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ELS ‘둑’ 터졌다… 새해 들어 확정 손실 1000억 넘어

이강진 2024. 1. 14.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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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시중은행이 판매한 홍콩H지수(항셍중국기업지수) 기초 주가연계증권(ELS) 상품에서 올해 들어 벌써 1000억원이 넘는 원금 손실이 확정된 것으로 나타났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이 판매한 홍콩H지수 기초 ELS 상품에서 이달 들어 12일까지 약 1067억원의 원금 손실이 발생했다.

여기에 지난해 하반기 확정된 손실액(82억원)까지 더하면 홍콩H지수 기초 ELS 관련 원금 손실액은 5대 은행에서만 6개월여 만에 1149억원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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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규모 손실 가시화
5대銀서만 12일까지 1067억 손실
원금 2105억… 손실률 50.7% 달해
H지수 고점에 판매 상품 속속 만기
상반기에만 10조2000억 달할 듯
불완전 판매 주장 등 민원도 급증
일부 “위험성 제대로 설명 안 해”
금감원, 1분기 배상기준 마련 예정

주요 시중은행이 판매한 홍콩H지수(항셍중국기업지수) 기초 주가연계증권(ELS) 상품에서 올해 들어 벌써 1000억원이 넘는 원금 손실이 확정된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까지 손실률이 50%에 달하는 만큼 홍콩H지수가 이례적으로 폭등하지 않는다면 앞으로도 대규모 손실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이 판매한 홍콩H지수 기초 ELS 상품에서 이달 들어 12일까지 약 1067억원의 원금 손실이 발생했다. 이 기간 만기 도래한 원금 약 2105억원 중 1038억원만 상환돼 전체 손실률은 50.7%로 집계됐다.
여기에 지난해 하반기 확정된 손실액(82억원)까지 더하면 홍콩H지수 기초 ELS 관련 원금 손실액은 5대 은행에서만 6개월여 만에 1149억원에 달한다.

ELS는 특정 주가지수 등 기초자산 가격이 만기 때까지 일정 범위 내에서 움직이면 원금과 약속한 수익을 지급하는 금융투자상품이다. 통상 기초자산이 박스권을 유지하면 이익을 거둘 수 있지만, 원금손실 발생 기준선(녹인 배리어)을 벗어나면 대규모 손실을 볼 수 있다. 홍콩H지수 연계 ELS는 주로 은행권 신탁(ELT) 또는 발행 증권사의 직접 판매 등을 통해 상품 가입이 이뤄졌는데, 은행권의 판매 규모가 큰 상황이다.

원금 손실이 잇따르는 이유는 홍콩H지수가 2021년 이후 급락했기 때문이다. 2021년 2월17일 1만2229포인트로 고점을 찍은 홍콩H지수는 지난해 말 5769포인트로 내렸고, 올해 들어서도 5000포인트대에서 횡보하고 있다.

지수가 고점이었던 2021년 초부터 판매된 상품들의 만기가 올해 대규모로 도래하면서 손실은 앞으로 더 불어날 가능성이 크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11월15일 기준 홍콩H지수 기초 ELS 총판매 잔액은 19조3000억원(은행·증권사 판매 합산)으로, 이 가운데 79.6%인 15조4000억원의 만기가 올해 도래한다. 분기별 만기 도래액은 올해 1분기 3조9000억원, 2분기 6조3000억원으로 상반기(10조2000억원)에만 10조원이 넘는다.
대규모 손실이 가시화하면서 관련 소비자 민원도 빗발치고 있다. 지난 12일까지 5대 은행에 접수된 홍콩 ELS 관련 전체 민원 건수는 1410건에 이른다. 이 가운데 518건은 올해 제기된 민원으로, 최근 만기 도래와 함께 경우에 따라 원금의 절반 이상의 손실이 확정되자 민원과 항의도 급증한 것으로 보인다. 일부 상품 가입자들은 은행들이 상품의 위험성 등을 제대로 설명하지 않은 채 불완전판매를 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금융감독당국은 ‘H지수 ELS 대응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지난 8일 국민은행과 한국투자증권을 시작으로 판매사 현장검사에 착수했다. 가능하면 신속히 불완전판매와 같은 판매 행위 과정에서의 불법사항을 정리해 배상 기준을 확정할 방침이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지난 9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책임의 문제와 별개로 손실 부담, 책임소재 정리에 대해서는 개선돼야 한다는 점은 여지가 없다”며 “2∼3월이 지나기 전에 결론을 내려고 하는 것이 저희의 의지”라고 말했다.
사진=뉴시스
금융사가 홍콩H지수 ELS를 불완전판매 했음이 명확하다고 판정될 경우 투자자들은 원금을 일부 돌려받을 수 있다. 2019년 금감원 금융분쟁조정위는 해외금리연계 DLF(파생결합펀드)에 투자했다가 손실을 본 고객들에게 은행이 투자금액의 40∼80%를 배상하라고 판단을 내린 바 있다.

다만 전액보상은 쉽지 않아 보인다. 해당 상품이 투자자 승인을 거쳤기 때문이다. 이 원장은 “이 상품은 예·적금이 아닌 금융투자상품이기 때문에 투자자들이 책임을 져야 할 부분이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이강진·이도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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