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세상] 방심위원 해촉 건의, 대통령이 거부해야
방송통신정책규제 기구인 방송통신위원회에 이어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도 여당 추천 위원들의 일방 독주 체제를 강화할 모양이다. 방송통신위원회는 대통령이 야당 추천 위원 후보의 임명을 거부하고, 위원장을 해임한 이후 임기가 지난 위원들의 추천이 이루어지지 않으면서 대통령이 지명한 위원장과 부위원장 2인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심지어 이동관 전 위원장은 탄핵 대상이 되자 먼저 사퇴하고, 대통령은 김홍일 위원장을 즉각 임명하여 대통령 직속 기관(?) 체제를 유지시켰다. 2인 체제가 몇개월 이상 지속하면서 5인의 위원회 구조를 정한 법 취지는 원천적으로 부정됐다. 그런데 방심위도 여당 추천 위원 일방 독주 체제를 기도하는 모양이다. 지난 12일 위원회는 비밀유지 의무 위반을 이유로 김유진 위원을, 폭력행위 욕설 심의업무 방해 행위를 이유로 옥시찬 위원을 해촉할 것을 대통령에게 건의하는 안건을 의결했다. 그럼 9인의 위원회가 대통령, 여당 추천 4인과 야당 추천 1인의 구조로 전락하는 것이다.
김유진 위원은 왜 비밀유지를 위반(?)하고, 옥시찬 위원은 왜 욕설까지 하게 됐을까? 2023년 9월4일 이동관 당시 방송통신위원장이 국회 과방위에서 뉴스타파의 김만배 녹취록 보도와 관련해 방심위 등에서 엄중조치를 할 예정이라고 발언한 이후, 방심위에 집중 민원이 들어왔다. 민원 심의를 한 방심위는 뉴스타파 보도를 인용한 방송사들에 과징금이라는 최고 수위의 중징계를 결정했다. 하지만 이 민원에는 류희림 위원장의 친척과 지인이 다수 포함되어 청부 민원 의혹이 제기됐다. 동생을 비롯한 가족도 있고, 동생이 운영하는 대구 모 수련원 관계자들, 류 위원장이 대표를 맡았던 경주엑스포 관계자들이 포함되었다고 한다. 여러 방송사를 대상으로 하는 민원 내용들 중 다수가 내용이 같았고, 심지어 오탈자까지 똑같았다고 한다. 누군가 조직적으로 부탁해서 이루어진 청부 민원의 의혹이 제기될 만하다. 심지어 JTBC 보도 관련 민원 중엔 JTBC보다 나중에 보도된 뉴스타파를 인용했다고 문제 삼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었다 한다.
청부 민원 의혹에 더해 류 위원장은 이 사실을 알고도 회피하지 않고 심의에 참여해 이해충돌이 발생했다는 문제가 제기됐다. 권익위원회엔 민원 사주한 의혹이 있다는 공익 신고가 들어갔고, 공익 신고자는 류 위원장이 ‘공직자 이해충돌 방지법’ ‘방심위 임직원 이해충돌 방지 규칙’ ‘임직원 행동강령 위반’을 했다고 주장했다. 위원장은 공익제보자 색출에 나섰다. 야당 추천 위원들은 청부 민원 의혹과 공익제보자 색출 중지 논의 안건을 제기했다. 위원장과 여당 추천위원들은 회의 비공개 결정을 주장했고, 야당 추천 위원들은 이해 당사자인 위원장에게 의결권이 없다고 주장했다.
대립 과정에 옥 위원이 위원장 자격이 없다며 욕을 했다. 김 위원은 무산된 안건을 다음 전체 회의에서 다시 제기하겠다고 기자들에게 설명했다. 이게 해촉 사유다. 욕한 게 과도할 수 있지만, 원인제공을 배제하고 판단할 수 있을까? 더 기막힌 것은 이미 홈페이지에 공지됐던 안건을 다시 올리겠다고 설명한 게 안건 유출이고 비밀유지 위반이라는 주장이다.
방심위는 국민의 권익을 위해 방송 내용을 심의해 징계 여부를 결정하는 곳인 만큼 투명하고 공정한 심의가 이뤄져야 한다. 그런데 위원장 주변 사람들의 청부 민원 의혹이 있고, 위원장은 이해충돌 방지법 위반 혐의가 있다. 또 그런 위원장이 나서서 문제를 제기하는 위원들의 해촉 건의를 의결했다. 해촉되고 처벌받아야 할지도 모를 위원장이 그런 자격이 있는지 의문이다. 하지만 진짜 심각한 것은 위원회가 4 대 1의 일방통행 구조로 전락하는 것이다. 방심위가 정부·여당 의도에 맞춘 청부 심의를 할 가능성이 더욱 커지는 것이다. 대통령 직속 심의기구를 의도하는 게 아니라면, 대통령은 부당한 해촉 건의를 거부해야 한다.
김서중 성공회대 미디어콘텐츠융합자율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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