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앞에 온 AI시대 ··· 전화교환수의 오류를 밟을 것인가 [View&Insight]

서일범 기자 2024. 1. 14.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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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부 서일범 차장
기업 생존위해 AI 반드시 필요하지만
적응 뒤쳐져 공포 느끼는 기업도 많아
공포가 무시로 이어지면 영원히 도태
삼성전자가 CES 2024에서 공개한 AI 로봇 볼리. 사진 제공=삼성전자
[서울경제]

올해 세계 최대 전자·정보기술(IT) 전시회 ‘CES’를 지배한 단 하나의 키워드는 인공지능(AI)이었다. 앞서 서울경제신문은 ‘모든 것이 AI로(Everything on AI)’를 올해 CES의 메가 트렌드로 지목하고 국내 경제지 중 최대 규모의 취재단을 미국 라스베이거스 현지에 파견해 AI의 현재와 미래를 다각도로 분석했다. 서경 특별취재팀은 유튜브 쇼츠 등 짧은 동영상을 활용해 신기술 경연의 장을 사실상 실시간으로 전달해 독자들로부터 호평을 받기도 했다.

현장에서 직접 목도한 AI 제품의 수는 일일이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였다. TV, 냉장고, 세탁기, 반려 로봇과 같은 전자제품은 물론이고 베개, 거울, 커피 머신, 무(無)정자증 판별기에 심지어는 개 목걸이에까지 AI가 적용돼 눈길을 사로잡았다.

이 같은 AI 홍수의 배경에는 챗GPT 쇼크가 자리 잡고 있다. 2022년 11월 30일 세상에 등장한 챗GPT는 불과 닷새 만에 100만 명의 사용자들을 모으더니 이후 두 달이 안 돼 월 사용자 1억 명을 넘어섰고 현재는 수억 명이 챗GPT를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업계를 평정한 미국 넷플릭스가 100만 명의 고객을 모으기까지 3년 6개월이 걸렸던 점과 비교해보면 시장 침투 속도가 얼마나 빠른지 실감할 수 있다.

문제는 챗GPT가 촉발한 ‘AI 대지진’ 속에서 한국 기업 중 살아남을 곳이 얼마나 될지 예측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실제 CES 현장에서 만난 수많은 최고경영자(CEO)와 임직원 중에는 AI에 대한 장밋빛 미래보다 불확실성과 공포를 직접 이야기하는 사람이 더 많았다. 그나마 삼성전자나 LG전자와 같은 대기업들은 각자 자체 개발한 생성형 AI인 ‘가우스’나 ‘엑사원’ 등을 통해 경쟁 라인에 뛰어들었지만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 토로하는 기업들도 적지 않았다. 이번 CES를 참관한 한 중견기업 대표는 “우리도 제조 기술에 AI를 접목해 공정을 최적화하고 싶은데 우리가 가진 수많은 데이터를 어떻게 취합해서 어떻게 AI 모델에 얹을지 전혀 감이 잡히지 않는다. 한마디로 아노미 상태”라고 말했다. AI에 대한 적응 여부가 앞으로 기업 생존의 키워드가 될 것이라는 뜻이다.

미국 스타트업인 래빗이 CES 2024에서 공개한 AI 에이전트 R1

반드시 대형 생성형 AI를 가져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올해 CES에서 화제를 불러 모은 미국 스타트업 래빗의 AI 에이전트인 ‘R1’이 대표적인 사례다. 신용카드 크기의 이 제품은 우리가 직접 스마트폰에서 앱을 깔지 않아도 최적의 솔루션을 찾아 인터넷 쇼핑, 길 찾기, 식당 예약 등을 도와주는 일종의 주머니 속 비서로 볼 수 있다. 이 제품은 199달러라는 만만치 않은 가격에도 출시 하루 만에 사전 주문 1만 대가 모두 매진되며 돌풍을 일으켰다. 향후 고객에게 최적의 사용자 경험을 제공하는 제품이 블루오션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제품인 셈이다. 각 기업이 갖고 있는 수많은 데이터를 AI에 적용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최적화 서비스도 국내 기업들이 강점을 가질 수 있는 분야 중 하나로 꼽힌다.

1960년대 전화교환원의 근무 모습

사실 AI에 대한 경탄이나 공포보다 진짜로 더 우려스러운 것은 따로 있다. 바로 ‘의도적 무시’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AI가 과거 유행했던 사물인터넷(IoT)이나 메타버스와 무엇이 다르냐”는 질문에 대한 우려다. CES 기간 기자와 만난 비(非)제조 업체 인사들 중에서도 “눈에 띌 만한 혁신은 없지 않으냐”며 이 같은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이 제법 있었다. 자동 전화기가 처음 등장한 1970년대 초반 전화교환수들이 “오류가 많은 기계보다 인간이 더 믿을 만하다”고 이야기했던 것과 비슷한 오류다. 하지만 많은 전자 업계 종사자들은 AI의 가장 두려운 점으로 속도를 들고 있다. 팻 겔싱어 인텔 CEO는 “AI의 발전 속도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빨라 무어의 법칙이 탄생했던 초창기 PC 시대를 떠올리게 한다”고 말했다. 최소한 전화교환수의 오류만큼은 피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

/서일범 기자 squiz@sedaily.com 서일범 기자 squiz@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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