지 않았다. 신랑이 살 예정이던 집은 파괴됐고, 제대로된 예식장에서 결혼을 하는 것은 꿈도 꿀 수 없었다. 아프난의 아버지 모하메드 지브릴은 “통상처럼 결혼 준비를 하는 것은 불가능하고, 전통 예식 또한 할 수가 없다”며 “비싸고 찾기 어려웠지만 옷은 겨우 구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그는 “죽음과 살인, 파괴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생을 사랑하는 사람들”이라고 말하며 세계인의 가슴을 먹먹하게 했다.
최서은 기자 ciel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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