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심위마저 ‘집어삼킨’ 여권…‘야권’ 위촉 미루는 윤 대통령
‘해촉’ 위원들 법적 대응…방심위의 ‘행정기관 여부’ 관건
합의제 기구인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가 당분간 ‘압도적 여권 우위’ 상태에서 운영될 것으로 보인다. 방심위 일부 소위원회에는 야권 추천 방심위원이 한 명조차 없는 이례적인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
지난 12일 방심위는 지난 정부에서 문재인 당시 대통령이 추천한 옥시찬·김유진 방심위원 해촉건의안을 의결했다. 류희림 위원장을 비롯한 대통령과 여당 추천 위원 4명이 일방적으로 안건을 밀어붙였다.
윤석열 대통령이 해촉건의안을 재가하면 방심위는 여권 위원 4명, 야권 위원 1명의 구도로 재편된다. 방심위원은 9인을 정원으로 대통령이 위촉한다. 위원장 등 상임위원 3인은 대통령이 직접 위촉하고, 3인은 국회의장이 국회 각 교섭단체 대표의원과 협의해 추천한다. 나머지 3인은 해당 상임위(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추천한 사람을 위촉한다. 2008년 이후 방심위는 여권 추천 위원 6명, 야권 추천 위원 3명의 구조를 유지해왔다.
방심위가 ‘압도적 여권 우위’로 개편되면 다양한 곳에서 추천한 위원들 간 논의를 통해 안건을 심의·의결하라는 법 취지가 훼손될 수 있다. 현재 규정으로는 의안을 제안하려면 재적 위원 3분의 1 이상의 찬성이 필요한데 옥 위원과 김 위원이 해촉되고 야권 추천 위원 중 윤성옥 위원 1명만 남으면 이것부터 불가능해진다. 방송소위에는 야권 추천 방심위원이 아예 사라진다.
김 위원, 옥 위원은 법적 대응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은 지난 12일 낸 입장문에서 “해촉을 무기력하게 받아들이지는 않겠다”며 “방심위의 마지막 자존심을 지키고 있는 직원들에 대한 예의”라고 밝혔다.
법원의 판단은 예측하기 어렵다. 앞서 정연주 전 방심위원장과 이광복 전 방심위 부위원장이 윤 대통령을 상대로 낸 해촉 처분 집행정지는 ‘각하’됐다. 재판부는 방심위가 민간독립기구이기에 해촉 통지는 행정처분이라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반면 헌법재판소(2019헌마158, 2011헌가13 등)는 일관되게 방심위의 시정요구 등을 ‘공권력의 행사’로 보고, 방심위도 ‘공권력 행사의 주체인 국가행정기관’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앞서 해촉된 이 전 부위원장, 정민영 전 방심위원 후임으로는 김진표 국회의장이 지난해 10~11월 황열헌 인천공항시설관리 사장, 최선영 연세대 커뮤니케이션대학원 객원교수를 추천했다. 그러나 윤 대통령이 위촉을 하지 않아 이 자리는 아직 공석이다. 고민수 강릉원주대 법학과 교수(헌법·언론법)는 “국회의장이 법에 따라 행사할 수 있는 권한을 대통령이 위촉하지 않고 유명무실하게 만들고 있다”며 “(국회의장이)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 청구를 통해 부작위에 의한 권한 침해를 다투어 (위원 공백) 사태를 빨리 종료할 방법이 있는데 사용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강한들 기자 handl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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