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주가 시작되면 아역들은 로커가 된다…뮤지컬 '스쿨 오브 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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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뜩 긴장한 듯 보였던 아역 배우가 기타 연주를 시작하니 눈빛이 살아나며 에너지를 내뿜기 시작한다.
지난 12일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개막한 뮤지컬 '스쿨 오브 락'은 무대를 달구는 아역들의 에너지를 느낄 수 있는 공연이다.
마지막 공연 장면에서는 무대 아래 자리를 잡은 연주자들도 전부 자리에서 일어나 아역들을 응원하는 훈훈한 광경도 감상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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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최주성 기자 = 잔뜩 긴장한 듯 보였던 아역 배우가 기타 연주를 시작하니 눈빛이 살아나며 에너지를 내뿜기 시작한다.
분위기가 무르익고 기타 독주가 찾아오자 이내 무릎을 꿇고 기타에 몸을 맡기며 무대를 독차지했다. 직전까지 자신 없는 모습을 보이던 아역은 어느새 무대에 미친 로커가 되어있었다.
지난 12일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개막한 뮤지컬 '스쿨 오브 락'은 무대를 달구는 아역들의 에너지를 느낄 수 있는 공연이다.
이 작품은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을 작곡한 앤드루 로이드 웨버의 작품으로 2015년 미국 브로드웨이에서 초연했다. 이후 브로드웨이에서 1천300여회 공연한 히트작으로 국내에서는 2019년 초연 이후 5년 만에 열리는 공연이다.
원작은 2003년 개봉한 잭 블랙 주연의 동명 영화다. 신분을 속이고 학교에 취직한 기타리스트 듀이가 학생들의 음악적 재능을 발견하고 밴드를 결성하는 이야기를 그린다.
뮤지컬은 원작 영화의 이야기를 따라 듀이가 자신이 만든 밴드에서 쫓겨난 뒤 학생들과 밴드를 결성해 경연대회에 출전하는 과정을 펼쳐낸다.
듀이가 록을 모르는 학생들에게 'AC/DC' 등 유명 록밴드의 이름을 하나하나 호명하며 가르치는 장면도 그대로 담았다. 엄격한 분위기의 학교에서 교장 선생님을 속이기 위해 기타를 연주하며 수학을 가르치는 장면은 영화에서 이미 봤던 장면인데도 웃음을 유발했다.
평균 연령 12.5세 '영캐스트'(아역)들은 당찬 연기와 연주 실력으로 시종일관 눈을 사로잡는다. 특히 대극장에서 직접 기타, 드럼, 키보드 등 밴드 악기를 연주하며 호흡을 맞춰나가는 실력이 돋보인다.
기타리스트 잭을 연기한 해리 처칠은 영국 오디션 프로그램 '브리튼즈 갓 탤런트' 준결선 진출자에 걸맞은 끼를 보여줬다. 그는 한발로 이리저리 무대를 뛰어다니거나, 혀를 내밀며 연주하는 등 프로 연주자를 떠올리게 하는 무대 매너로 관중들의 호응을 유도했다.
이 뮤지컬은 음악에 재능을 발견한 학생들의 뻔한 이야기를 그리지만, 라이브 연주가 주는 쾌감은 상투적인 이야기를 상쇄하고도 남는다. 귀를 사로잡는 강렬한 록 음악 역시 영화보다 생동감 있게 만날 수 있다.
배우들 또한 관객의 박수와 함성을 적극적으로 유도하며 분위기를 끌어올린다. 마지막 공연 장면에서는 무대 아래 자리를 잡은 연주자들도 전부 자리에서 일어나 아역들을 응원하는 훈훈한 광경도 감상할 수 있다.
듀이를 연기한 코너 글룰리는 열정적인 연기로 극을 이끌다가도 아역들이 돋보여야 하는 순간에는 아역들을 빛나게 했다. 학교 책상 위에서 곡을 연주하다 상상 속 관중에게 몸을 날리는 장면에서는 폭소가 터졌다.
학생들과 밴드를 결성하려 학생들의 실력을 하나하나 파악하는 곡 '너도 이제 밴드야'(You're in the band)에서는 능청스러운 연기로 아역들의 매력을 살렸다. 글룰리는 자신은 '쿨'하지 않다며 드러머를 맡지 못하겠다는 학생을 설득하고, 학생에게 맡길 역할이 다 떨어지자 매니저 역할을 강조하며 웃음을 줬다.
경연대회에 출전할 기회를 얻기 위해 아이들이 희소병을 앓고 있다고 거짓말하는 장면에서는 듀이와 아역들의 뛰어난 호흡을 느낄 수 있었다. 듀이의 말에 맞춰 픽픽 무대에 쓰러지는 아이들과 동정을 유발하는 듀이의 연기가 어우러지니 자연스레 흐뭇한 미소를 짓게 됐다.
공연은 영어로 진행되며 무대 위 스크린으로 자막을 제공한다. 다만 대사량이 많고 속도가 빨라 웃음이 나와야 할 대목을 놓치고 넘어가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서울 공연은 3월 24일까지 계속되며 이후 4월 부산 드림씨어터에서 공연을 이어간다.
cj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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