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CES에서 배우는 비즈니스 이벤트
매년 1월 초면 전 세계 이목을 끄는 곳이 있다. 국제전자제품박람회(Consumer Electronics Show, CES)가 열리는 미국 라스베이거스다. 세계 3대 정보기술(IT) 박람회 중 하나인 CES에 따르면 올해는 역대 최대 규모로 행사가 진행돼 전 세계 4000여개의 기업과 13만명 이상의 참가자 그리고 5000여개의 미디어가 참여했다. 세계 언론은 CES를 통해 새롭게 선보인 미래 혁신기술과 기업들을 연일 조명했고, 한국에서도 삼성과 LG전자를 비롯한 여러 기업들이 참가했다. CES는 단순한 전시회를 넘어 다양한 체험, 네트워킹 기회, 교육 세션 등을 통해 정보통신기술의 새로운 기회의 플랫폼으로 인식되고 있다.
라스베이거스는 과거 카지노산업을 중심으로 성장했지만 2000년 이후 컨벤션, 박람회, 엔터테인먼트 등에 집중투자해 현재는 연간 4000만명 이상이 방문하는 미국의 대표적 관광지로 자리매김했다. CES가 열리는 1월이 되면 라스베이거스의 호텔 객실 가격은 평소의 4~5배로 치솟고,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호텔 객실 수를 보유하고 있음에도 모두 만실 상태다. 카페와 레스토랑도 손님들로 붐비고 쇼핑몰은 발 디딜 틈이 없어진다. 유학생들과 지역 주민도 통역이나 행사 지원 등 임시 일자리가 많아진다.
그렇다면 라스베이거스는 어떻게 이 박람회를 매년 성공적으로 개최할 수 있었을까? 물론 라스베이거스는 국제공항과의 인접성, 편리한 교통수단, 15만개 이상의 호텔 객실과 대형 컨벤션센터, 다양한 엔테테인먼트 옵션 등 비즈니스 이벤트를 열기에 인프라와 서비스 측면에서 최적의 조건과 환경을 갖추고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지역사회와 정부가 일찍부터 비즈니스 이벤트의 가치를 이해하고 긴 호흡으로 지속적인 투자를 계속해왔다는 점이다. 관광객으로부터 얻은 이익을 재투자해 교통, 물류, 서비스 개선에 힘쓰고, 시장과 주지사가 바뀌어도 비즈니스 이벤트가 지속 가능한 발전을 이어나갈 수 있는 환경과 선순환 체계를 견고히 구축해온 것이다. 또한 학교와 연계해 비즈니스 이벤트 전문인력을 양성함으로써 CES는 물론, 세계 최대의 마이스(MICE) 박람회인 IMEX 등 다양한 비즈니스 이벤트를 성공적으로 유치하고 개최해오고 있다.
비즈니스 이벤트는 개최도시에 직접적인 경제적 효과 외에도 도시브랜드 가치 향상과 관광산업의 계절적 편차를 극복하는 등 사회 문화적으로 큰 영향을 미치는 대표적인 고부가가치 산업이다. 따라서 전 세계적으로 국가와 도시 차원에서 다양한 비즈니스 이벤트를 개발하고 유치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그럼에도 비즈니스 이벤트에 대한 이해 부족으로 이를 단기간의 투자 대비 수익 구조로 접근해 평가절하하는 중앙·지방 정부의 수장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처음부터 CES와 같은 규모의 박람회를 성공적으로 개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CES도 1976년에 시작됐지만 2010년이 돼서야 세계 최대 규모의 IT 박람회로 자리매김했다. 매년 1월 라스베이거스 CES에 대한 전 세계인의 관심이 단순한 부러움으로만 끝나지 않으려면 정부 차원에서 긴 호흡을 가지고 비즈니스 이벤트 산업에 안정적으로 장기적인 투자를 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할 것이다.
김성은 경북대 관광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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