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사이 ‘균형’ 관건…대만과 ‘반도체 윈윈’ 전망

유새슬 기자 2024. 1. 14. 2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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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외교·경제에 ‘라이칭더 총통 당선’ 영향은
중국 자극 않도록 선 지키고
갈등 대비해 운신 폭 넓혀야
대만, 반도체 ‘탈중국’ 가능성
경쟁 속 전략적 협력 모색을

대만 총통 선거는 미국과 중국의 대리전이라는 표현이 나왔을 정도로 동북아 안보 정세를 좌우할 핵심 변수로 꼽혔다. 대만 독립을 지지하는 친미 성향의 라이칭더 민주진보당 후보가 당선된 것을 계기로 대만을 둘러싼 미·중 신경전이 고조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는 고스란히 한국의 외교적 부담으로 이어질 것으로 전망돼 정부의 위기관리 능력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외교부 당국자는 14일 대만 총통 선거 결과에 대해 “정부의 대만 관련 기본 입장에는 변화가 없으며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이 유지되고 양안 관계가 평화적으로 발전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 당국자는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은 한반도의 평화·안정에 긴요하며 역내 평화와 번영에도 필수 요소”라고 했다.

중국이 핵심 이익으로 상정한 이른바 ‘하나의 중국’ 입장을 건드리지 않겠다는 뜻을 정부가 우회적으로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황재호 한국외대 국제학부 교수는 통화에서 “한국 정부는 중국이 이번 선거 결과에 예민하게 반응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 일종의 모범 답안을 낸 것”이라며 “한반도 정세를 관리하려는 의지가 보인다”고 말했다.

대만 문제는 미·중 갈등 국면에서 언제든 터질 수 있어 한국 정부의 위기 관리 능력 중요성은 점차 커질 것으로 보인다. 오는 11월 미국 대선에서 공화당이 집권하면 바이든 행정부의 현상 유지 정책이 전면 수정될 가능성이 있고 이에 따라 한국 정부의 입장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당장 미국과 그 동맹국들이 대만 문제에 개입할 가능성을 차단하고 대만을 향한 위협 수위를 높이기 위해 대규모 무력시위에 나설 수 있다. 대만해협에서 우발적 충돌이 일어날 경우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도도 더욱 높아질 수 있다.

물론 전문가들은 동북아 정세를 결정할 가장 큰 변수는 미국이라고 입을 모은다. 황 교수는 “미·중이 관계 개선에 노력하려는 국면에 있고 미국도 대만 문제의 현상 유지를 바라고 있다. 한국 정부도 로키로 대응하면서 톤을 맞춰야 한다”고 했다. 지난해 11월 윤석열 대통령이 외신 인터뷰에서 대만과 남중국해 관련 발언을 해서 중국의 반발을 초래한 선례를 반복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동률 동덕여대 교수는 “미·중 갈등이 터지면 대만 문제는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것이기 때문에 우리 정부는 미리 운신의 폭을 넓혀두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라이칭더 후보의 당선이 국내 반도체 업계와 글로벌 공급망에 미칠 영향에도 관심이 쏠린다. 대만의 TSMC는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분야에서 세계 1위 업체다.

미국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중국과의 디커플링(분리)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데 대만이 이 기조와 보조를 맞출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권석준 성균관대 화학공학과 교수는 “대만은 반도체 산업에서 중국과의 협력이 단절될 수 있다”면서 “대만 입장에서는 그만한 시장을 미국 혹은 미국의 동맹국들을 위주로 찾아야 한다. 한국 기업 입장에서는 그 파이를 두고 벌여야 하는 경쟁이 한층 치열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과 대만의 반도체 협력 수위가 높아져 ‘윈윈’ 관계가 성립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라이칭더 후보는 선거를 하루 앞둔 지난 12일 당선되면 한국과의 관계를 강화하겠다며 “신공급망 형성을 위한 안보 대화를 열 것”이라고 밝혔다. 권 교수는 “차세대 반도체 기술 개발이라는 관점에서 볼 때 한국과 대만이 단순한 경쟁 관계가 아니라 발전적 경쟁 관계 혹은 전략적 협력 관계로 나아갈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유새슬 기자 yoos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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