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일· EU “민주적 행사 환영”…중·러 “하나의 중국, 변함없다”
외신 “시진핑 원치 않던 승리”
대만해협서 긴장 고조 우려
미·중 대리전 양상으로 치러진 대만 선거에 해외 반응도 엇갈렸다. 미국, 일본, 유럽연합(EU)은 대만 선거가 ‘민주주의’ 원칙에 따라 치러졌다는 점을 강조하며 환영했다. 반면 중국은 친미·반중인 라이칭더 당선에 불편해하면서 미국이 축하 성명을 발표한 데 대해 ‘하나의 중국’ 원칙 위반이라며 항의했다. 외신들은 “시진핑이 보고 싶어 하지 않았던 승리”라면서 중국의 대만에 대한 경제·군사적 압박 수위가 높아질 것을 우려했다.
집권 민주진보당(민진당) 소속 라이칭더 후보의 승리가 확정되자 미 국무부는 13일(현지시간) 토니 블링컨 장관 명의의 성명을 통해 “대만인들이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에 참여함으로써 민주주의 시스템의 강력함을 보여준 것에 축하를 전한다”고 밝혔다.
일본 정부도 가미카와 요코 외무상 명의의 성명을 내고 “민주적인 선거의 원활한 실시와 그의 당선을 축하한다”면서 “대만은 일본과 기본적인 가치를 공유하고 긴밀한 경제 관계를 맺고 있는 매우 중요한 파트너이자, 소중한 친구”라고 밝혔다.
EU는 대외관계청 대변인 명의의 성명에서 “민주적 행사에 참여한 유권자들에게 축하의 인사를 전한다”면서 “대만해협의 긴장 고조를 우려하며 현 상황을 바꾸려는 어떤 일방적 시도도 반대한다”고 했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외교장관도 “대만의 활기찬 민주주의의 증거”라며 “대만해협 양측이 무력이나 강압 없이 건설적 대화로 차이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을 재개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반면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선거 이튿날인 14일 홈페이지에 게시한 담화문에서 “미 국무부가 중국 대만 지역의 선거에 대해 성명을 발표한 것은 하나의 중국 원칙과 (하나의 중국 원칙을 넣은) 중·미 3대 공동성명을 엄중히 위반했다”고 밝혔다. 러시아 외교부의 마리야 자하로바 대변인은 전날 대만을 여전히 중국의 일부로 간주하며 어떤 형태의 독립도 반대하기 때문에 대만 문제에 대한 입장 변화는 없다고 밝혔다. 이어 중국에 압력을 행사하려는 모든 시도가 “역효과를 낼 것”이라며 “지역 안정과 세계 안보를 저해하는 모든 도발 행위를 자제할 것을 외부 세력에 촉구한다”고 말했다.
세계 주요 매체들은 라이 총통 당선인이 친미·반중 성향이라는 점에 주목하며 향후 대만해협을 둘러싼 긴장이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블룸버그통신은 “대만은 시진핑이 ‘트러블 메이커’라고 부른 지도자를 선출함으로써 중국에 타격을 입혔다”고 밝혔다. 프랑스 경제매체 레제코는 “중국이 보고 싶어 하지 않았던 승리”라며 “중국은 라이 총통 당선을 평화에 대한 위협으로 간주하고 있다”고 전했다.
박은하·김유진 기자 eunha999@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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